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울 정도다. 수입차 브랜드들이 2016년에도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그 존재감을 과시했다. 키워드는 ‘무늬만 역성장’ 정도로 꼽을 수 있겠다. 수입차의 기세가 오히려 더 맹렬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는 2016년 수입차 등록 대수가 22만5279대로 집계됐다고 5일 밝혔다. 전년 대비 7.6% 감소한 수치다.

숫자를 놓고 보면 수입차 시장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듯하다. 지난 2009년 이후 매년 성장세를 이어오다 7년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적표를 받아든 것이다.

현실은 달랐다. 2016년 수입차 시장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폭스바겐·아우디 차량들의 인증취소 사태다. 서류를 조작한 대가로 국내 시장에서 차를 팔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들은 수입차 시장에서 ‘빅4’로 군림하며 상승세를 타던 브랜드다.

이들을 제외한다면 얘기가 다르다. 2016년 판매 1위 자리를 꿰찬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의 경우 무려 5만6343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다. 전년 대비 19.9% 증가한 실적. 최초로 연간 판매 5만대 고지를 넘어섰으며, 수입차 시장 점유율 25%를 넘어섰다. 2016년은 그야말로 벤츠의 해였다. 참고로 국내 완성차 업체인 쌍용차의 지난해 내수 판매량은 10만3553대다.

수입차협회 등록 브랜드 중 연간 500대 이상의 차를 판매하는 곳은 20개다.(벤틀리, 롤스로이스, 람보르기니 제외) 이 가운데 2016년 판매가 전년 대비 5% 이상 빠진 회사는 폭스바겐(-63.2%), 아우디(-48.6%), 푸조(-48.3%), 포르쉐(-17.3%) 등 4개 뿐이다.

푸조와 포르쉐의 경우 수입차 시장 점유율이 각각 약 1.6%, 1.4%에 불과하다. 수입차 역성장에 영향을 미칠 만큼 덩치가 큰 곳이 아니라는 뜻이다.

반대로 판매가 5% 이상 뛴 회사는 시트로엥(61.5%), 랜드로버(+47.8%), 혼다(+47.1%), 재규어(+35.4%), 렉서스(+33.2%), 캐딜락(+24.4%), 볼보(22.8%), 메르세데스-벤츠(+19.9%), 도요타(+18.4%), 미니(+15.1%), 포드(+8.3%), 인피니티(+7.6%), 피아트(+7%) 등 13개에 이른다.

사실상 폭스바겐·아우디의 빈자리가 판도를 갈랐다. 만일 폭스바겐·아우디의 실적이 2015년과 동일하다고 가정하면(+3만8420대) 2016년의 수입차 시장 규모는 26만3699대가 된다. 8.1% 수준의 성장세를 이어가게 되는 셈이다.

2016년 수입차 시장이 역성장을 기록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수입차 기세가 꺾였다’는 속단을 내리기는 힘들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 가지 더 중요한 포인트는 폭스바겐·아우디의 ‘죄목’이다. 폭스바겐그룹은 ‘디젤게이트’라는 파렴치한 행위를 저지른 범죄 집단이다. 수준 이하의 행동으로 그룹 신뢰도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 주력차종 대부분이 판매 금지 처분을 받은 것은 ‘서류 조작’ 때문이다. 또 다른 범죄를 저질렀다는 얘기다. ‘디젤게이트 때문에 한국 수입차 시장이 위축됐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누군가 이런 말을 건넨다면? 아무 것도 몰라서 하는 말이거나, 교묘하게 사건을 ‘물타기’해 죄를 숨기려는 수작으로 치부해도 좋겠다.

폭스바겐·아우디 등이 차량을 언제부터 정상적으로 판매하게 될 수 있을지는 모른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정상적인 영업을 시작할 경우, 수입차 시장에 또 한 번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부동의 베스트셀링카 티구안의 신형 모델도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변수도 있다. 고객들이 ‘범법자들의 차량’이라며 폭스바겐·아우디 모델들을 구매하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2016년 성장세를 보였던 회사가 2017년 부진한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 2017년 수입차 시장이 성장세를 보여줄 것이라고 100% 확신하기는 힘들다.

분명한 것은 그 존재감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한국은 세계 주요 자동차 생산국 대비 수입차 점유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아직도 대다수 브랜드들은 장밋빛 꿈을 안고 더 많은 신차를 국내 시장에 론칭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숫자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수입차 시장은 이미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더 큰 시각으로 접근하면 수입차가 1년 동안 몇 대 팔렸는지 헤아리는 것도 의미 없는 일이다. 선택은 고객의 몫이다.

수입차 브랜드들은 ‘좋은 차’만으로 소비자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것은 어렵다는 점을 명심해야한다. 수많은 ‘호갱 논란’들이 쌓이다 보면 공든 탑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