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전체 분석기술이 발전하면서 액체 생체검사(이하 생검)의 실용화도 앞당겨지고 있다. 특히 다양한 연구 결과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추후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액체 생검은 조직 생검과 다르게 혈액과 같은 체액으로 암을 진단하면서 정확도도 더 높은 진단법을 말한다.

'체액으로 암 진단' 다양한 연구 나와

최근 여러 나라에서 나오는 액체 생검에 관한 연구는 실용화 가능성을 높여준다. 

지난해 2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는 타액 속의 폐암 바이오마커로 10분만에 암을 진단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바이오마커는 단백질이나 DNA(deoxyribonucleic acid), RNA(ribo nucleic acid)와 같은 대사 물질을 활용해 몸 안의 변화를 알아낼 수 있는 지표를 말한다. 향후 타액만으로도 암을 진단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2015년에는 영국, 스웨덴, 일본 등에서 다양한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영국 캠브리지 대학교는 환자의 종양세포에서 떨어져 혈액 속을 돌아다니고 있는 작은 DNA 파편과 종양에서 직접 떼어낸 종양 조직 DNA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암 진행이나 치료 과정에서 나타나는 유전자 변화 패턴이 일치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즉, 몸 안에 있는 종양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액체 생검으로 검사하면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추적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스웨덴 우메아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혈액에서 채취한 혈소판의 분자 구조를 분석해 암을 진단할 수도 있다. 암 환자와 건강한 사람의 혈액 샘플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암 환자인지 아닌지를 96% 정확도로 구분했다. 또 1차 종양 발생 부위 추적으로 어떤 암에 걸렸는지 파악하는 것도 71% 정확도를 보였다. 

마지막으로 일본은 혈액이나 위액 한 방울로 진행되지 않은 암의 조기 진단이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암 연구회는 혈액 한 방울이면 폐암과 위암을 진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성모마리안나 의대는 위액 한 방울로 위암을 조기 진단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국내에서도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유전자 진단제품 전문업체인 파나진은 혈액 기반 암 진단기술인 PNAClamp와 PANAMutyper 기술을 개발했다. 암 조직세포에서 유전자 돌연변이 발생 여부를 검사하는 것으로 혈액 내에 소량으로 존재하는 DNA를 효과적으로 검출할 수 있다. 그 외에 서울대, 연세대병원 등에서 암 조기진단을 위한 액체 생검 연구 및 기술개발 과제가 추진 중이다. 

액체 생검 시장, 주목할만한 기업은?

글로벌 기업 중에서는 로슈(Roche), 퀴아젠(Qiagen), 그레일(Grail), 지노믹헬스(genomic Health), 신베니오(Cynvenio), 바이오셉트(Biocept), 트로바진(Trovagene) 등이 액체 생검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 출처=한국투자증권

로슈는 지난해 6월 액체 생검 키트로는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로슈의 'Cobas EGFR Mutation v2'는 비소세포성폐암의 유전자 변이를 파악해 타세바(Tarceva, 항암치료제)의 약물치료 근거가 되는 동반진단 키트다.

퀴아젠은 분자진단 업체로 엑소좀(Exosome, 정교한 RNA 및 단백질 운반물질이 들어있는 아주 작은 크기의 소포)으로부터 RNA(Ribo Nucleic Acid)를 정제하는 키트를 개발했다. 이에 여러 제약 업체들이 암 진단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퀴아젠과 제휴 및 기술 거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레일은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기업인 일루미나의 신생 계열사다. 종양세포가 파열돼 혈류로 방출된 유전자(cfDNA) 검출을 위한 기술을 이용하고 DNA 분석 비용을 낮추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cfDNA는 양이 매우 작아 고성능 유전자분석기가 있어야 하는데 일루미나가 개발한 유전자 분석기를 활용할 방침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등이 투자에 참여할 계획으로 약 1억달러(약 1200억원) 자금을 조달했다. 오는 2019년까지 일반인들이 혈액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해 DNA 분석 비용을 약 500달러(약 60만원)까지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노믹헬스는 유방암 관련 유전체 검사 기기인 'OnctypeDx'가 대표 상품이다. 이 기기로 여성호르몬수용체가 양성인 환자 중 화학항암요법이 필요 없는 약 50% 환자를 선별해 냈다. 이 방법을 통해 미국에서는 연간 6만여명이 1억달러(약 1200억원) 수준의 화학항암제 기반 치료비를 줄일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베니오는 혈액 내 떠다니는 종양 세포를 분석하고 진단하는 기술을 보유한 회사다. 'NK뷰키트'를 판매하는 국내 기업인 에이티젠과 협력하고 있다. 

바이오셉트는 2014년에 상장한 업체로 최근 상피세포수용인자(EGFR) 돌연변이를 분석해 비소세포성폐암을 진단하는 기기를 상품화 했다. 

트로바진은 액체 생체검사 테스트 개발에 주력하는 회사다. 소변 기반 진단법으로 치료제 처리 시간에 따른 돌연변이 반응을 추정할 수 있는 초단 DNA 염기서열 분석법을 개발했다.

▲ 일루미나, 지노믹헬스, 마크로젠 기업 가치/ 출처=교보증권

국내 기업 중에서는 마크로젠, 씨젠, 파나진이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마크로젠은 유전자 정보를 빠르게 읽어내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기반 진단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지난해 NGS 장비를 의료기기로 활용할 수 있는 여러 규제가 완화되면서 수혜가 예상된다. 실리콘바이오시스템즈와 Genomic cancer assay 공동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씨젠은 분자진단 시약 제조 업체다. 최근 세계 분자진단기기 시장 2위 업체인 홀로직과 재조작개발생산(ODM)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암 관련 마커 기반 진단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예정이다.

파나진은 유전자진단 업체로 올해 1분기 EGFR 키트 품목 허가 완료가 예정 돼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혈액을 기반으로 암을 진단하는 기술들을 개발한 업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