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논란을 수사하고 있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뇌물공여 금액은 430억 원 규모로 알려졌다.

특검의 재벌총수 영장 1호가 이재용 부회장으로 결정되면서 삼성은 “특검의 입장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삼성은 “대가를 바라고 지원한 일은 결코 없다”며 “특히 합병이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특검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권력의 부당한 요구를 외면할 수 없었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하며, ‘대가’를 바라고 청탁을 했다는 특검의 논리가 잘못된 것이라는 논리다. 마지막으로 삼성은 “법원에서 잘 판단해 줄 것”이라며 이후 펼쳐질 법리공방에서 자신감을 보였다.

다만 특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이재용 부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직무정지)에게 승계구도 도움을 받는 조건으로 최순실 일가를 지원한 혐의를 내세우고 있다. 나아가 지난해 12월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이재용 부회장이 뇌물공여 의혹과 위증을 했다고 보고, 이 부분에 대한 조사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소식이 알려지자 반응은 극과극으로 갈린다. 먼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정당하다고 보는 쪽은 박근혜 대통령 뇌물죄 성립을 위해 특검이 어려운 길을 ‘스스럼없이 갔다’는 후한 평가를 내린다. 당초 14일이나 15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점쳐지던 상황에서 장고를 거듭해 16일 전격적인 판단을 내렸다는 주장이다.

최근 대기업 운영을 조폭행태로 비유해 ‘청문회 스타’로 부상한 주진형 전 한화증권 사장은 방송을 통해 “이재용이 없으면 삼성은 더 잘 굴러갈 것”이라는 멘트를 남기기도 했다.

반면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가 향후 삼성, 나아가 국내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건희 회장 와병 후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의 콘트롤 타워를 맡아 나름의 실력을 보여줬으며, 갤럭시노트7 단종 정국 등에서도 효과적인 경영능력을 보인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핵심임원에 대한 특검의 수사가 시작되면 삼성은 구조적으로 흔들릴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불확실한 대외경제, 나아가 엘리엇과 같은 행동주의 펀드의 이빨이 날카롭게 빛나는 상황에서 국내 경제의 핵심인 삼성이 위기에 처했다는 논리다.

‘대가성이 없었다’는 삼성의 주장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정경유착의 가능성은 열어둔 상태에서 경제는 정치권력에 민감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이 대가를 바라고 청탁을 한 것이 아닌, ‘어쩔 수 없는 비선실세의 엄포’에 울며 겨자먹기로 자금을 지원했을 가능성도 여전히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