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논란을 수사하고 있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시기의 문제였을 뿐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 큰 이견이 없었던 상황에서 혐의 입증에 자신하는 분위기다. 특검은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공여 금액이 430억원이라고 부연했다.

2015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박근혜 대통령(직무정지)에게 승계구도에 도움을 받는 조건으로 최순실 일가를 지원한 혐의가 핵심이다. 특검은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이 사실상 공동 운명체며, 삼성이 대가를 바라고 최순실을 지원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순실의 독일 현지 법인 비덱 스포츠에 제공된 자금과 정유라의 말 구입비 등을 뇌물 공여의 혐의로 판단하는 이유다.

특검의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는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죄 입증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위증 혐의도 있다. 지난해 12월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이재용 부회장은 뇌물공여 의혹과 최순실의 실체에 대해 “잘 모른다”고 답한 바 있다. 하지만 특검은 삼성의 막대한 자금이 최순실에게 흘러간 상태에서 그룹의 콘트롤 타워인 이재용 부회장이 이를 몰랐을 리 없다는 입장이다.

이재용 부회장과 박근혜 대통령의 면담 후 삼성의 지원금 규모가 크게 늘어난 정황과 더불어 최초 삼성의 최순실 지원 폭로가 나올 당시 삼성 내부에서 ‘소문을 잠 재워야 한다’는 공모가 있었다는 주장도 의미심장하다. 소위 말 맞추기 시도라는 점에서 특검의 결단에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다.

최근 장시호가 공개한 태블릿PC에 삼성 지원금 내역이 담겨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이 당시 청문회에서 위증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것도 이번 특검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지금까지 삼성이 ‘권력의 힘에 눌려 어쩔 수 없이 자금을 제공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강조했으나 특검이 장고 끝에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라는 카드를 던진 대목도 눈길을 끈다. 나아가 최지성 부회장, 장충기 사장에 대한 사법처리를 후순위로 미루고 이재용 부회장을 정조준한 것은 일각에서 제기하는 ‘삼성 콘트롤 타워 붕괴 및 경제적 악영향’을 일축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한편 특검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후, SK 및 롯데 등을 정조준하고 있다. 특히 면세점 특혜 및 사면‘딜’ 의혹을 받고 있는 최태원 SK회장이 급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