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Silk Road)는 고대 중국과 서역 각국을 연결하는 비단길을 뜻한다. 정치 및 경제, 문화를 이어 준 교통로의 총칭을 말하며 길이 6400㎞에 달하는 장구한 이동의 역사다. 중국의 중원에서 시작해 허시후이랑을 가로질러 타클라마칸 사막, 파미르 고원, 중앙 아시아의 광활한 초원을 넘어 이란 고원과 지중해 동안을 관통하는 대장정의 역사. 그 굴곡진 길 사이사이 얼마나 많은 상인들의 땀방울과 전해지지 못한 노랫말이 맴돌았을까.

미국 드라마 <마르코 폴로>는 이러한 실크로드의 역사와 흐름을 함께 한다. 첫 장면은 마르코 폴로의 아버지가 원나라 황실에서 자신의 아들을 볼모로 두고 떠나면서 시작되는데, 이러한 풍경 자체가 서양과 동양의 만남이 비극적이고 이질적인 ‘그 무언가’를 뜻한다면, 너무 나간 해석일까.

그리고 세월이 흘러 21세기, 중국은 이제 새로운 실크로드 시대를 꿈꾸고 있다. 중국 정부가 발표한 실크로드 경제벨트와 21세기 해상 실크로드가 일대일로(一帶一路)의 흐름을 타고 찬란하게 등장했기 때문이다. 2013년 9월 카자흐스탄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실크로드 경제벨트의 원대한 구상을 발표했고, 같은 해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비공식 정상회의에서 21세기 해상 실크로드의 구상이 베일을 벗기에 이르렀다.

경제적 대동맥을 전 대륙과 해상의 요충지를 통해 건설하고 이를 기반에 둔 중국 중심의 대단위 전략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화 패권주의는 다양한 전자 및 IT 분야에서 불처럼 뜨거운 오성홍기의 그림자를 떨구고 있다. ‘모든 꿈은 중국에서, 그것이 어렵다면 최소한 그 시작은 중국에서.’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은 역사의 깊숙한 곳에서 제2의 실크로드를 끌어 올렸다. 중화 패권주의의 허망한 발로인가. 새로운 시대의 질서를 구축할 수 있는 격변의 순간인가. 글로벌 거버넌스를 둘러싼 새 시대의 바람은, 중국의 오성홍기를 춤추게 한다.

지금까지 중국은 아시아 문명의 중심이자, 천자국(天子國)으로 군림해왔다. 절반이 이민족 정복의 역사지만 진시황 이래 광활한 대륙을 무대로 하나의 중국을 꿈꿨으며 이는 동북아시아를 비롯해 세계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당나라는 국제국가의 면모를 풍기며 시대를 주도했고, 종이·인쇄술·화약·나침반의 본산인 송나라는 당시 전 세계 GNP의 60%를 차지했으며 GDP는 유럽의 다섯 배에 달했다는 연구결과가 있을 정도다. 중국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그렇게 알리고 싶었던 찬란한 역사, 그 유구한 시대의 물줄기는 분명한 사실이다.

▲ 청명상하도. 출처=위키디피아

서세동점… 그리고 도약의 영광
하지만 19세기 산업혁명의 시작과 더불어 서세동점(西勢東漸)의 시대가 이어지며 판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청나라에 이르러 중국은 산업혁명의 바람을 타고 제국주의 식민시대를 연 새로운 세력에 일격을 당한다. 중국의 입지는 아편전쟁을 기점으로 휘청였으며, 결국 조선을 식민지로 전락시킨 일본의 군화에 유린당하기에 이른다.

이어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나름의 국제질서가 짜이며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 시대가 열렸고, 중국은 역사 이래 겪어보지 못한 고난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지금까지 중국이 고안하고 마련했던 많은 역사적 산물은 쓰레기통으로 향했고, 그 이상과 꿈은 그들만의 오래된 추억으로 남는 듯했다. 궁극적으로 공산당이 정권을 잡았으나 인민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고, 여전한 혼란은 과거 군벌 시대의 그것과 비교해도 나아졌다는 평가를 내리기 어려웠다.

