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목적은 고객을 창조하는 것이다. 기업이 고객을 창조하기 위한 두 가지 기본적인 활동은 마케팅과 혁신이다. 성과를 올리는 것은 마케팅과 혁신뿐이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피터 드러커가 남긴 말이다. 이렇게 중요한 마케팅이 당신의 조직에서는 어떤 상황인가? 잘 돌아가고 있는가? 만약 상황이 좋지 않다면 여기서 같이 해결책을 찾아보자.

그러나, 그 해결책을 단순히 ‘마케팅’ 측면에서만 접근하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다. 마케팅이 실제로 계획‧실행되는 곳인 회사라는 ‘조직’ 측면의 개선 없이는 아무리 좋은 ‘마케팅’ 해결책도 실행조차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케팅과 조직이 갖고 있는 문제점들을 파악해보고, 더 나은 대안을 찾아보자.

추가로 ‘경영의 목표는 뛰어난 사람들을 데리고 훌륭한 결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을 데리고 탁월한 결과를 내도록 만드는 활동이다. 세상에 뛰어난 사람들은 항상 부족하기 때문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에 이 글은 극히 평범한 마케터라도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관점에서 작성되었다. 

Chapter 8. 소비자들은 ‘그런 거’에 움직이지 않아

“김 팀장, 꼬꼬마 주스 과일 모양대로 만든다며(chapter 3 ‘그래서, 매출은 어떻게 할 거야’ 참조), 그게 무슨 의미가 있지?”

월요일 아침, 연구소 소장이자 전무인 이실세 소장은 연구소가 아닌 본사로 출근해 김아쉽 팀장의 자리로 찾아왔고 바로 질문을 시작했다.

“소장님. 저희도 그 건으로 추가 미팅을 했습니다. 그냥 과일 모양으로만 하는 건 유아 시장에서 큰 의미가 없을 것 같아 과일 모양 패키지 안에 아이들이 좋아할 수 있는 미니 장난감 또는 봉제인형을 같이 넣기로 했습니다. 랜덤으로 뽑을 수 있게요. 그러나 1, 2세는 아이들이 장난감을 먹을 수도 있으니 장난감을 넣지 않는 대신 잡기 편한 미니 사이즈로 만들구요, 그 이상 연령에서는 장난감을 넣어서 진행하려고 합니다.”

“아니. 그러니까 그게 무슨 의미가 있냐구.” / “현재 경쟁사와 차별화 포인트로 가져갈 수 있는 유일한 부분이 감성적인 포인트입니다. 최근 유행하는 초콜릿도 장난감을 랜덤으로 넣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구요. 이런 부분을 잘 활용하면 경쟁사에 뺏긴 시장을 충분히 우리 쪽으로 끌고 올 수 있습니다.”

“아 참. 김 팀장. 소비자들, 엄마들은 그런 거에 움직이지 않아. 좋은 원료, 안전한 원료, 믿을 수 있는 품질 이런 거에 움직인다고.”

“소장님. 틀린 말씀은 아닌데, 그건 경쟁사들도 다 얘기하는 거라서요. 저희가 아무런 차별화도 가져갈 수 없습니다.”

“아니, 그걸 소비자들한테 잘 전달하는 게 마케팅이 할 일이지, 뭐가 마케팅이 할 일이야. 제품 잘 만들어 주면 뭘 하나. 소비자한테 전달이 안 되는데, 전달이.”

이실세 소장은 거침없이 김아쉽 팀장을 몰아 붙였다.

“아… 소장님. 그래도.” / “그리고 이거 가격 얼마야?”

“지금 개당 1900원 선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 “비싼데, 그럼 매출총이익률은 어떻게 돼, 우리 기본 30%에 맞출 수 있는 거야?” / “지금 예상은 25% 정도인데 최대한 맞추려고 하고 있습니다.”

“아니 김 팀장 회사 기본 마진도 못 지키는데 무슨 제품 출시를 한다고 하고 있어. 잔말 말고 원래대로 패키지 돌리고, 원료 강조해. 패키지 원래대로 돌리면 마진도 맞출 수 있잖아.”

“소장님. 이건 단순히 제품 마진으로 보실 건 아닙니다. 말씀하신 대로, 원래대로 돌리면 그냥그냥 평범한 제품 하나 더 나오는 겁니다. 시장에 아무런 영향도 줄 수 없는 제품이요. 지금 마진은 다른 제품보다 낮을 수 있지만 그만큼 시장에서 먹힐 수 있는 제품이라 매출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생산량이 늘면 원재료에 대한 구매협상력도 높아질 거고 당연히 마진도 더 가져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거 안 팔리면 니가 다 책임질 거야? 어? 회사 혼자 다녀? 소비자에 대해 파악은 하는 거야? 똑바로 해라. 똑바로. 얼른 자료 다시 만들고 다음 주 신제품 보고회의 때 어떻게 하는지 한 번 보겠어.”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평범한 과장은 속이 쓰렸다. 선대 회장님의 총애를 받았던 김아쉽 팀장을 이실세 소장은 눈엣가시처럼 여겼다고 한다. 그렇기에 회장님이 돌아가신 후, 무슨 일만 있으면 김아쉽 팀장을 잡아먹을 듯이 몰아쳤다. 이실세 소장의 영향력은 더욱 커졌고 현재는 명실공이 회사 2인자이기에 누구도 쉽게 대적할 수 없었다. 회사 내에서 이실세 소장과 같이 오너 일가와 친인척 관계는 아니지만 총무와 인사 등을 총괄하고 있는 상무님만이 대적할 만한 인물이었다. 그 상무님이 마케팅 부서도 총괄하길 바랐지만 싱무님은 본인 분야가 아니라며 거절했고 현재 마케팅 임원 자리는 8개월째 공석인 상태다. 그래서 김아쉽 팀장이 그 자리까지 대행하고 있는 셈이다. 작년에 김아쉽 팀장의 임원 승진이 유력했으나, 이 소장의 방해로 임원이 되지 못했다는 진실에 가까운 소문이 회사 내에서는 다 알려져 있었다.

