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5일 전체회의를 열어 올해 3월 개최되는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대상 시상부문에 OTT와 더불어 MCN도 포함시킨다고 밝혔다. 방송대상은 방송인의 창작의욕을 고취시키고 방송프로그램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열리는 권위있는 시상식이다. 여기에 MCN 부문이 포함된 것은 그 자체로 업계에 고무적인 일이다.

▲ 출처=다이아 티비

MCN, 성장한다

MCN은 1인 크리에이터를 중심으로 만들어지던 2000년대 초반의 UCC 문화와도 일맥상통한다. 다만 당시의 UCC가 특유의 B급 정서를 바탕으로 저자본-저기술 패러다임을 추구했다면, 현재의 UCC는 1인 크리에이터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육성하는 고도의 방법론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새롭다.

해외에서는 디즈니가 MCN인 메이커스튜디오를 1조원에, 드림웍스도 역시 MCN인 어썸니스TV를 3300만달러에 인수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기존 레거시 미디어 사업자들 입장에서도 MCN은 나름의 활력소가 되어주는 분위기다.

매력의 정점은 이른바 유튜브 키즈의 등장으로 설명할 수 있다.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 콘텐츠를 감상하는 10대 중심의 문화가 빠르게 성장하며 외연적 확장을 위한 기회를 잡았다는 뜻이다. 미국의 10대는 일반적인 TV보다 유튜브를 더 많이 시청한다는 조사자료가 나올 정도며, 매일 유튜브를 보는 10대의 비율이 26%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러한 분위기는 국내에도 이어져 소위 한국형 유튜브 키즈의 양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걸림돌도 있다. 뚜렷한 비즈니스 모델이 없다는 점은 한계로 거론된다. 실시간, 혹은 VOD로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크리에이터가 어디에 적응하느냐의 문제는 일정정도 상황에 맞게 정리된 상태에서 중장기적 생명력에 관심이 집중됐다는 뜻이다. 아무리 반짝이는 아이템이라도 분명한 현실의 문제를 털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다양한 화두가 등장했다. 커머스와의 결합이 대안으로 제시되기도 했으며, 콘텐츠 그 자체에 방점을 찍은 PPL형 비즈니스 모델도 등장했다. 각자의 카테고리에 나름의 방법론을 적절하게 배한하는 소위 하이브리드형 MCN 비즈니스 모델도 제시되는 등, 현재도 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특히 국내를 중심으로 판세를 살피면 아프리카 및 판도라 TV, 다이아 티비 등 다양한 담론들이 넘실거린다. 주로 플랫폼적 성격에서 출발하는 이들의 존재감은 MCN 사업에 있어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먼저 아프리카TV. 서수길 아프리카TV 대표이사는 지난달 15일 ‘KT와 함께하는 2016 아프리카TV BJ 대상’ 시상식 현장에서 “동영상 광고 수익을 모든 BJ와 공유하려 한다"며 "아프리카TV는 BJ와 유저 없이는 존재할 수 없으며, 이번 새 운영정책을 통해 아프리카TV는 ‘BJ와 유저가 진정한 주인인 미디어’를 향해 한 발짝 더 나아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앞으로도 아프리카TV는 BJ·유저와 함께 걸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 출처=아프리카TV

기존 파트너 BJ에게만 배분하던 동영상 광고 수익 60%를 모든 BJ에게 배분하는 새 운영정책을 시행한다. 2017년 1월부터 매월 홈페이지 내 별도 페이지를 통해 BJ들에게 수익 및 환전 절차도 알린다. 동영상 VOD에 대해서도 BJ는 물론 편집자에게까지 수익을 배분하는 정책을 2017년에 내놓겠다는 방침도 내놓았다. 생태계의 틀을 강하게 틀어쥐겠다는 의지다.

다이아 티비는 MCN 특화 채널을 오픈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CJ E&M은 다이아 티비를 통해 인터넷 플랫폼으로 한정돼있던 여러 1인 창작자들의 콘텐츠 판로를 TV의 영역까지 확장시킨다는 복안이다. 직업으로서의 크리에이터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글로벌 시장 진출도 활발히 추진한다는 뜻이다. 최근에는 크리에이터와 인기 아이돌 그룹 및 중국 웨이보 등을 무대로 창작 활동을 펼치는 ‘왕홍’들과 글로벌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판도라TV는 다이아 티비와 손잡고 인기 MCN 키즈 콘텐츠 채널을 확보했다. 최근 CJ E&M의 MCN사업 브랜드인 다이아 티비가 제휴를 맺고, 인기 키즈 크리에이터들의 채널 10개가 입점했다고 알렸다. 판도라TV는 지난 2015년부터 MCN 사업 추진을 위해 비디오빌리지, 쉐어하우스, 크리커스 등 국내 유명한 MCN기업들과 잇따라 제휴를 진행한 바 있다. 그 결과 현재 약 200여개의 채널을 확보하며 MCN 플랫폼으로 탄탄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일종의 MCN 대단위 플랫폼 전략인 셈이다. 동시에 다이아 티비와 제휴를 통해 판도라TV는 국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기 키즈 크리에이터 허팝을 비롯해 애니한TV, 마이린TV, 리아루아 등 총 10개 채널의 콘텐츠를 공급하게 됐다.

나아가 플랫폼이 아닌 콘텐츠 플레이어의 참전도 MCN 업계의 분위기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결론적으로 MCN 업계는 시장의 팽창에 주목하는 플랫폼 사업자의 적극적인 참여와, 이에 보폭을 맞추는 콘텐츠 사업자의 고민을 빨아들이며 급진적 행보에 돌입한 분위기다. 그 방식은 커머스 콘텐츠를 비롯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로 구현될 가능성이 높으며, MCN 전반의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담론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 출처-각사

비즈니스 외 문제는 없을까?

현재 MCN 업계의 분위기는 비즈니스 모델의 창출에 매몰된 것으로 보이지만, 이면을 살피면 그에 못지않는 다양한 고민도 넘실거린다. 특히 전문성 및 공익성의 문제는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전문성의 경우 MCN으로 파생되는 1인 크리에이터의 파급력이 커지며, 일종의 공익성 논란과 연결되는 경향이 크다. 게임 및 기타 엔터테인먼트적 측면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으나 육아 등의 민감한 현안에서는 의외의 문제로 부상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장난감을 테마로 잡은 캐리소프트의 콘텐츠가 아이들에게 부적절한 영향을 미친다고 경계하는 이유다.

MCN 사업으로 파생되는 1인 크리에이터의 파급력이 레거시 미디어 플랫폼의 틀속으로 들어오는 순간, 다양한 규제에 노출되는 지점도 고민해야 한다. 아프리카TV의 경우 인터넷 방송의 특성상 욕설 및 선정성 등의 문제로 홍역을 앓기도 했다. 몸집이 커지고 지켜보는 시선이 많아질수록 이와 관련된 논란도 더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다양한 실험의 성공여부는 차치해도, ‘시장의 외적인 변수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가’도 문제다. 현재 MCN 업계는 팽창하는 중국시장에 큰 관심이 있지만, 최근 사드배치 논란에 따른 소위 ‘한한령’의 여파가 MCN 업계를 덮칠 경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플랜B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아직 역사가 짧은 MCN 업계 입장에서 내구도가 떨어지는 비즈니스 플랫폼 전략의 세밀한 핸들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