그러나 중국은 포기하지 않았고, 기어이 일어서고 말았다. 또 한 번 시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21세기가 시작되며 조금씩 꿈틀거리던 중국이 최근 깊은 잠에서 깨어났기 때문이다. 냉전시대가 끝나고 데땅트의 시대가 오자 국제정치무대에서 운신의 폭이 넓어진 것도 주효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막대한 노동력으로 저가의 물품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세계의 공장을 자임하며 기회를 엿봤고, 결국 기술의 발전을 바탕으로 새로운 제국시대의 재림을 원하던 서구세력과의 적절한 연합과 거래 등을 구사하며 화려한 재기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지금은 어떤가. 세계의 생산공장에서 세계의 소비시장으로 급변신하고 있다.

바야흐로 대국굴기(大国崛起)의 시대다. 현재 중국은 다방면에서 장대한 대국굴기의 꿈을 구체화시키기 시작했다. 지난해 승전 70주년 기념식 및 열병식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시진핑 주석은 군사굴기의 꿈을 드러내며 ‘평화와 공존’을 언급하는 등 외부의 시선을 의식하는 분위기를 풍기기는 했으나 엄밀히 말해 이는 일종의 무력시위로 봐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특히 전자 및 ICT 사업의 현재와 미래에 시선이 집중된다. 1990년대만 해도 최첨단 산업과는 동떨어진 시대를 살던 중국이, 이제는 그동안 발전하지 못한 한이라도 풀려는 듯 공격적인 발전상을 보여줘 눈길을 끈다. 2015년 5월 미국의 소리(VOA)의 대담 프로그램에 나선 중국학자 천쿠이더(陳奎德)의 발언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는 중국 정부가 발표한 ‘국민경제와 사회발전을 위한 제13차 5개년 계획 건의안’을 두고 “중국은 국제 질서에서 변화를 원하고 있다”며 “잠재적 대립관계를 설정해 중화제일주의를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중국의 야심이다.

 

“반도체 대국굴기”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인텔과 삼성전자 등이 주도하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의 인텔과 메모리 반도체의 삼성전자는 각자의 영역을 충실히 지키며 나름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경쟁자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는 분위기다. D램에 있어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18나노 양산을 개시했으며 올해 초에는 10나노 중반대 진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도 세계 최대 용량인 8GB(기가바이트) LPDDR4X(Low Power DDR4X) 모바일 D램을 출시하기도 했다. 기존 8GB LPDDR4 패키지 크기 대비 30% 이상이 줄었으며(12㎜×12.7㎜), 두께도 1㎜ 이하로 같은 용량 제품 중 가장 작은 면적을 차지한다는 설명이다.

낸드플래시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해 64단 양산에 성공했으며 SK하이닉스는 대대적인 투자를 천명하며 시장 장악에 나서는 분위기다. 충북 청주에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2017년 8월부터 2019년 6월까지 2조2000억원을 투자해 반도체 공장 건물과 클린룸을 건설한다. 작년 8월 SK하이닉스는 46조원을 투입해 경기도 이천과 충북 청주에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 설립된 M14를 포함해 총 3개의 반도체 공장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반면 중국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큰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D램과 낸드플래시에서 한국과의 기술격차가 최대 10년 이상 벌어졌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메모리 반도체 슈퍼 사이클, 즉 장기호황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중국의 반도체 기술은 대국의 풍모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반격도 만만치 않다. 반도체를 ‘산업의 쌀’로 규정하고 정부 차원의 막강한 지원정책을 꾸리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중국 정부는 향후 10년간 약 170조원을 반도체 산업에 투자하며 자급률을 끌어 올린다는 복안이다. 국가IC산업 투자기금을 설립한 대목에도 집중할 필요가 있다.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중국 정부 차원의 국부펀드며, 초기 자금규모만 1200억위안(약 21조원), 지방정부 기금 및 사모기금이 600억위안(약 10조원)에 달한다. 해당 펀드 자금 중 이미 칭화유니그룹에만 100억위안이 지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국영 반도체 기업인 XMC는 후베이성 우한에 총 27조원을 투자해 20만장의 웨이퍼를 생산할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3D 낸드플래시 역량을 잡겠다는 의지다.
칭화유니그룹의 사례도 의미심장하다. 지난해 7월 XMC를 인수합병하는 식으로 세운 창장메모리를 내세워 국가반도체산업투자기금, 후베이성 지방펀드, 후베이성 과학투자 공동투자건설 등과 공동으로 지난해 12월 메모리 반도체 공장 설립을 시작한 바 있다. 나아가 청두와 난징에도 700억달러에 달하는 공장을 세운다고 한다.

