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자면 현행법상 ‘원조권(元祖權)’은 존재하지 않는다. 제목만 보고 원조권을 취득하는 방법이 궁금해 이 글을 읽기 시작한 사람은 다음 내용을 읽을 필요가 없다. 현재 원조권은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원조권’에 대해 글을 쓰고자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은 몇몇 사례에서 드러난 문제의식 때문이다.

사례 1. ‘허니버터칩’이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꿀과 버터를 주재료로 해 비슷한 맛을 내는 과자들, ‘미투(Me Too)’ 제품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사례 2. 필자가 대만 여행을 갔을 때의 일이다. 대만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대왕 카스텔라’를 판매하는 가게가 찻길을 중심으로 길 양쪽에 마주보고 있었다. 한쪽 가게는 ‘원조 대왕 카스텔라가 이쪽으로 이전했습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다른 쪽 가게는 ‘원조 대왕 카스텔라는 이전한 적 없습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각각 걸어 놓고 있었다. 최근 국내에도 ‘대왕 카스텔라’를 표방하는 다양한 업체가 문을 열고 있다. 그중에는 대만의 대왕 카스텔라 가게와 정식으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업체도 그렇지 않은 업체도 있겠지만, 소비자가 이를 구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실제로 과거 다른 업종에서는 정식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것처럼 광고한 업체도 있었다).

이와 같은 2개의 사례에서 ‘원조’ 제품의 제조사가 ‘미투’ 제품 제조사를 상대로 현행법상 어떠한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 먼저 특허에 관해 살펴보면 과자 또는 빵이더라도 그 구체적인 제조방법 또는 원료 배합비율 등은 특허법의 보호 대상이 될 수 있으나, 단순히 ‘꿀’과 ‘버터’를 주원료로 했다는 점 또는 카스텔라를 단순히 크게 만들었다는 점만으로는 특허 등록이 어렵다.

다음으로 상표에 관해 살펴보면 ‘허니버터칩’은 꿀과 버터를 사용해 만든 과자의 내용 또는 성질을 설명하는 상표이고, ‘대왕 카스텔라’ 역시 크기가 큰 카스텔라의 내용 또는 성질을 설명하는 상표이기 때문에, 그 문자 자체만으로는 상표 등록이 어렵다. 영업비밀에 관해 살펴보면 꿀과 버터를 이용해 만든 제품이라는 점과 카스텔라를 크게 만들었다는 점은 모두 제품의 외관이나 맛에서 바로 지득(知得)할 수 있는 정보에 불과하기 때문에 ‘영업비밀’로 인정되기 어렵다. 마찬가지의 이유로 그밖에 실용신안권, 디자인권, 저작권 등을 통해서도 적절한 보호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부정경쟁방지법 차목의 일반조항을 근거로 내세울 수도 있겠지만, 이와 같이 ‘꿀과 버터를 사용한 과자’ 또는 ‘대형 카스텔라’라는 ‘콘셉트’ 자체를 모방했다는 이유로 부정경쟁방지법 차목이 인정되기는 어려워 보이고, 설령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부정경쟁방지법 차목 위반에 대해서는 형사 처벌 조항이 없으므로 ‘원조’ 제품 제조사로서는 ‘미투’ 제품 제조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고, 민사 소송 과정에서 원조 제품이 상당한 노력과 비용을 들여 개발했다는 점 등을 적극적으로 입증해야만 비로소 자신에게 권리가 있다는 것을 확인받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사전적인 권리 확보, 분쟁 예방 등의 효과를 거두기는 어렵다.

