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대형 투르보그래프 퍼페추얼 푸르 르 메리테가 전시된 랑에 운트죄네 부스. 출처=SIHH

지난해 명품 시계 브랜드들은 엔트리 라인업 강화에 열을 올렸다. 전 세계적인 경기 불황의 여파로 얼어붙은 시계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가격 부담을 줄인 시계를 선보이며 소비자들의 지갑 공략에 나선 것이다. 롤렉스는 8년 만에 자사의 엔트리급 시계인 에어킹을 부활시켰고, IWC 또한 500만원대 파일럿 워치인 마크 XVIII를 공개해 시계 입문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까르띠에는 끌레 드 까르띠에 컬렉션에 스테인리스 스틸 버전을 추가했고, 피아제는 브랜드 최초의 스테인리스 스틸 워치인 폴로 S를 발표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보다 하이엔드급에 속하는 바쉐론 콘스탄틴과 파텍필립 역시도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의 시계를 선보이며 이 같은 추세에 동참했다. 파텍필립의 유일한 대항마로 꼽히는 랑에 운트 죄네 또한 1000만원대의 엔트리 워치인 삭소니아 신을 통해 브랜드 문턱을 한결 낮췄다. 그러나 랑에 운트 죄네의 엔트리 워치는 위의 시계들과 달랐다. 스테인리스 스틸이 아닌 핑크 골드 소재의 케이스를 장착한 것. 무려 엔트리 모델이 ‘금시계’인 랑에 운트 죄네는 오직 골드와 플래티넘 등의 고급 소재만을 사용해 연간 단 몇천 점 내외의 제품만을 한정 생산하는 명품 중의 명품 시계 브랜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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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개의 컴플리케이션을 한 몸에 담은 투르보그래프 퍼페추얼 푸르 르 메리테. 출처=랑에 운트 죄네

올해 랑에 운트 죄네는 SIHH(스위스고급시계박람회)에서 하이엔드 워치 메이킹 노하우가 집약된 시계를 선보이며 자사의 기술력을 뽐냈다. 2017 SIHH를 통해 공개한 신제품 중 투르보그래프 퍼페추얼 푸르 르 메리테, 자이트베르크 데시멀 스트라이크, 랑에 31이 특히 주목할만 한데 그 면면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40mm 남짓한 시계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감탄이 절로 난다. 투르보그래프 퍼페추얼 푸르 르 메리테, 발음조차 어려운 이 시계는 5개의 컴플리케이션을 통합한 걸작이다. 중력으로 인한 오차를 상쇄하는 투르비옹, 스포츠 경기나 레이스 기록을 잴 수 있는 크로노그래프, 시간을 나눠서 측정할 수 있는 기능인 스플릿 세컨즈, 월, 날짜, 요일, 문 페이즈, 윤년 주기까지 알려주는 퍼페추얼 캘린더 그리고 불필요한 동력 상실을 막는 퓨제 앤 체인 트랜스미션을 한 몸에 담은 것. 여기에 직경 43mm의 플래티넘 케이스와 블랙 악어가죽 스트랩을 매치해 품격 있는 외관을 완성했다.

 

▲ 독특한 색감의 허니 골드 케이스가 시선을 가두는 자이트베르크 데시멀 스트라이크. 출처=랑에 운트 죄네

자이트베르크 데시멀 스트라이크는 오로지 랑에 운트 죄네 시계에서만 볼 수 있는 색감의 허니 골드 케이스가 특징이다. 알다시피 순금은 너무 무르기 때문에 워치메이커들은 보통 순금을 은, 구리 등 다른 금속과 합급 처리해 소재의 강도와 내구성을 높여 사용한다. 이때 기타 금속의 첨가 비율에 따라 옐로, 화이트, 핑크, 로즈, 레드, 베이지 등 다양한 색상의 금이 탄생하는데, 랑에 운트 죄네를 포함한 몇몇 명품 시계 브랜드에서는 고유의 금 주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롤렉스의 에버로즈 골드나 오메가의 세드나 골드가 대표적인 예. 랑에 운트 죄네의 허니 골드는 옐로 골드보다 세련되고, 핑크 골드보다 점잖은 분위기를 전한다. 자이트베르크 데시멀 스트라이크는 소재뿐만 아니라 기능 또한 주목할만 한데, 다이얼 중앙엔 점핑 아워와 점핑 미닛 창이 자리하고 있고, 데시멀 스트라이크 메커니즘을 장착해 매 시간 정각과 이후 10분이 흐를 때마다 소리로 시간을 알려준다. 데시멀 스트라이크 메커니즘은 4시 방향의 푸시 버튼을 통해 온/오프가 가능하며, 모든 기능은 부품 하나하나를 수작업으로 완성한 인하우스 무브먼트인 L043.7 칼리버로 구동한다.

 

▲ 무려 31시간의 파워 리저브를 전하는 랑에 31. 출처=랑에 운트 죄네

기계식 무브먼트의 성능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무브먼트 동력을 뜻하는 파워 리저브(Power reserve)가 그것인데, 얼마 동안 시계가 작동할 수 있는지를 의미한다. 자동차의 연료 계기판, 휴대폰의 배터리 표시창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예를 들어 파워 리저브가 48시간이라면, 태엽을 끝까지 감았을 때 약 이틀 동안은 시계가 무리 없이 작동한다는 소리다. 보통 40시간 전후의 파워 리저브가 일반적이며 최근엔 시계 제조 기술력이 발전함에 따라 72시간, 80시간 혹은 10일의 파워 리저브를 제공하는 시계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2017 SIHH에서 랑에 운트 죄네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도도한 인상의 시계 한 점을 내놓았다. 랑에 31이 바로 그 주인공. 무려 31일의 파워 리저브를 전하는 이 시계는 풀 와인딩 시 한 달 남짓한 시간 동안 정확한 시간을 알려준다. 그레이 다이얼을 탑재한 화이트 골드 버전으로 재탄생한 랑에 31은 3시 방향의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를 통해 잔여 동력을 확인할 수 있으며, 100점 한정 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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