최근 발표한 중부지역 굴기를 위한 13차 5개년(2016~2020년) 계획에 메모리 반도체 사업이 비중 있게 삽입된 것도 중요하다. 미국 마이크론(Micron Technology, Inc.)과 샌디스크(SanDisk Corporation) 인수에 실패했으나 움직이는 행보 자체가 역사로 여겨진다.
지난해 중국 반도체 분야의 인수합병 사례는 총 35건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2015년과 비교해 2배 증가한 수치다. 세계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중국 내에 적어도 26개의 반도체 공장이 들어선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 외에도 반도체 대국굴기를 위한 중국의 전격전은 눈부시다. 다만 여기에도 리스크가 있다. 최근 미국 정부가 반도체 대국굴기에 나서는 중국을 경계하며 관련 규제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자문위원회가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할지 모른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미국 백악관 직속 과학기술자문회의(PCAST)의 주장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중국 반도체 대국굴기의 흐름이 기저에 흐르는 우려가 아닌, 실제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기도 한다. 반도체 사업 분야에 대해 수출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감독을 강화하라는 내용이 골자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와의 충돌도 격화되는 가운데 중국은 ‘길’을 찾고 있다.

“미래 자동차 대국굴기” 미래 자동차의 정의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 커넥티트카 등을 의미한다. 여기서 전기차를 논의의 중심에 두면 중국의 존재감은 매우 선명해진다. 최근 한국에도 지사를 세운 중국의 BYD에 시선이 집중된다. 판매 대수로 보면 테슬라를 압도하는 글로벌 1위 전기차의 위용을 보여주고 있으며, 최근에는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나서 눈길을 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BYD는 현지시장용 전기버스 생산을 위해 남아메리카에 공장 2곳을 새롭게 건설한다고 한다.BYD는 충전용 배터리 업체로 시작해 전기차 분야에서 글로벌 1위에 오른 입지전적인 기업이다. 2008년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버크셔 해서웨이 자회사인 미드아메리칸 에너지 홀딩스를 통해 2억3000만달러를 투자, 9.89%의 지분을 확보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삼성전자 중국법인도 BYD에 5000억원의 지분투자를 단행했다.

넥스트EV(NextEV)도 있다. 지난 2014년에 중국 상하이에 설립된 전기차 업체로 영국 기술진의 설계와 제작으로 E-슈퍼카 Nio EP9를 개발, 지난해 12월 뉘르부르크링(Nürburgring) 서킷을 7분 5.12초 만에 달린 최고의 성능을 자랑한다.

러에코의 패러데이 퓨처도 있다. 사실 대주주가 러에코라고 ‘패러데이 퓨처를 중국 기업으로 봐야 하는가’에는 이견의 여지가 있지만, 러에코가 전기자동차 및 전기자전거 등을 모두 전개하며 패러데이 퓨처에 집중하는 것은 사실이다. 최근 CES 미디어 이벤트에서 SUV 타입의 FF91 순수 전기차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LG화학이 만든 원통병 배터리가 들어간 FF91은 한 번 충전에 최대 378마일(약 608㎞)까지 달릴 수 있는 괴물이다. 막강한 가속능력과 자율주행을 위한 장치도 상당한 수준에 올랐다.

