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신체적 장애를 입게 되면 다섯 단계의 심리적 변화를 겪게 된다. 가장 먼저 나타나는 현상이 ‘충격’인데 이때는 정서적으로 심한 비탄에 빠진다. 다음으로는 장애를 애써 ‘부정’하게 되고, 이내 ‘우울증세’를 보이다가 다시 현실로 돌아가야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저항’을 하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쳐 결국 불안정한 외부요인을 받아들이는 ‘적응단계’로 넘어온다. 적응이란 자신의 욕구와 사회환경 사이에 조화를 이끌어내서 욕구를 충족시키는 과정이지만 이를 얻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서두에서 주제에 어울리지 않게 크뢰거(Krueger)의 심리적 적응단계 이론을 들먹이는 것은 지금의 자영업자들이 마치 이러한 과정을 그대로 밟아가는 듯 보여서다.

지난 연말 통계청이 발표한 ‘자영업현황 분석’을 보면 자영업 479만개 가운데 창업 후 2년이 채 안 되는 업체 비중이 25.1%였고, 연초에 발표한 국세청의 자료에서도 2016년 한 해 동안 하루 평균 2000명이 폐업했지만 3000명이 창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OECD와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2.6%로 예측하고 있는 심각한 상황인데도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줄곧 줄었던 자영업 창업자 수가 2016년을 기점으로 다시 늘어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바로 위에서 언급한 심리적 이론에서 ‘적응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IMF 위기와 카드대란, 서비프라임모기지 사태를 겪으면서 심리적으로 충격과 부정의 과정을 거쳤고 여전히 우울함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저항으로 버틸 한계를 넘어서 적응 단계에 진입한 것이다. 꼭 큰 돈을 벌어야겠다는 마음보다 재취업의 어려움 때문에 생계를 위해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상황에서 차선책으로 ‘노오~~력’이 필요한 소규모 창업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척박한 창업환경에서 지난해 자영업자들의 영업현황을 들여다보는 것은 대단히 필요하다. 올해도 어쩔 수 없이 ‘적응’해야 하는 창업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와중에 떠밀려 창업하기보다는 데이터에 기반해서 업종을 정하면, 유리한 업종 선택에다 심리적 안정을 덤으로 얻을 수 있어서 그만큼 안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2017년 올해, 자영업 시장을 예측하기 위해 빅데이터 분석기업인 ㈜나이스지니데이터(www.nicebizmap.co.kr)에서 2016년도 자영업 빅데이터를 제공받아 서울 지역에서 매출 상위업종을 산출해 분석해본 결과 월평균 매출이 가장 높은 업종은 편의점, 슈퍼마켓, 외국어 학원, 갈비‧삼겹살, 닭갈비 전문점 등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평균 업력이 높은 업종으로는 자동차정비센터가 10.9년으로 가장 길었고 다음으로는 가구점(8.8년), 쌈밥 전문점(6.2년), 슈퍼마켓과 삼계탕 전문점이 각각 5.9년으로 비교적 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평균 업력이 길다는 것은 대체로 업종전환이 어려운 기술기반 업종이기도 하지만 업종의 안정성이 그만큼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표1> 2016년 상반기 서울지역 자영업 평균매출 상위업종 현황

따라서 매출은 높지만 평균 업력이 짧다는 것은 유행을 타는 업종이거나 창‧폐업의 부침현상이 많다는 것을 말해준다. 대표적인 업종으로는 요가‧단식(2.3년), 패스트푸드(2.6년), 소주방(3.0년) 등이며 편의점도 평균 업력이 3.3년으로 최근 붐을 탄 업종임을 감안하더라도 창업과 폐업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업종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신규 창업자들이 관심을 갖는 닭을 주 재료로 하는 업종 중에서는 닭갈비(8100만원), 찜닭(8000만원), 삼계탕(8000만원), 프라이드 치킨(7800만원) 등이 117개 소분류업종 가운데 30위 안에 들 정도로 비교적 잘되는 업종으로 나타났다.

