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이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화학 제품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 석유화학 호황은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하반기에는 북미에서 에틸렌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화학 제품 가격은 왜 오를까?

2016년 11월 이후 화학 제품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올해 1월 기준 건자재용 합성수지(PVC) 가격은 유가 폭락 이전 수준까지 올랐다. 합성고무 원료(BD) 가격은 지난해 3분기 말 대비 약 90% 급등했다. 나일론 원료(CPLM)는 36.7% 올랐다.

한편 원료인 납사 가격은 26.2% 상승했다. 원료 가격이 올랐지만 제품 가격이 원료보다 크게 올라 스프레드는 오히려 개선됐다. 부타디엔(BD)의 스프레드는 납사분해설비(NCC) 문제와 천연고무 가격 급등에 따른 합성고무 가격 반등으로 지난해 4분기 기준 전분기 대비 70% 증가했다. TDI 제품 스프레드는 120% 증가했다. PVC와 모노에틸렌글리콜(MEG) 제품 스프레드는 각각 20%, 30% 개선됐다. 화학 제품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도 높은 스프레드를 유지했다.

▲ 출처=CAPE투자증권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으로 유가가 오르고 있어 화학 제품 가격도 오르게 된다. 하지만 비수기임에도 제품 가격이 급등하는 이유는 첫째, 수요가 좋기 때문이다. 중국의 영향이 컸다. 중국 대명절인 춘절이 2월에서 1월로 당겨져서 재고 확충 수요 시기가 빨라졌다. 또 유가 상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화학 제품에 대한 투기적 수요도 발생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11월 중국의 PE, PP 제품 수입물량은 전년 대비 각각 15%, 10%씩 증가했다. 플라스틱의 한 종류인 ABS와 PVC도 전년 대비 각각 19%, 10%씩 증가했다. 이는 2016년 들어 가장 높은 수치다.

두 번째는 공급 측면의 제약이다. 중국 화학 설비 가동률은 오염 방지를 위해 억제되고 있는 상황이다. 석탄 가격 급등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중국 화학 업체들이 석탄을 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납사, 원가 경쟁력 높아진다

화학 제품 원료는 크게 가스, 납사, 석탄으로 나눈다. 중동과 미국은 가스 원료를, 유럽과 아시아는 납사를 주로 사용한다. 지역별 화학 설비 원가 경쟁력은 원료 가격에 크게 좌우된다. 공급 과잉으로 지난 2014년부터 가스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가 지난해부터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지난 한 해 동안 미국의 천연가스, 에탄가스, 프로판 가스 가격은 각각 46%, 61%, 79% 증가했다. 석탄 가격은 중국 정부의 구조조정 발표로 86% 상승했다.

반면 납사 가격은 유가가 상승했음에도 같은 기간 20% 증가에 그쳤다. 지난 2014년 공급과잉으로 가스 가격이 하락하자 에탄분해설비(ECC)가 늘어 납사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ECC 설비 증설이 전체 에틸렌 증설의 70%를 차지할 전망이다. 따라서 에탄가스 가격 상승과 납사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 즉, 납사를 원료로 쓰는 NCC 업체들의 수익성이 더 좋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 출처=신한금융투자

하반기, 에틸렌 공급 ‘과잉’ 우려는?

올해 하반기 에틸렌의 글로벌 증설 물량은 870만톤으로 계획돼 있다. 원료별로는 ECC가 250만톤, ECC와 NCC 혼합설비가 440만톤이 예정돼 있다. 전용 NCC 설비는 40만톤에 불과하다.

지난해 에틸렌 수요 증가분이 470만톤이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올해 하반기부터 에틸렌 공급이 과잉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실제 에틸렌 증설은 500만톤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매년 계획된 물량대로 증설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15년 계획된 증설 물량은 670만톤이었지만 연말 집계량은 430만톤에 그쳤다. 2016년에도 740만톤 계획된 물량은 430만톤 생산에 그쳤다. 따라서 공급 과잉 우려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석유화학주 4분기 실적 ‘호조’ 전망

석유화학 시장의 호황으로 지난해 4분기 석유화학 기업의 실적은 호조를 보일 전망이다. 올해에도 이익 증가폭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투자증권 전망에 따르면 LG화학의 4분기 영업이익은 5531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0.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수기인데다 일회성 비용이 있었지만, 기초소재 부문의 이익이 전분기 대비 13.2% 증가한 영향을 받았다. 소폭이지만 정보소재나 배터리 부문 이익 개선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팜한농의 적자 폭은 더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LG화학의 기초소재 사업부 이익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중국 판매가 중지된다고 가정하더라도 전기차 배터리 사업부 매출은 전년 대비 29.6%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이익도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또 중국 전기차 배터리 인증 문제로 주가가 연간 30% 하락해 밸류에이션 프리미엄도 사라졌다는 평가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롯데케미칼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6.8% 증가해 687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MEG(폴리에스터 부원료), BD(합성고무 주원료) 등의 이익 기여도가 급격하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해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은 15.6%일 것으로 예상된다. BD, MEG 등 그동안 이익 기여도가 낮았던 제품 스프레드가 급등해 PE, PP의 마진 악화 우려를 상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한유화의 4분기 영업이익은 872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6.6%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과 유사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어 실적 흐름은 비슷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전분기 일시적인 수출 부진이 있어 상대적 이익 증가 폭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성장성이나 수익성이 좋을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