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출직 공무원 선거를 앞두고 자주 등장하는 말이 ‘후보 검증’입니다. 뒤에는 꼭 ‘혹독한’이라는 단어가 따라붙죠.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누군가 도마에 오르내리는 상황도 연출됩니다. 거두절미하고, 어찌됐건 이 같은 검증 절차는 매우 중요합니다. 선거는 국민을 대신해 일할 사람을 뽑는 절차니까요.

기업 역시 흥망성쇠 과정에서 검증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흔히 세력을 급속히 불리거나 새로운 시장에 진출을 시작할 때 이뤄지죠. 투자자 입장에서는 당연한 접근입니다. 회사의 진정한 가치가 궁금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이 펼치는 사업이 성공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만큼 충분한 정보가 필요합니다. 소비자도 마찬가지. 내가 돈을 지불하고 구매하는 제품·서비스의 가치가 충분한지 따져봐야 하는 게 인지상정입니다.

양날의 검이기도 합니다.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이 세력을 키우는 과정에서 진행되는 ‘혹독한 검증’ 얘기입니다. 이들의 기본기를 확인하는 작업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죠. 간혹 새로운 업체의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해 기득권 세력들이 실력행사를 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속단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테슬라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모든 조건을 갖췄네요.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대기업 반열에 오르기 위해 꿈을 키우고 있고, 진입장벽이 비교적 높은 자동차 업종에 뛰어들었으며, 이 곳에서 전기차라는 새 시장을 개척하는 선두 역할을 하고 있으니까요.

‘돈’으로 귀결되는 문제가 많습니다. 우선 테슬라는 당초 발표했던 ‘슈퍼차저 유료화 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안을 최근 발표했습니다. 앞으로 구매자들은 테슬라만의 급속충전기인 슈퍼차저 이용 시 1마일(1.6km) 당 50원의 충전료를 내야 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사실 이들은 원대한 꿈이 있는 회사지만 고객 신뢰와는 거리가 먼 행보를 자주 보여 왔습니다. 출시 모델들은 일정에 맞춰 생산된 적이 없었죠. 그럼에도 고객들은 이 신생 기업을 응원했습니다. 환경 보호, 매력적인 차 등 특별한 가치가 충분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이번에는 다릅니다. 테슬라, 특히 엘론 머스크 CEO는 그간 슈퍼차저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것에 강한 자신감을 가지고 홍보를 해왔거든요. 말을 바꿨다는 뜻입니다. 특히 모델 3 계약자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난관입니다. 동시에 검증 절차이기도 합니다. 테슬라가 입장에서는 모델 3 계약자들의 신뢰를 회복해야한다는 큰 숙제를 안게 된 셈입니다. 핵심은 출시 시기. 모델 3 역시 다른 차종들처럼 계약자들과 시간 약속을 크게 어긴다면 테슬라에 대한 브랜드 인지도가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로드스터와 모델 3 구매자의 성향은 분명 다를 것입니다.

다음은 배우 손지창씨가 연관된 모델 X 급발진 논란입니다. 이 역시 테슬라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큰 검증절차 중 하나로 판단됩니다. 이들의 초기 대응은 조악했습니다. 책임전가만 가득한 입장 발표에, 거만함까지 묻어나왔어요. ‘경험이 없는 신생 기업이니까’라는 말로 이해하고 넘어가기는 힘든 상황입니다. ‘아’ 다르고 ‘어’ 다른 법이잖아요.

테슬라가 급발진 논란에 강경하게(미련하게) 대응하는 이유는 뭘까요? 브랜드 이미지보다는 돈 때문인 것으로 판단됩니다. 테슬라는 그간 끝없는 경영난에 허덕여왔고, 정부 보조금과 엘론 머스크의 사재로 버텨왔습니다. 당연한 얘기입니다. 전기차라는 새로운 시장을 스타트업 기업이 개척해냈으니까요. 돈을 못 벌었다고 이 기업을 평가절하해서는 안됩니다.

나름대로 기술력을 축적한 테슬라지만 아직 학습하지 못한 과목이 있으니 바로 ‘안전’입니다. 자동차 업종의 진입 장벽이 높은 이유는 재화가 사람의 생명과 직결돼 있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은 수십년 혹은 수백년간 내공을 쌓아왔고요. 현대차는 아직도 에어백 문제 등으로 안전에 대한 검증을 받고 있을 정도입니다.

테슬라는 그간 이 문제를 교묘하게 회피해 나갔습니다. 오토파일럿 사망사고, 차량 화재 사건, 급발진 논란 등 다양합니다. 돈 문제가 걸려 있거든요. 과거 카르마라는 전기차를 생산해 전기차 업계를 선도했던 ‘피스커 오토모티브’가 리콜 충당금 문제 등 때문에 망한 사례를 곁에서 지켜본 테슬라입니다.

자칫 모든 신뢰를 잃을 수도 있는 중대한 기로에 섰습니다. 도요타의 급발진 관련 집단소송, GM의 시동키 리콜 사태 등을 떠올려 보면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할 수 있죠. 잘못을 인정 안하고 덮으려 한 자의 최후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자동차의 리콜은 흉이 아니라 자랑입니다. 이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는 법.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고객의 안전을 위해 과감히 예산을 투자하는 결단이 시장을 투명하게 만듭니다.

2017년, 테슬라는 중대 기로에 서 있습니다. 중·장기 목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보급형 전기차 모델 출시가 눈앞으로 다가왔고, 이들을 거대 기업으로 만들어줄 기가팩토리의 가동이 시작됐습니다. 솔라시티와의 합병을 통해 ‘환경보호’라는 큰 그림을 그려가고 있습니다.

결국은 고객입니다. 작은 말과 행동들이 모여서 이미지를 만드는 법입니다. ‘신뢰냐 실망이냐’의 갈림길에 선 테슬라. 속임수 대신 진심을 보여줘 무사히 검증 절차를 마치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