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픽사베이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11·3 부동산대책’에도 불구하고 정유년 부동산시장 아파트 공급과잉 우려가 커지면서 관련업계를 중심으로 ‘선시공 후분양제’가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선시공 후분양제는 투기 수요를 줄이고 역전세난(전세 공급물량이 시장에 쏟아지면서 수요자보자 공급세대수가 많아지면서 오히려 전세가격이 하락하는 현상)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거론되지만 건설업계는 회의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다.

부동산인포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39만여가구 나타났다. 2018년에는 42만가구 등 2년여간 총 81만여가구가 입주할 계획으로 역전세난의 확산과 입주자를 못 찾는 미분양 물량이 증가 등 공급과잉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일각에서는 정부에서 지난해 내놓은 ‘11·3 부동산대책’과 같이 제제 정책 이외에 주택의 공급관리와 관련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선시공 후분양제’ 실시를 주장하고 있다.

‘후분양 제도’는 공사의 80% 이상이 진행된 후 분양하는 것을 말한다. 정부는 지난 2003년 부동산 시장의 투기 과열을 식히고 아파트 분양원가의 ‘뻥튀기’ 현상을 막을 방편으로 후분양제 도입을 검토한 바 있다. 하지만 대한주택공사(현 LH 한국토지주택공사)를 비롯해 주택공사들의 부채가 커질 수 있어 후분양제 도입이 무산됐다.

한편 현재 아파트분양 시장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선분양 제도는 1977년 주택법 개정으로 도입됐다. 당시 주택보급률이 70%를 간신히 넘겼고 공업화와 도시화로 주택 대량 공급이 절실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1980년 주택보급률은 71.2%에 불과했다. 낮은 주택보급률을 끌여 올려 공급을 원활히 한다는 목표로 정부나 건설사 대신 소비자가 건설자금(계약금과 중도금)을 미리 내는 선분양제도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국토교통부 기준 2014년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은 103.5%로 2008년 100.7%를 넘긴 뒤 100%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 출처=국토교통부

선분양제는 소비자들이 견본주택과 지면자료를 참고해 청약을 하고 분양대금을 분할 납부한다. 주택사업자(건설사)의 초반 자금 부담이 적어 공급물량은 쉽게 늘어나지만 지나치게 공급자를 위한 제도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대표적으로 당초 계획과는 다른 내·외부설계와 마감재, 조경, 커뮤니티 시설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소비자와 시공사간의 분쟁도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국토부에 따르면 2010년 69건, 2011년 327건, 2012년 836건, 2013년 1953건, 2014년 1676건, 2015년 4244건 등으로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후분양제는 80%이상 시공 후 분양에 나서기 때문에 예비청약자들은 아파트 실물의 상당부분을 직접 눈으로 확인 가능하다. 선분양시 고가로 책정된 분양가로 인해 주변 아파트값이 동반 상승하는 일도 방지할 수 있다. 최근 11‧3 부동산 대책의 여파로 서울 강남권 등을 제외한 주택시장이 실수요자들 위주로 재편성되고 있는 만큼 후분양제가 주목받고 있다.

반면 후분양을 하게 되면 주택사업자(건설사)의 초기 사업비 부담이 커진다. 이에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의 초기 사업비 부담이 커지면 후분양 때 분양가에 반영돼 소비자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준공이 80% 이상 완료된 후 분양을 하면 소비자들은 선분양과 달리 짧은 기간에 중도금과 잔금을 마련해야 한다. 즉, 후분양제를 도입하게 되면 건설사와 소비자 모두 자금조달 부담이 커진다.

부담이 커지는 후분양제의 필두에는 ‘부영주택’이 있다. 지난해 말 김천혁신도시에 분양에 나선 부영의 ‘사랑으로’는 차별화 전략을 내세워 후분양카드를 들고 나왔다. 부영주택 관계자는 “앞으로 선시공 후분양제도로 분양에 나선다”며 “때문에 일반 선분양으로 가늠할 수 있는 분양 계획 물량에 대해서는 추정할 수 없다”고 후분양제 도입 의사를 내비쳤다. 3.3㎡당 분양가는 600만원~700만원대로 기준층 기준 60㎡는 1억8500만원, 84㎡는 2억3500∼2억4000만원선이다.

최근 SRT가 개통한 수서역 인근 세곡동 오피스텔 ‘강남지웰파인즈’ 역시 선시공 후분양으로 진행된다. 신영건설이 선보이는 복층 오피스텔로 2017년 준공 완료로 입주는 2월 예정이다. 3.3㎡당 분양가는 1000만원대로 타입별 평균 1억7000만원에서 3억1000만원대 매매가를 형성하고 있다. 인근 중개업체 관계자는 “좋은 입지에 선시공 후분양으로 실수요자들고 투자자들 모두 안정적인 매물”이라고 말했다. 광주 남구 월산동 ‘이안가’와 ‘광천프라임 아너팰리스’도 선시공 후분양으로 현재 분양중이거나 분양을 앞두고 있다.

우미건설도 뉴스테이(의무 임대 기간인 최소 8년 동안 상승률이 5% 이하인 임대료를 납부하며 거주할 수 있는 기업형 임대주택) 사업을 통해 선시공 후분양에 나선다. 오는 9월에 충북혁신 뉴스테이 1345가구 공급을 앞두고 있다. 뉴스테이 착공은 3월부터 들어갈 예정으로 9월 후분양을 계획하고 있다.

관련업계 한 종사자는 “선분양과 후분양 모두 정책결정권자와 업계 등 상호간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며 “다만 대출심사가 강화돼 목돈 마련이 어려운 소비자들의 경우 후분양제가 시행될 경우 주택구입자급 마련에 대한 대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대안이 없는 경우 후분양제 도입은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부도 지난해 말 발표한 ‘2017년 경제정책방향’를 통해 후분양 보증 및 대출 금액 확대와 수수료율 인하 등 지원방안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