중국은 대기오염 및 에너지 균형적 차원에서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 등에 관심이 많다. 비록 미국의 존재감이 화려해지며 올해 전기차 시장에서는 다소 주춤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래 자동차를 위한 중국의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디스플레이 대국굴기”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존재감은 매우 강력하다. LCD 및 OLED의 강점을 통틀어 국내 기업의 강점을 빼면 ‘할 말이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대형 및 중소형 디스플레이 시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디스플레이 업계는 맹추격을 선언하고 나섰다. 대만의 폭스콘이 일본의 샤프를 품으며 중국 광저우에 610억위안을 투자, 10.5세대 LCD 설비를 마련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BOE도 2018년 완공을 목표로 10.5세대 LCD 시장을 노리고 있으며 HKC도 11세대, CEC도 11세대 LCD 투자에 나설 것이 유력하다. 차이나스타는 11세대 투자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의 크기가 커지며 각각의 플레이어들이 전사적인 채비에 나서고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중국의 반격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던 글로벌 디스플레이 전쟁의 서막이 될 수 있다. 아직 LCD가 디스플레이, 나아가 대화면 중심의 TV전쟁 향배를 결정할 중요한 키 포인트라는 점에서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OLED도 마찬가지다. BOE는 현재 건설하고 있는 10.5세대 LCD 라인 일부를 활용해 OLED 파일럿 타입 설립을 고민하고 있으며 에버디스플레이도 중국 상하이에 272억위안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OLED는 중소형을 넘어 대형 패널 시장에서도 차세대 기술군으로 꼽힌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중소형 및 대형 OLED 패널 인프라를 확충하며 선제적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중국의 야심도 만만치 않다.

▲ LGD 중국 파트너스 데이. 출처=LGD

“로봇-인공지능 대국굴기” 인공지능 및 4차 산업혁명이 화두로 부상하며 자연스럽게 로봇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 대목에서 중국은 정부 차원의 전략적 사업 목표로 로봇을 설정하고 이를 추진하기 위한 동력을 크게 키우는 상황이다. 로봇은 중국이 추진 중인 ‘중국제조 2025’ 전략의 핵심 산업이며, 최근 중국 공업정보화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재정부 공동으로 발표된 ‘로봇 산업 발전 5년 계획(2016-2020년)’의 비전이다.

특히 산업용 로봇의 경우 중국의 로봇시장은 2015년 기준 25%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LG경영연구원이 발표한 ‘중국 제조혁신 동력될 산업용 로봇 급성장’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의 중국 가전 기업들은 글로벌 로봇 기업과의 인수와 협력을 통해 나름 몸집을 키우는 상황이다. 하이얼 등 대표적인 가전 메이커들도 속속 로봇시장에 뛰어들고 있으며 중국 로봇 기업의 자국 시장 점유율은 2014년 30%에서 2015년 34%로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2019년 기준 전 세계 산업용 로봇의 40%를 중국 업체가 장악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더 무서운 것은 그 이상의 가능성이다. 진석용 LG경영연구원 연구원은 “중국의 로봇기업들이 꾸준히 기술력을 축적하는 한편, 중국 기업 특유의 가격경쟁력을 발판으로 고객기반을 확대한다면 상당한 파급력을 가질 것”이라고 전했다. 나아가 “이러한 분위기는 중국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해 눈길을 끌었다.
인공지능의 방향성도 고무적이다. 바이두의 자율주행차에 강력한 인공지능이 탑재된 점과, 화웨이 메이트9에 인공지능 기술력이 들어간 대목이 눈길을 끈다. 이 외에도 중국은 대기오염 및 빅데이터 처리, 다양한 O2O 방법론에서 인공지능 기술력을 중점적으로 펼치고 있다.