이처럼 제품의 ‘콘셉트’를 모방하는 것에 대해 현행법상 보호받을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이러한 행위가 자유경쟁시장에서 허용되는 적법한 경쟁행위의 범위에 속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유사 콘셉트의 제품을 ‘미투’ 제품이라 일컬음으로써 ‘원조’ 제품과 ‘모방’ 제품을 구분하면서 ‘모방’ 제품을 비난하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일반인들의 법 감정에도 부합하지 않고, 수요자들이 음식점을 선택할 때 ‘원조’를 선호하는 경향이 분명히 존재하므로 ‘원조’ 제품이라는 것이 일정한 수준의 경제적 가치를 가지며, 시장에서도 너도나도 ‘원조’라는 명칭 또는 간판을 내걸거나 미투 제품을 제조함으로써 수요자들에게 혼동을 일으키고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유사한 콘셉트의 제품을 제조하는 것까지는 막지 못하더라도 누가 ‘원조’인지는 분명하게 밝히는 것이 옳지 않을까? 이것이 필자가 ‘원조권’을 생각하게 된 배경이다.

사실 ‘원조권’의 개념을 필자가 처음으로 주장한 것은 아니다. 즉, 필자 역시 ‘원조권’의 개념에 관한 ‘원조’는 아닌 셈이다. 필자가 처음 ‘원조권’에 대해 접한 것은 어느 중앙행정기관 과장님의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과장님의 질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기술R&D 과제’의 경우 과제 결과에 대해 특허권을 취득할 수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과제에 참여하는 반면, ‘서비스R&D 과제’의 경우 R&D의 결과에 대해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렵고 누구나 쉽게 모방할 수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들이 과제에 참여하기를 꺼린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서비스R&D 과제 결과물에 대해 법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없겠느냐는 것이 질문의 요지였다.

이에 필자는 미국과 일본의 논문 등을 검색했고 그 결과 일본지재학회지에 실린 하타카마 히로시 교수의 ‘서비스 이노베이션 촉진을 위한 새로운 지식재산권의 제안’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견했다. 이 논문에서 하타카마 교수는 서비스 산업에서의 혁신 촉진을 위해 새로운 지식재산권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창했고, 그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으로서 ‘원조권’이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특허법상 ‘발명’의 성립 요건 중 하나인 ‘자연법칙의 이용’에 관한 요건을 대폭 완화해, 혁신적인 서비스 등을 최초로 시작한 자에게 원조권을 부여한다. 원조권자는 원조권의 대상 서비스를 실시할 때 자신이 해당 서비스에 대한 ‘원조’임을 독점적으로 표시할 권리를 가지나, 해당 서비스를 독점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 권리를 취득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원조권이 등록된 서비스를 실시하고자 하는 자는 원조권자로부터 허락을 받지 않더라도 자유롭게 해당 서비스를 실시할 수 있으나, 그 과정에서 해당 서비스에 관한 원조가 위 원조권자임을 표시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원조권’ 제도가 도입된다면 특정인에게 과도한 독점권이 부여되어 산업의 발전이 저해되는 일 없이도 원조권자가 시장에서 어느 정도 경쟁상의 우위를 점할 수 있고, ‘원조’를 찾고자 하는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킴으로써 시장에서의 신뢰성과 안정성을 도모할 수 있다.

물론 ‘원조권’이 실제로 입법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가장 중요하고도 어려운 문제가 원조권의 등록 여부를 어떻게 판단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주로 기술을 대상으로 하는 특허의 경우 ‘진보성’의 개념을 객관적으로 상정할 수 있다. 하지만 서비스의 경우 시장에 선보여지기 전까지는 어떠한 서비스가 ‘우위’에 있는지 알 수 없어서 어느 것이 혁신적인 서비스인지를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조권의 등록에 관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원조권이 난립하게 되어 원조권이 사실상 무의미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원조권의 보호 대상을 서비스로만 한정할 것인지, 아니면 앞서 언급한 사례와 같은 공산품까지 확대할 것인지도 고민이 필요한 문제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하더라도, ‘미투 업체’가 타인의 노력에 편승하는 부당한 경쟁행위라는 점에 대한 인식이 존재하고, 이로 인해 ‘원조 업체’가 실질적인 경제적 손해를 입고 있고 ‘미투 업체’가 경제적 이득을 취하고 있는 이상, 이와 같은 행위에 대한 제재 수단을 마련해야 하는지, 어떠한 제재 수단을 마련할지는 논의가 필요한 문제가 아닐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