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제작년에는 메르스가 발목을 잡더니, 이번에는 사드가…”

한 여행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우리나라를 강타하면서 중국인 관광객(유커)의 발길이 한동안 끊어져 관련 업계가 어려움을 겪었던 때가 있었다. 이번에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ㆍTHAAD)배치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복성 조치가 이어지면서 업계에 다시 긴장감이 돌고 있다.     

새해부터 중국 정부가 한국과 중국 항공사들의 1~2월 전세기 운항 신청을 불허했다. 전세기의 경우 주로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이용하기 때문에 중국인을 상대로 하는 여행업계는 물론 중국 고객 비중이 높은 면세점 등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단체 관광객을 한국으로 보내는 역할이 중요한데 중국 정부 특별한이유 없이 전세기 운항에 제동을 걸면서 관광객 감소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매출 감소를 야기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수는 51만6956명으로 전년동월과 비교해 1.8% 증가하는 데 그쳤다. 1~11월 성장률이 36.5%였던 것과 비교하면 업계의 우려가 현실로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중국 정부의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성 조치가 중국의 최대 명절인 ‘춘제(1월27일~2월2일)’ 기간 동안 기대할 수 있는 유통가 특수가 실종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K뷰티의 경우 이미 타격을 받고 있다. 중국 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질검총국)이 지난 3일 발표한 ‘2016년 11월 불합격 화장품 명단’에서 수입 허가를 받지 못한 제품 28개 가운데 19개가 애경·이아소 등 한국산 화장품으로 모두 반품 조처됐다.

국내 면세업계도 유커의 방문이 줄어들고 상황이 좋지 않은데 국내 면세점 사업자는 늘어난 상황이라 신규 사업자를 중심으로 출혈 경쟁 심화와 매출 하락이 우려된다.

실제로 지난해 새롭게 사업장을 연 5곳 모두가 수백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한데다,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가시화되는 사드 후폭풍이 실적 악화의 수순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단체 관광객 방문을 제지하고 있기 때문에 업계는 왕홍(중국 파워 블로거) 초청을 통해 경험을 중시하는 자유여행객(싼커)를 공략할 계획”이라며 “대목을 기대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다양한 마케팅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관광지도 펼쳐라” 왕홍∙싼커 키워드에 집중

HDC신라면세점이 춘절을 앞두고 유통업계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는 ‘싼커’(현지 거주 20~30대 중국인 1000명)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의 55%가 면세점 쇼핑을 가장 선호했다. 한국 방문의 목적으로 쇼핑(36%)이 1위에 올랐고, 이들 중 절반 이상은 면세점 쇼핑(55%)을 택한 것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개별적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젊은 중국인 잡기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먼저 신라아이파크면세점 본점은 오는 20일부터 다음달 말까지 중국인이 선호하는 숫자 8을 활용한 이벤트 프로모션을 실시한다. 당일 8달러 이상 구매고객 888명에게는 중국식 세뱃돈 봉투(홍빠오)를 매일 지급하며 1등 8명에게는 88만원 상당의 선불카드가 제공된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 1일부터 명동점을 방문해 1달러 이상 구매한 외국인 개별관광객 전원에게 남산 N타워 입장권과 경복궁 한복 체험권이 포함된 ‘서울 여행 패키지’를 증정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 여행후기 공유사이트 마펑워 서베이 분석 결과, 유커들에게 인기를 끈 장소로 남산N타워(1위)·경복궁(3위)이 상위권에 분포되어 있었다. 이에 따라 쇼핑과 함께 서울 관광에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면세점 측의 복안이다.

신라면세점은 오는 20일까지 신라면세점이 운영하는 중국 현지 왕홍집단인 ‘신라따카’ 15명을 초청해 춘절을 겨냥, 한국 관광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이번 투어는 서울과 제주에서 진행되고 있다. 경험을 중심하는 싼커(중국인 개별 관광객) 특징에 맞춰 호텔룸쇼, 와인파티 등 럭셔리 체험부터 지역의 숨은 맛집 문까지 다양하게 이뤄질 예정이다. 뷰티클래스, 다도·한복 체험, 팝아트 체험, 감귤따기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단순히 쇼핑만 하던 관광에서 벗어나 ‘고부가 한국관광’을 알린다는 계획이다.

갤러리아면세점 63은 여의도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관광 콘텐츠와 연계, 여의도를 관광명소화 하기 위한 마케팅을 마련했다. 내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전개하는 '엔조이 여의도' 이벤트는 다음달 28일까지 1달러부터 800달러까지 구매금액에 따라 여의도 스케이트장 입장권, 아라호 탑승권, 아쿠아리움 및 전망대 입장권 등을 증정한다.

오는 26일부터 다음달 28일까지는 아라호, 여의도공원스케이트장, 여의도 영화관 등 여의도 주요 관광지 티켓 제시하면 100 달러 이상 구매 시 1만원의 즉시 할인이 가능한 금액할인권을 증정한다.

서울을 방문하는 외국인 자유관광객을 위한 시내 유명 관광지와의 연계 프로모션도 열린다. 오는 26일부터 다음달 28일까지 ‘관광티켓 금액권 교환 이벤트’를 진행한다. 경복궁, 덕수궁, 창덕궁 등 서울 시내 주요 고궁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트릭아이미술관 등 시내 유명 관광지의 입장 티켓을 제시하면 갤러리아면세점63에서 50 달러 이상 구매 시 사용할 수 있는 5000원 금액할인권을 증정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면세점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중국 현지에서 전해오는 분위기 역시 좋지 않아 단체 관광객이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해 보이지만 대안으로 급부상하는 싼커를 겨냥해 한국에서 쇼핑과 경험을 동시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승부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