적어도 김아쉽 팀장이 임원 승진을 해서 ‘이사’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었다면, 이런 일방적인 통보가 아니라 약간의 ‘대화’를 통해서나마 답이 나왔을 거라 생각한 평 과장이었다. 

 

조직 관점 

힘의 균형 “견제와 균형을 위해 리더는 언제나 두 명으로 한다.”

이 원칙은 스웨덴 국내 총생산의 30%를 차지하고, 주식 시장의 시가 총액 40%를 차지하는, 14개의 대기업을 소유한 단 하나의 가문, 발렌베리 가문의 후계자 선정 원칙이다. (EBS <지식채널 e> – 후계자들 편 中)

보통 한 명으로 설정된 리더의 자리에 두 명을 둔다는 건, 견제와 균형을 통해서만 올바른 성장이 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리라. 자, 다시 일반적인 기업으로 눈을 돌려보자. 일반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최고경영자의 포지션은 한 명으로 둔다. 그렇기에 최고 경영자가 아닌 그 밑단에서 균형 잡힌 제안이 이뤄져야 한다. 즉, 부서 간의 견제와 균형을 통해 균형 잡힌 제안이 최고 경영자에게 전달되어야 올바른 결정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회사마다 영향력이 강한 부서는 있기 마련이다. 단순히 영향력이 강할 뿐이면 다행이나, 김아쉽 팀장과 이실세 소장의 경우처럼 어느 부서는 임원이 있고 어느 부서는 임원이 없는 구조적으로 힘의 차이가 나는 조직 구성도 있다. 문제는 이런 경우다.

임원이 있는 부서는 없는 부서를 힘으로, 직급으로 누르는 모습들도 볼 수 있다. 서로 토론을 거쳐 합당한 결론을 이끌어내도 부족한 판국에, 본인이 하고 싶은 대로 직급의 힘으로 누른다면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하는 최고경영자에게 올바른 정보와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까? 이렇게 당신 회사에 구조 자체가 힘의 불균형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면, 빨리 힘의 균형을 조정해 주길 바란다. 적어도 견제와 균형이 실행될 수 있는 ‘기본 구조’는 갖추게 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수많은 좋은 전략과 아이디어들이 ‘계급’에 의해 묻힐 수 있다. 

 

마케팅 관점 

“어떤 회사가 매출 총 마진율 40%라는 목표기준에 간접비를 맞추려고 한다면, 중간관리자들은 예상 총 마진율이 40%에 미치지 못하는 기획들을 접으려고 할 것이다. 이런 조직은 전자상거래와 같은 저마진율 시장을 대상으로 한 상업화 프로젝트를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조직이 제2의 원가 구조를 또 하나의 가치로 만든다면 저마진율 프로젝트를 성공시킬 수도 있다.” (<전복적 변화에 대처하기> 中 – Harvard Business Review,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 마이클 오버도프 저)

제품 출시 시, 일반적으로 회사에서 정한 기본 매출총이익률*이 있을 것이다. 해당 이익률은 당연히 회사의 기본적인 운영을 위해 꼭 필요하다. 그러나 모든 상황에 일관된 이익률을 적용한다면 회사의 전략방향성은 상당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

즉 상황에 따른 이익률 적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모든 제품마다 다른 이익률을 적용할 수는 없으니 기준은 chapter 3 ‘그래서, 매출은 어떻게 할 거야’에 제안한 브랜드 포트폴리오 구조에 맞춰 이익률을 설정하면 될 것이다.

회사의 주력 브랜드에는 높은 매출총이익률*을 성장 브랜드에는 보통의 매출총이익률을 (Chapter 3, ‘그래서, 매출은 어떻게 할 거야’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초반에는 낮은 이익률을 가져가도 괜찮다) 헌신 브랜드에는 낮은 매출총이익률 기준을 적용한다면 상황에 맞춘 제품 출시와 전략 운용이 가능할 것이다.

운영의 유연성은 회사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유연하지 못한 기업은 현상 유지는 할 수 있을지 모르나 앞으로 나아가는 경쟁사들에 의해 자연적으로 도태될 것이다.

 

*매출총이익률

매출액에서 매출원가를 뺀 것을 총이익. 이 총이익이 매출액의 몇 퍼센트에 해당하는가를 나타내는 것이 매출액 총이익률이다. 제조업이라면 관리부문 등을 제외한 생산단계의 수익성을 보는 데 쓰인다. 즉, 공장으로부터 제품을 출하하는 단계에서의 이익률이다.

 

<출처: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