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이 본사인 우진 페인트(대표 최광석)는  최근 천신만고 끝에 법정관리에서 졸업했다. 무려 3년여동안 3번의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고서야 회생절차를 졸업, 재기를 다짐할 수 있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17일 이 회사가 회생계획에 따른 변제를 시작했고 앞으로 회생계획의 수행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 회생절차종결결정을 내렸다.

규모가 크지 않은 중소기업인데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여러차례 절차를 밟아야 했던 이유는 뭐였을까.

우진페인트는 지난 1972년에 설립하여 특수도료생산 전문업체로 시작하여 오늘날, 도료 종합생산업체로 성장해 왔다. 주요 생산제품은 건축용 도료, 피혁용 도료, 중방식 도료, 목공용 도료 등이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14년 대전지방법원에 처음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당시 법원측이 지명한 조사위원은 회사의 과거 5년간 판관비, 특히 인건비 지출을 감안했을 때 계속기업가치(존속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다. 향후 영업이익을 추정했을 때 채무를 변제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의견이었다.

회계사가 업무를  맡을 수 있는 조사위원은 기업회생신청을 한 회사의 재무사정을 조사, 채무변제가 가능한지 법원에 보고하는 역할을 한다.

회사 관계자는 “회사가 5년전 임직원 70명에서 회생 신청 즈음 약 20명으로 구조조정을 해왔는데, 조사위원은 과거 5년간 지출된 인건비를 기계적으로 평균을 냈다”며 “인건비가 감소하는 추세를 반영하지 않은 채 평가하는 바람에 기업가치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관여하는 조사위원 누구냐에 따라 결과 달라져

대전지방법원으로부터 회생 기각 결정을 받은 후, 이 회사는 2015년 1월에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두 번째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지정한 조사위원은 법정기일내에 회사의 조사 결과를 판사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고 회사 관계자가 설명했다. 페인트 제조원가에 대해 조사위원이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두 번째 기각사유였다.

이와 달리 세 번째 신청  때, 담당 조사위원은 기업가치가 파산 할 때보다 높다고 평가했고 대부분의 채권자는 이 같은 평가에 동의하여 회생계획안을 받아 들였다.

관여하는 관리위원은 고압적, "모멸감 느껴"

이 회사 관계자는 두번째 기업회생 신청 때 관리위원에게서 심한 모멸감을 받았다고 한다.

법원이 위촉하는 관리위원은 법정관리를 받고 있는 회사의 관리인(전 대표이사) 업무를 총괄하는 역할을 한다.  회사 관계자는  “관리위원이 매번 고압적인 자세로  회사 임직원들을 범죄인 취급하기도 해, 관리위원이 파산부 판사보다 높은  줄 알았을 정도”라며 "매번 굽신굽신 거리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을 견디기 어려웠다” 고 토로했다.

그는 이 때 “청와대에 민원이라도 넣어야 하나라는 고민까지 했다”고 털어놓았다.

같은 해 9월  3번째로 기업회생 신청을 할 때까지 회사의 피해는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우선 신청 때마다 납부해야 하는 예납금이 버거웠다. 처음 대전지방법원 신청 당시 3000만원을 납부했고, 두 번째 서울중앙지방법원 신청때 3500만원, 세 번째 신청때도 3500만원을 냈다. 어려운 기업살림속에  총 1억 원을 지출해야 했다.

기업의 지속성에 대해 불확실한 상황이 길어지면서, 매출 거래처와의 관계가 단절 됐고 원자재 업체로부터 신용으로 원자재 매입이 어려워, 현금을 주고 매입해야 했다. 자연히 매출이 감소하고 자금 유동성이 불안할 수 밖에 없었다.

회사 관계자는 “회사가 3번의 회생신청을 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이 회사를 살리겠다는 단합된 힘이 없었다면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회사가 회생절차를 조기에 졸업했다는 것은,  앞서 대전법원과 서울법원에 신청한 두 번의 회생절차에서  각 법원이 회사의 기업가치를 잘못 판단한 것 아니냐, 무엇이 기준이냐”고 반문했다.

이 회사 기업회생을 대리했던 정동현 변호사(법무법인 현우 대표변호사)는 “지방에서 기업회생절차가 실패하는 사례들이 많다보니, 전문성이 있다는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기업회생사건이 몰리고 있다”며 “하지만 지방과 서울의 법원이 통일된 매뉴얼을 갖지 않아 어려운 한계기업들이 회생절차 과정에서 회생하지 못하고 청산하는 사례가 많은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정 변호사는 또 “올 3월부터 출범하는 도산법원이 이런 혼선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제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