모디 인도 총리가 한국인에게 엄청 욕을 먹고 있다. 전격 단행한 특정화폐 통용금지라는 조치로 당장의 불편이 인도 거주 한국인들에게 미쳤기 때문이다. 회사 운용도 그렇고 당장의 생활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불만이 SNS에 연일 오르고 있다. 외국인으로서 불편뿐 아니라 현지 인도인들, 그중에서 제도권 밖의 가난한 이들이 겪는 고충을 예로 들며 준비 없이 저지른 인도 총리에 대한 비난 일색이다. 일부 인도 언론 역시 ‘며칠이면 안정될 것이란 개혁이 해가 바뀌어가도 여전하다’며 모디의 준비 부족을 비난하고 있다. 야당 정치인들은 시장 경제지표가 11월, 12월 연이어 하향하자 모디의 항복을 받아내려고 다방면에서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총리의 태도는 단호하다. 양보를 기대하던 저항세력 앞에서 모디는 그들의 저항은 수치스러운 ‘검은 돈’ 때문이라고 역공을 펼쳤다.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서민들에게는 직접 메시지를 던졌다. 과거 선풍적인 세몰이를 하던 선거유세를 방불케 하는 대중 접촉을 했다. 모디는 “1년에 2000만원 이상 번다고 신고한 이들이 13억명 가운데 고작 240만명”이라면서 “여러분 주위에 호화롭게 사는 이들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돈을 쓰고 있는가?”라며 저항세력들을 겨냥해 직격탄을 날렸다.

모디 총리는 반대세력에 대해 양보나 타협을 할 생각이 없었다. 처음 발표대로 2016년 12월31일을 기해 시중은행에서의 구 화폐 수납을 중지하고 델리, 뭄바이, 꼴카타, 첸나이 그리고 낙푸르 등 특정 지역에 있는 연방 준비은행(RBI)사무소에서만 이를 받겠다고 재확인한 데 이어 오는 7월 1일부터는 구(舊)화폐 소지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겠다는 개혁 2단계를 발표했다. 달리는 개혁의 코끼리에 채찍을 가한 것이다. 일부에서 기대했던 은행창구 연장 및 조건완화 등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강공책이 발표된 것이다. 한국의 인도 전문가들도 ‘인도인데 뭐 흐지부지 교환조치가 연장될 것이다’라고 예상했지만, 완전 헛다리 짚었다. 한국 내에서도 구폐를 가지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았는데, ‘인도가 뭐!’라는 생각으로 대부분 교환할 생각을 않고 ‘설마’ 하다가 ‘전격’ 개혁 단행이라는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발표대로’라는 2차 충격을 받은 것이다.

화폐개혁조치 후 신권을 인출하기 위해 ATM기 앞에 길게 줄을 선 인도 사람들의 모습.  출처=김응기

그러나 ‘모디’의 개혁엔 채찍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재선을 향한 주 단위 선거에서 표를 모을 수 있는 두터운 ‘젊은 유권자’와 ‘성장과 분배에서 소외당한 수많은 서민계층’을 향해 당근을 풀었다. 혹자는 이를 후진적 포퓰리즘 정치라고 혹평하지만 즉시 효과가 필요한 인도 환경을 감안한 인도식 대중정치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영아사망률이 세계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높은 인도에서 임산부에게 병원조치를 받을 수 있는 무조건적 진료비 지원, 노약자의 은행저축에 대해서는 고금리 보장의 저축정책, 서민주택융자금에서는 직접적인 연 3~4%의 이자감면 혜택, 농민의 영농자금 대출에서는 초기 2개월 동안 이자 전액지원 그리고 중소상인에게는 현금대출 폭 확대 등등으로 성장분배에서의 소외계층을 겨냥하여 골고루 포장한 통합지원정책을 당근으로 내놓았다.

또한 시장경제 핵심 기둥인 ‘가진 계층’을 전혀 외면한 것은 아니다. 비록 모디의 정책으로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실무 장관들이 이를 흘렸다. 대표적인 것으로 재무장관의 법인세 인하 가능성 발언이다. 화폐개혁 효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검은 돈’ 철폐와 현금 없는 거래의 실현은 정부세수 증대효과를 가져와 기업의 법인세율을 현행 30%보다 훨씬 낮은 18%로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화폐개혁조치 이후 계속된 모디의 강공으로 검은 돈은 결국 휴지가 될 것이다. 국민총생산 20%가 ‘검은 돈’이라는 심각성과 파키스탄으로부터 유입된다고 의심되는 위조지폐의 걷잡을 수 없는 증가 등은 지난해 11월 단행된 1차 화폐개혁의 당위성으로 충분하다. 여기에 12월 31일의 2차 개혁조치에 따라 ‘민심지지’라는 현 정부의 목적이 달성된다면 올해 치러질 일부 주(州)선거에서 모디는 활짝 웃게 될 것이다. 여기에 인도 화폐개혁의 숨은 목적이 있다. 반민주적이고 극단적 민족주의적인 그의 행적과 이번의 화폐통용금지로 곱지 않은 시선이 있긴 하지만, 2년 후 총선에서 5년 재집권을 쟁취할 가능성이 높아진 모디 정부를 무시할 순 없다. 그가 이끄는 인도에 대한 연구와 대응전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