 

“스마트폰 대국굴기” 최근 의미 있는 조사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화웨이와 비보 및 오포 등 중국 빅3 제조사들의 스마트폰 판매 합계 총량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 기준 처음으로 애플을 역전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화웨이와 비보 및 오포 스마트폰의 해당 기간 판매 합계 총량은 총 2억5540만대에 달한다. 애플의 1억8680만대를 상회하는 수치며 삼성전자의 2억8070만대에도 근접했다. 삼성과 애플의 양강구도가 허물어졌다.

사실 중국 스마트폰은 브랜드 가치 및 기술력 등의 이유로 글로벌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중저가의 바람을 타고 샤오미가 나름의 동력을 보여준 바 있으나 최소한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반짝 실적을 올리는 데 그쳤다.

하지만 중국 스마트폰의 실력은 활발한 생태계 및 제조사의 유기적 교체에서 찾아야 한다. 먼저 내수시장만 보면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빠르게 발전하는 ICT 인프라와 맞물리며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그 동력이 다소 가라앉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중국 내수시장만 잡으면 나름의 발전이 가능하다는 공식은 지금도 유효하다.

여기에 주춤한 샤오미의 뒤를 이어 비보 및 오포 등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등장한 2세대 다크호스의 등장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정 제조사의 영향력에 일희일비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생태계에서 다수의 플레이어들이 빠르게 대체되고 외연을 확장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진짜 무서움이다.

“이커머스 대국굴기” 알리바바와 징둥닷컴 등으로 대표되는 중국의 이커머스, 즉 전자상거래 시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여기에는 방대한 내수시장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코트라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거래액은 20조위안(약 3509조8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된다. 일반 소비의 10%에 달하는 수치다.

이 대목에서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를 ‘신유통’의 카테고리로 격상시킨 후 종합 ICT 플랫폼 기업으로의 성장을 천명해 눈길을 끌었다. 발전하는 자국의 ICT 경쟁력을 총체적 자신감으로 아우르는 방식이다. 금융 및 O2O, 기타 다양한 영역으로의 진격이 새롭다.

 

“콘텐츠-게임 대국굴기” 콘텐츠 시장에서 중국은 매력적인 시장을 가지고 있다. 많은 인구가 경제발전에 힘입어 나라 자체가 소비대국으로 변신하는 상황에서, 내수시장의 크기는 물론 그 깊이도 더해가고 있다는 평가다. 텐센트와 마텔이 전략적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는 장면이 극적이다. 온라인 메신저 QQ를 기점으로 완구 및 애니메이션 사업 등을 공동으로 추진하는 것이 골자다.

더불어 양사는 전통적인 장난감은 물론 SNS를 기반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복안이다. 심지어 QQ패밀리를 활용한 영화 제작에도 나선다는 후문이다. 이 역시 중국의 유아동 시장 성장에 따른 성과다. 미국의 컨설팅 전문회사 맥킨지는 2015년 중국 GDP에 대한 여성의 기여도가 41%에 달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 지점에서 고소득을 올리고 있는 여성들이 증가하면서 시장의 새로운 주체로 부상하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알리바바의 자회사인 알리바바픽처스가 미국 영화제작사이자 투자배급사인 엠블린 파트너스와 파트너십을 체결한 장면도 눈길을 끈다. 엠블린은 헐리웃 영화의 대가인 스티븐 스필버그가 지난해 설립한 곳이며 앞으로 양사는 공동제작한 영화를 중국에 배급하는 작업에 협력하기로 했다. 알리바바픽처스는 아직 자체 영화를 제작한 적이 없다. 이 역시 내수시장을 노린 외부의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선택 차용하는 ‘자신감’이다.

게임의 경우 중국은 이미 독보적인 시장과 플레이어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은 2015년 1407억위안(23조8000억원) 규모로 집계, 전년 대비 22.9% 성장한 바 있다. 다만 셧 다운제를 고려하는 등의 변수가 남아있어 중국 게임 시장의 비상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