유행처럼 번졌다가 없어진 것으로 알았던 찜닭이 비교적 상종가를 치고 있는 이유는 적은 점포 수(121개)에 주로 대학가라는 입지의 적합성이 맞아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프라이드 치킨점이 5450여개에 월평균 7100만원을 벌고 있으니까 찜닭과 비교해 본다면 창업환경 상 프라이드 치킨이 다소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곱창, 꼬치구이, 막창구이 등 이른바 구이 전문점들도 상위권에 올랐는데 이들 업종의 특징은 주류와 함께 판다는 것이다. 지난해는 술을 마시며 풀어야 할 일들이 많아서인지 모르겠다.

업종을 결정할 때는 언급한 현황과는 별도로 또 하나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바로 구간별 평균매출이다. 평균매출이 높다고 해서 그 업종이 누구에게나 잘된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외국어 학원의 평균매출이 1억1000만원으로 굉장히 많이 버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구간별로 세분화해 보면 상위 20%는 4억원을 넘게 매출을 올리고 있는 반면 중간값은 2000만원에 불과하고 하위 20%는 250만원에 불과하다. 따라서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외국어 학원의 특성상 최소한 월평균 3000만원 이상을 올려야 유지가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10개 중 5~6개 학원은 폐업을 고려해야 할 상황이라는 점을 말해준다.

업종을 결정했다면 다음 순서는 입지 선택인데 주고객의 매출현황을 보면 입지를 찾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삼천만의 업종이라는 치킨집을 세분화했다. 치킨을 주재료로 하는 업종의 경우, 25세에서 55세까지 평균 10% 이상 고르게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나서 고령화된 지역이 아니라면 입지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창업해도 되는 업종이라 할 수 있다(표2 참조). 다만 프라이드 치킨의 경우, AI와 식용유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는 창업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표2> 2016년 서울시 30개 치킨/오리업종별 고객비중

그러나 눈여겨볼 대목은 찜닭과 프라이드 치킨이다. 찜닭은 30대 중반 이하 특히 20대의 고객 비중이 다른 치킨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지만 프라이드 치킨은 30~40대에서 강세를 보이는 업종이다. 반면 오리구이는 40대 이후에서 즐겨 찾는 업종이고 특히 60대 이상에서 20%가 넘게 나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리구이는 고령화 지역에서 창업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대부분의 자영업종에서 60대 이상의 고객비율이 15%를 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점에서 맞춤형 입지가 꼭 필요한 업종이다.

시간대별 고객비중도 입지 결정에 상당한 도움을 준다. 우선 같은 소매업종인 슈퍼마켓과 편의점을 비교해 보면 슈퍼마켓은 오후 15~21시까지 매출이 집중되어 있고 9시 이전에는 1%에 불과할 정도로 낮다. 하지만 편의점은 오전시간보다 밤 12~새벽 6시까지 매출이 더 높고 특히 아침 9시 이전에도 10%를 넘을 정도로 고른 매출 분포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슈퍼마켓은 주거지역에, 편의점은 상권이 형성된 오피스가에 입지하는 것이 유리하다.

마지막으로 업종과 입지를 결정했다면 독립점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가맹점으로 창업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 최근 현대카드의 자료 도움을 받아 창업을 많이 하는 10개 업종을 추려서 업종생존율 즉 ‘업력’으로 분석한 결과, 독립점포와 가맹점의 5년간 생존율은 46대 64로 가맹점이 평균 14% 높게 나타났다.

두 창업 행태 간에 업력 차이가 큰 업종은 편의점과 커피 전문점이었고 둘 간에 별 차이가 없는 업종은 냉면, 국수, 우동 같은 면 종류 업종들이었다. 다시 말하면 편의점이나 커피는 가맹점 창업이 유리하지만 면류 업종은 독자적으로 창업해도 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그렇잖아도 장기불황으로 시름이 깊어진 시기에 이해가 불가한 ‘최순실 게이트’까지 겹쳐서 국민의 상실감이 큰 데다 대선을 앞두고 있어서 그 어느 해보다 힘든 한 해를 보내야 할 것 같다. 이럴 때일수록 ‘침착하게 그리고 집요하게’ 준비해서 목적하는 바 결실을 이루는 창업가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