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를 대표하는 제조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조만간 미국에 공장을 건설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차기 행정부의 보호 무역주의 기조에 맞춰 폭탄처럼 떨어지는 관세를 피하는 한편, 트럼프의 미국에 대한 일종의 '적응력'을 키우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6일(현지시각) CES 2017 간담회에서 수익성 기반의 성장(Profitable Growth) 기조와 품질 최우선, 일등 체질 내재화 및 스마트 워킹 등 3대 중점과제를 발표하는 한편 로봇을 중심으로 미래사업동력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눈길을 끈 대목은 미국 내 공장건설을 염두에 둔 발언. 조 부회장은 미국 내 공장 건설에 대해 우호적으로 평가하며 그 진척도에 대해"80%는 정리가 되었다"고 전했다. 나아가 "현재 상황으로 보면 수입해 판매하는 사람은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출처=LG전자

보호 무역주의를 천명하며 "미국에서 장사하는 모든 기업은 미국에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스탠스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삼성전자도 분위기는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에 수출하는 TV 물량 대부분을 멕시코에서 제조하고 있는 삼성전자도 조만간 미국 내 공장건설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미국 내 공장 건설 가능성은 '경영학적 관점'에서 냉정하게 말해 손해다. 인건비 등 소요 비용이 개발 도상국과 비교해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이는 제품의 가격인상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 내 공장 건설에 나서는 이유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에서 찾아볼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 자체가 소위 '러스트 벨트'의 화이트컬러 백인의 지지를 발판으로 삼았으며, 일자리를 원하는 그들의 바램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트럼프 당선인은 보호 무역주의를 골자로 미국 중심의 경제정책을 강하게 펼치고 있다.

처음에는 자국 기업이 타깃이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미국 기업의 해외 공장을 자국으로 들여와야 한다"는 주장을 강하게 펼친 바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애플. 아이폰 생산 시설의 미국 이전을 집요하게 주장했기 때문이다. 현재 공은 아이폰 위탁생산 업체인 폭스콘에게 넘어간 상태며 일단 전향적인 분위기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폭스콘의 모회사 홍하이가 미국 시장 진출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상태며 나아가 투자계획을 미국 관련 기관과 상호 이익 원칙에 따라 가다듬겠다는 말까지 나왔다.

자국 자동차 기업에 대한 압박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포드는 멕시코 공장 건립 계획을 철회했고 GM은 멕시코 생산 물량에 관세폭탄을 맞을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다.

그 분위기는 서서히 타국 기업으로도 옮겨붙었다. 트럼프 당선인이 트위터를 통해 도요타가 멕시코 신 공장에서 코롤라를 생산해 미국에 팔려면 큰 관세를 감당해야 한다고 경고한 지점이 단적인 사례다. 도요타가 멕시코 과나후아토주(州)에 연산 20만대 규모의 공장을 새로 짓겠다고 선언하자 트럼프 당선인이 강하게 압박한 모양새다. 일단 도요타는 그대로 계획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만 그럴수록 트럼프 행정부의 '보복론'은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정부가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흔드는 한편, 남중국해에서 벌어지는 지정학적 분쟁에서도 물러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만의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미국을 방문하는 등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정치적 긴장감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의 경제전쟁도 치열하게 벌어지는 대목이다. 자국 보호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굳은 결심이 중국 정부와의 전면전까지 감수하며 전선이 확장되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중국의 알리바바가 미국 무역대표부(USTR)로 부터 짝퉁 판매 악덕 시장으로 지정되고, 중국 정부가 미국 GM 합작법인인 SAIC GM에 2억100만 위안, 우리돈으로 약 348억원의 과징금을 매긴 지점이 의미심장한 이유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미국과 중국의 정치 및 군사, 경제학적 충돌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며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 무역주의 기조는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고민도 바로 여기에서 시작되며, 이 문제가 단순히 관세를 피하는 차원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시사한다.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 출처=아디다스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 무역주의를 기점으로 차라리 스마트 팩토리의 강점을 살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아디다스는 올해 뉴욕과 독일 안스바흐에 스마트 팩토리를 건설한 바 있다. 인더스트리 4.0의 기조에 맞춰 제조업 그 이상의 가능성을 초연결의 산업혁명과 연결한 지점은 트럼프 행정부의 조건도 충족시키는 한편, 기업의 성장을 담보할 수 있다. 미국 시장의 매력을 고려하면 '판매처와 생산처의 동일함'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문제도 있다. 스마트팩토리 기조가 일자리 창출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비하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인력으로 최대한의 ICT 프로세스를 끌어내는 방식은 도널드 트럼프가 상상하는 미래와는 결이 다를 수 있다. 적절한 타협과 이벤트가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