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이 어수선한 가운데 창업자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창업 전망이 불안한데 정국까지 이러니 뭐 잘될 만한 사업이 있을까 싶어서다. 한 번 실패한 경험이 있는 사업자들의 고민은 더 깊다. 한두 번 실패하면 재창업할 여유자금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통계에 따르면 국내 자영업자의 3년 내 폐업률은 평균 80%가 넘는다.

그래서 창업 시장 일각에서는 새로운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다. 평생템 즉 평생 할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을 찾으려는 노력이 그것이다. 지금까지 대다수 창업자들은 새롭게 뜨는 아이템에 관심을 보였다. 그래서 상담을 해보면 요즘 새롭게 뜨는 아이템이 뭔지 묻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요즘은 좀 안정적이고 오래 할 수 있는 업종이 어떤 건지 묻는 사람들의 비율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 베이커리점을 연 한 창업자는 아무리 불황이라도 빵은 영원히 먹지 않겠냐며 경제가 어려워서 여러 개를 못 사면 한 달에 식빵 한 개는 살 테니 열심히 하면 망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빙수 전문점을 접고 1억원을 투자해서 치킨점을 오픈한 한 창업자도 빙수가 뜨고 있어서 창업했는데 동네 상권에서 창업하다 보니 계절 편차가 심하고 수요에도 한계가 있다고 했다. 그는 불황이라도 사람들이 치킨 먹는 건 중단하지는 않을 것 같고 배달은 열심히 노력하면 망하지는 않을 것 같아서 선택했다고 말한다.

유행업종을 쫓아서 네 번이나 업종을 바꾼 한 창업자는 돈을 안 번 건 아닌데 몇 년마다 목돈을 들여서 다시 투자를 하고 나니 겨우 입에 풀칠만 하고 남는 게 없었다며 이제 평생 할 사업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체 출신들 중에는 장기간 수입이 적더라도 교육 강사나 컨설턴트를 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평생 사업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한식 맛집이나 분식 업종, 귀농, 셰어하우스나 셰어사무실 준비를 하는 창업자들 중에도 평생템을 염두에 두고 있는 사례가 많다.

그렇다면 평생템은 어떻게 찾아야 할까?

첫째 유행을 덜 타는 아이템을 찾아야 한다.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한식은 훨씬 유행을 덜 탄다. 동태찜 감자탕 갈비찜 설렁탕 추어탕 순두부돌솥밥 부대찌개 칼국수 잔치국수 등 만인이 좋아하는 업종에서 맛집이 되면 평생템을 만들 수 있다. 둘째 프랜차이즈라면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고 지금도 잘되고 있는 브랜드를 선택하라. 역사가 10년 이상 됐는데도 여전히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가맹점이 안정된 프랜차이즈 본사를 찾아보라. 가맹본사와 오래 같이 생존할 수 있다. 셋째 전문성을 명확히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자기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받을수록 오래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 말을 자주 갈아탈수록 해박해질 수는 있으나 전문성은 부족해진다. 전문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장인이나 마스터가 된다는 걸 의미한다. 넷째 통계를 무시하지 말라. 통계적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하는 분야, 우리보다 앞선 국가에서도 여전히 성장하는 분야가 오래 간다. 애견사업이나 건강 관련 사업은 대표적인 분야다. 다섯째 패자부활전을 도모하라. 오래되고 낡은 업종은 그렇게 살아남을 만한 이유가 있다. 그런 업종에 새로운 트렌드를 받아들여 혁신시키면 더 오래 버틴다. 정육점 이발소 당구장도 혁신시키면 뜨는 업종으로 키우면서 평생템으로 만들 수 있다. 여섯째 경영역량을 갈고 닦아라. 모든 뛰어난 경영자들은 유행과 과당 경쟁을 극복했다. 일곱째 오래 할수록 유리한 축적형 비즈니스를 택하라. 지식형 사업, 공예처럼 장인형 성격이 강한 사업 등은 오래 하는 데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