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만나 100만개의 일자리를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이는 소비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에 미군상인들의 판로를 열어주겠다는 뜻이에요. 최초 알리바바가 자국의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던 장면을 기억한다면, 어쩌면 마윈 회장은 정부가 원하는 말을 절묘하게 던질 줄 아는 진짜 상인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 자체로 의미가 큽니다만, 냉정하게 말해 공수표는 공수표에요. "가상현실 사업을 육성해서 어디보자..한 10만개 정도 일자리 창출할께요"라고 대충 뭉개는 모 정부의 발표와 비슷합니다.

 

CJ E&M의 비전
1인 방송 전성시대가 왔다고 기사를 쓰던 것이 바로 어제같은데, 벌써부터 업계의 분위기가 확확 변하고 있습니다. MCN이 등장하더니 비즈니스 모델을 찾고, 서로 갑론을박을 하더니 아예 레거시 미디어 플랫폼의 진출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중국의 왕홍 모델을 참고하자는 말이 도는가 싶더니 '중국 만세!'를 외치는 사람들도 많아졌어요. 정말 기자일로 밥 벌어먹기 어려운 시대입니다. 왜 이렇게들 빠른지.

1인 방송. 뭐 사실 대세죠.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전국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 행태 조사에 따르면 국내 10대의 90%가 모바일 인터넷을 이용하고 4명 중 1명은 1인 방송을 시청한다고 합니다. 처음 이 발표를 보고 들었던 생각은, "나머지 10%는 청학동에 사나?"였고, "4명 중 3명이나 1인 방송을 보지 않는다고?"였어요. 유튜브 키즈 시대. 1인 방송은 뜨겁습니다.

원래 1인 방송은 국내의 경우 생중계의 아프리카TV, 해외의 경우 유튜브나 트위치 등이 선도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아프리카TV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으로 질타를 받곤 했습니다. 딱 사회면 단신 정도에나 이름을 올리는 수준. 그런데 이제는 거대산업으로 변했습니다.

최근 업계의 상황도 흥미롭습니다. 아프리카TV는 대도서관의 유튜브 망명으로 인기BJ들의 이탈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OTT 산업 전반에 대한 규제의 덫이 조여오는 상황에서 유튜브로 떠나 새로운 세상을 만끽하고 돈을 많이 벌겠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협업 BJ 방식이 나에게 맞지 않아서'라는 망명의 변을 말하는 BJ도 있더군요. 개그맨 김재동이 1인 토크의 강자로 군림하다가 버라이어티쇼의 범람으로 입지가 좁아졌던 점이 떠오르네요. 하지만 전 그냥 '돈 많이 벌고 싶어서'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뭐, 개인의 자유니까 이것 가지고 비판하면 곤란합니다. 아프리카TV를 떠나는 BJ들은 '원래 떠나고 싶어했던 BJ'라는 것이 중론이고, 당장 아프리카TV의 타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니 일단 설명은 여기까지.

유튜브는 레드에 이어 슈퍼챗을 도입해 수익모델을 추구하고 있어요. 페이스북은 중간광고 도입을 고민하고 있으며 카카오도 한 칼을 빼들었습니다. 네이버는 V를 돌려보던 '가닥'을 살려 리뉴얼에 나서고 있으며 한성숙 대표 체제에서 스몰 비즈니스 전략을 더욱 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1인 미디어와 스몰 비즈니스라. 절묘합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전 CJ E&M의 다이아TV가 흥미롭습니다. 레거시 미디어의 본격적인 참전임과 동시에 진정한 MPN의 구현이거든요. 최근 신년회 행사를 열어 유튜브와 카카오, 네이버 등의 전략을 소개하기도 했으며 독자적인 플랫폼 전략을 다수 발표했습니다. 다이아 핑거스라는 글로벌 프로젝트도 훌륭합니다. 박수. 짝짝짝.

▲ 출처=캡처

그런데 왜 난...프로 바비큐 선수가 생각날까?
지난해 후배 기자로부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CJ E&M이 다이아TV를 런칭하는데 내부적으로 큰 관심이 없다는 충격적인 말. "OCN 시리즈가 워낙 돈 잡아먹는 하마라서, 어차피 폐지하는 상황에서 관심있는 다이아TV로 대체하는 분위기랍니다"고 하더군요. 실제로 다이아TV는 OCN 시리즈 채널 자리를 대신합니다.

