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ercedes Benz Generation EQ 출처= Daimler AG Global Communication

내연 기관 자동차에 관한 한 어느 자동차 회사도 메르세데스 벤츠보다 오랜 경험을 갖고 있는 회사는 없다.

메르세데스가 단지 사람을 위해서뿐 아니라 엔진을 위해서 자동차를 디자인한지 백 년이 넘었다.

사람에 초점을 맞춘 디자인은 안락한 시트, 카스테레오, 애플 카플레이 등으로 이어졌다. 반면 엔진에 초점을 맞춘 디자인은 긴 후드, 공기 흡입 그릴, 크롬 사이드 파이프 등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이제 엔진 없는 자동차가 가능하다면 그래서 오직 사람만을 위해 자동차를 디자인한다면 어떻게 될까?  

단지 소형 모터와 다양한 모양의 배터리팩만 있으면 되는 플러그인 전기 자동차가 오직 사람만을 위한 자동차 디자인 구현,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 자유를 눈 앞에 가져다 주고 있다.

메르세데스의 전기 자동차 메르세데스-EQ 라인에서 일하는 디자이너들에게 내연 기관을 없애는 것은 흥분되는 기회이자 동시에 또 하나의 도전이다. 메르세데스의 오랜 역사에서 풍기는 느낌을 상실하지 않으면서 전기 자동차가 약속한 디자인 자유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

예를 들면, 전기 모터는 연소 엔진만큼 많은 공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릴도 필요 없다. 그렇다면 디자인에서 그릴을 없애버릴까?

그렇게 빨리 없애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명색이 벤츠이니까.

메르세데스의 외부 디자인 담당 중역인 로버트 레스니크는 이렇게 말한다.

"얼굴을 없애 버릴 수는 없지요. 그릴은 오래 전부터 이어져 온 우리 회사의 아이콘 같은 것이니까요. 메르세데스는 메르세데스다워야 하지 않나요?”

▲ 출처= CNN 캡처

그러나, 지난 2016년 파리 모터쇼에서 선을 보인 첫 번째 전기 자동차 EQ의 컨셉을 보면, 그릴이 마치 아이폰 전면의 화면 같이 생겼다. 가로 방향의 그릴 모양에 회사의 상징인 세 꼭지 별 문양이 밝은 청색 픽셀에 선명하게 나타난다. 이런 컨셉은 지난 주 라스베가스에서 막을 내린 CES에서 선보였던 또 다른 모델 메르세데스 벤츠 제네레이션 EQ에는 약간 다른 모습을 보였다.

메르세데스 EQ에서 헤드라이트는 그릴과 분리된 부품이 아닌 일체형 모습으로, 연속된 얼굴의 일부로서 거의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매끈함을 자랑했다.

레스니크는 메르세데스의 오랜 디자인 철학은 깨끗함과 간결함이라고 말한다. 불필요한 장식은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전기 구동 기술은 그렇지 않아도 간결한 디자인을 더욱 간결하게 만들 것이다.

"제네레이션 EQ의 디자인을 보면, 자동차 디자인이 얼마나 간결한지 알게 될 것입니다. 어떤 선도 주름도, 어떤 부식도 없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EQ 디자인의 균형감은 기존의 메르세데스 SUV 모델들과의 관련성을 분명히 보이고 있다. 여전히 벤츠 가문의 자동차임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디자이너로서 무엇보다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것은, 메르세데스의 본질은 균형감이라는 것입니다.”

그것은 메르세데스 뿐 아니라 모든 자동차 회사가 마찬가지이다. 대부분의 자동차 브랜드들은 지붕 라인, 후드, 도어 사이드, 트렁크 등의 디자인이 어떻게 서로 어우러져 그 자동차 회사의 독특한 모양을 드러내는지 나름의 공식을 가지고 있다.

전기차라고 해서 그것까지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레스니크는 말한다.

"우리는 순수한 모양에, 그리고 그 모양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정말 집중하지요. 전체적인 조형이 더욱 중요한 이유입니다.”

전기차 시대에도, 과거가 미래를 디자인할 것이다.

"물론 원하는 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지요, 하지만 결국에는 메르세데스이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