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무실로 전화가 걸려왔다. 카드 돌려막기 하는 여성인데,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워크아웃 신청을 하도록 권했다. 그 여성의 마지막 말이 안타까웠다. “거기(신복위)를 가는 길에, 혹시 카드업체 사람들이 뒤쫓아오지 않을까요?” 물론 그럴리 없다.

신복위가 채무해결에 도움이 되는 곳이라는 기대가 형성된 듯하다. 다만 거기 가기까지 마음의 용기가 필요하다는 정도다. 

신복위 워크아웃은 개인채무자에게 채무조정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런 의문이 생긴다. 왜 개인워크아웃은 잘 되고, 기업워크아웃은 잘 안될까. 개인과 기업은 워크아웃에서 다른 대우를 받는 것인가. 또, 기업은 어떤 이유에서 채권단보다 법원을 찾아가길 선호할까.

워크아웃은 채무조정의 일종이다. 회생, 파산 등 파산법정에 가기 전에 채권자와 채무자간 자율적으로 진행하는 사적 조정과정이다. 채무가 많거나 원리금을 갚기 벅찬 가정 또는 개인에게는 개인워크아웃을, 기업은 기업워크아웃을 진행한다.

가계부채가 늘어나고, 좀비기업들이 늘고 있다는 우려가 경제계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양측 모두 활발히 채무조정이 이뤄져야 할텐데, 채무 주체에 따라 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신용회복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해 개인워크아웃과 프리워크아웃을 신청한 개인은 9만6319명으로 전년보다 4799명 늘었다. 또 연간 채무조정 신청자는 ▲2013년 9만7139명 ▲ 2014년 8만5168명 ▲2015년 9만1520명 ▲2016년 9만6319명으로 증가세다. 연간 10만명을 앞두고 있다. 법원 통계에서 개인회생은 10만건, 개인파산은 5만건 수준을 전년과 비슷하게 유지했다.

▲ 출처=KDI

기업워크아웃은 정반대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워크아웃을 신청한 대기업(금융권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은 5곳에 불과했다. 지난 2015년에는 13곳이었다.

한국개발원(KDI)자료에 따르면 워크아웃을 신청한 기업은 ▲2009년 61개 ▲2010년 37개 ▲ 2011년 11개 ▲2012년 12개 ▲2013년 14개에 불과했다. 반면 법정관리(회생절차)를 신청한 기업들은 2009년 669개에서 2014년 873개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기업구조조정의 수단으로서 기업워크아웃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기업보다 개인워크아웃이 활발하고, 신복위가 제기능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법무법인 대율의 안창현 변호사는 “개인워크아웃에서 채무자에 대한 변제조건이 법원의 회생절차를 따르는 것보다 그다지 불리하지 않는 수준으로 바뀐 것도 한 원인”이라며 “회생 절차중에 채무자의 약점이 드러날 수 있지만 워크아웃에는 그런 내용을 자세히 따지지 않기 때문에 개인채무자들이 선호하는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개인워크아웃 뿐아니라 프리워크아웃 제도 등 채무자 상황에 맞는 제도들도 운용되고 있다.

하지만, 신복위가 채무자 입장에 서 있는 것은 아니다. 신복위는 채권자, 즉 은행과 저축은행, 등록대부업체 등 협약기관으로 가입해 있는 금융채권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워크아웃시 변제금을 상황에 따라 일부 탕감해주지만, 최장 8년인 변제기간을 가급적 짧게 하는 대신, 월별 변제금 크기를 늘려 단기 상환을 유도한다. 채권자에게 유리한 변제조건을 제시하는 것이다.

월소득이 많은 채무자의 경우, 개인회생에 비하면 불리하기 때문에 이를 울며겨자먹기로 받아들이게 된다. 오랜동안 채무 문제에 시달려온 채무자 개인으로선 신복위가 제시하는 상환스케줄을 거부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과거 신복위는 개인워크아웃에 대해 전치주의를 도입하는 법개정을 추진하기도 했었다. 개인회생 파산절차에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워크아웃을 거치도록 하려는 것이었다. 더욱더 채권자 우위에 서려는 의도였는데, 다행히 입법과정에서 빠졌다.

때문에 활발한 신청과 절차진행에도 불구, 개인워크아웃이 채권자입장을 반영, 채무자에게 강제적인 게 아니냐는 시각이 존재한다.

금융당국에 몸을 담고 있는 한 관계자는 "개인은 협상력에서 은행에 뒤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개인워크아웃은 금융채권자가 개인 채무자보다 월등히 강한 협상력을 갖고 있다. 여러 금융회사에 채무가 연체된 경우 자세한 정보를 채무자 당사자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신복위에서는 이를 다 파악할 수  있다. 채권추심으로 한껏 위축되어 있는 채무자에게 다른 여지는 없어 보이게 만든다.

개인의 경우 특히 금융지식이 부족해 금융채권자들과 재협상을 유리하게 진행할 수 없다. 재협상 조건에 대해 충분히 숙고하지 못한 채, 불리한 계약을 맺을 확률이 높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계자는 “특히 20대 개인들은 장기적으로 양질의 노동력을 제공할 계층이고, 인적자본을 쌓아 사회에 많은 부가가치를 제공할 자원”이라며 “정부는 이들의 부족한 금융지식을 보충할 전문인력을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개인채무자의 협상력을 높여줄 채무자대리인제도의 확대가 매우 중요하다. 또한 상환스케줄을 채무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선택권을 부여하는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최근 금융위는 신복위 제도를 개선, 체증식 상환방식을 상반기중 도입하도록 한 것이 기대를 모은다. 이를테면 총 8년 상환기간 동안 초기 2년에 10%를, 잔여 6년간 90% 를 납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어쨌든 개인은 워크아웃을 대하는 기업인의 입장과 비교하면 협상력의 열위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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