처음에는 '혹'했습니다. 취재원을 통해 관련 분위기를 알아보기도 했어요. 결과는 사실무근. MCN에 대한 CJ E&M의 비전은 단단하고 강인해 보였습니다. 솔직히 이렇게까지 일을 벌이는데 '그냥 해보지 뭐'라는 마음가짐이라니. 헤프닝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저는 전혀 다른 곳에서 약간의 데자뷰를 느꼈습니다. 그 스멀스멀한 데자뷰는 최근 다이아TV의 신년회 내용을 보면서 더욱 짙어졌어요. 바로 일자리 창출. 물론 기자회견의 메인은 아니었지만 '다이아TV가 크리에이터라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안정된 직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일조한다'는 멘트가 있었습니다.

제가 CJ E&M의 다이아TV 신년회에서 일자리라는 단어에 유독 천착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CJ의 과거에요.

최순실 비선실세 논란으로 대한민국이 시끄럽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손경식 CJ그룹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미경 부회장의 사퇴를 종용했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어요. 나아가 CJ는 총 1조4000억원을 투자해 2017년 완공을 목표로 한류월드 부지에 테마파크 및 관광단지를 조성하는 ‘K컬처밸리’ 사업자로 나서는 한편 청계천 벤처단지내부에 52억원을 쏟아붓기도 했습니다. 새마을 일꾼이에요.

이유가 있을까요? 당연히 창조경제에 이바지하려는 CJ의 충정이 있었을 것입니다. 다만 이재현 회장 사면을 위해 CJ가 전사적으로 뛰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렸어요. 건강이 좋지않은 이재현 회장의 사면을 위해 CJ가 창조경제 선봉장에 섰다. 그럴싸한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의혹을 뒷받침하는 핵심적 단서도 있습니다. 바로 일자리. 생각해보세요. 마윈이 트럼프에게 일자리 100만개를 말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정부가 가장 원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강렬한 매력 포인트에요. 조금만 냉정하게 생각하면 공수표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아무래도 좋아요. 일자리! 일자리라니! 당장 지역구에 알려!

(부연하자면 4차 산업혁명에 따라 일자리가 엄청나게 줄어든다고 야단인데, 정부가 발표하는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 5G 및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프로젝트는 모두 일자리 창출에 좋다고 호들갑이더라고요. 희한한 세상입니다. 산수를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하나...)

CJ도 마찬가지입니다. 목적이 무었이었든 정부의 창조경제를 위해 열심히 달리는 상황에서 일자리 창출에 전사적으로 집중한 바 있어요. 그런데 우리의 CJ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아예 일자리 연금술까지 시도합니다. 없던 일자리를 새로 만들어버리는 거에요! 대표적인 사례가 '프로 바비큐 선수'라는 직업입니다. 이는 tvN 대국민 창직 오디션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라는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 의도까지 폄하할 생각이 없습니다. 하지만 과유불급. CJ의 이러한 시도들은 비선실세의 그림자와 더불어 다소 씁쓸한 뒷맛을 남깁니다.

▲ 출처=다이아TV

그래서 다이아TV의 일자리 이야기가 신경이 쓰입니다. 침소봉대하는 것일 수 있지만 말 하나하나에 기본적인 방향성이 있다고 하잖아요? 만약 다이아TV가 아직도 '일자리 공수표'를 날려 뭔가 해내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MCN이 발전하면서 당연히 일자리 창출 가능할겁니다. 하지만 굳이 이러한 말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 다이아TV를 격하게 사랑하는 입장에서 다소 아쉽습니다. 정확한 일자리 창출 데이터를 산출할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추상적인 접근은 의심받기 딱 좋습니다. 무결점 다이아TV의 미래를 기대하며 감히 소소하게 남기는 마지막 조언입니다.

[IT여담은 취재과정에서 알게된 소소한 현실, 그리고 생각을 모으고 정리하는 자유로운 코너입니다. 기사로 쓰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한번은 곰곰히 생각해 볼 문제를 편안하게 풀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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