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콘텐츠 시대’다. 미디어 산업이 플랫폼 중심에서 그 무게를 콘텐츠로 옮겨 가면서 콘텐츠 제작사들의 몸값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이는 콘텐츠 자체의 가격은 물론 광고 수익도 높여 다시 질 좋은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

미디어 플랫폼이 다양화되면서 콘텐츠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됐다. 아울러 차별화된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콘텐츠 제작·투자비용은 증가하고 있다. 이미 미국 미디어 업계는 독점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한 자체 제작사 수직계열화를 구축하는 것이 대세를 이루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주요 PP업체에서 자체 제작사 설립 및 분사를 시도 중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OTT 사업자 넷플릭스는 <하우스 오브 카드>, <풀러 하우스> 등 오리지널 콘텐츠에 힘입어 이미 전통 미디어 업체의 콘텐츠 파급력을 능가했다.

이러한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은 음원 플랫폼 사업자에게도 적용된다. 2015년 6월 30일 출시한 애플뮤직은 풍부한 자금력을 기반으로 뮤직비디오, 콘서트 다큐멘터리, 독점 음원 등 오리지널 음악 콘텐츠를 제공해 17개월 만에 유료 가입자 수를 2000만명까지 확보했다.

국내 드라마의 수익구조는 광고 매출 의존도가 높다. 아울러 외주제작사는 방송사의 지원을 받아 하도급 형식으로 드라마를 제작하고 방송사 편성권을 위해 무리하게 경쟁을 하는 구조다. 김민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러한 드라마 제작 환경 때문에 제작사는 방송사로부터 대부분 제작비의 50% 수준밖에 지원을 받지 못한다”며 “이에 외주제작사는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 과도한 PPL(간접광고)을 삽입하게 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미디어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제작 방식이 달라지고 그만큼 제작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짐은 물론 전문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의 일거리가 증가하면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중국 OTT 사업자로부터 사전 투자 유치로 국내 방송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드라마 제작사가 양적·질적으로 진화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국내 방영권 판매와 중국 온라인 전송권 판매만으로 전체 제작비의 초과 수익 달성이 가능해지면서 드라마 제작사의 수익 구조가 개선될 수 있고 무리한 PPL로 드라마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아도 된다.

또 중국 정부가 2015년 1월부터 TV 방송에만 적용했던 사전심의제를 인터넷까지 확대 적용하면서 국내 드라마 콘텐츠의 사전제작 방식이 활성화되고 있다. 사전제작으로 시청자를 의식한 무리한 상황 설정이나 드라마 연장으로 인한 스토리 악화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안정적 수익구조 발판이 마련되고 스토리 퀄리티가 상승하면 콘텐츠 판권 가격이 상승하게 되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된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콘텐츠 자체 제작 열풍

글로벌 미디어 사업자들은 외부 제작사와 콘텐츠 협업을 전개하는 한편, 자체 콘텐츠 제작사 수직계열화를 적극적으로 구축 중이다. 국내 사업자의 경우 CJ E&M은 드라마 사업본부를 분리해 지난해 5월 ‘스튜디오 드래곤’이라는 드라마 전문 제작사를 설립했고, 제이콘텐츠리는 ‘제이티비씨콘텐츠허브’라는 제작사를 보유하고 있다. KBS도 지난해 8월 자체 콘텐츠 제작사 ‘몬스터 유니온’을 설립했다.

하이투자증권은 별도의 콘텐츠 제작 법인 설립이 가져올 수 있는 긍정적 요소로 ▲자체 채널에 그치지 않고 경쟁사 채널 사업자에도 콘텐츠를 공급해 수익원을 다양화할 수 있다는 점 ▲매니지먼트 사업과 콘텐츠 제작 사업을 함께 영위하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업체에 소속돼 있는 아티스트 활동 영역이 넓어진다는 점 ▲중국 거대 자본에 대항해 제작비 규모를 확대해 드라마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채널 사업자는 국내에서 콘텐츠 IP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도 광고 매출로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지만 해외 사업에 있어서는 IP를 기반으로 포맷 판매, 판권 수익, 용역에 대한 대가 및 광고 수익 배분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자체 제작 스튜디오를 통해 기획 단계부터 제작, 판권까지 확보해야 IP를 다양하게 활용해서 부가수익을 확대하고 콘텐츠 가격 협상력을 높일 수 잇다.

IP의 가치가 상승하면서 대형 미디어 플랫폼 간의 판권 확보 경쟁이 심화되고 IP 구매 비용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콘텐츠 제작, 배급, 수익 배분을 모두 아우르는 밸류체인을 구성하게 되면 추가 수익원 창출 외에도 판권 확보 비용 부담을 축소할 수 있다. 또, 자체 개발 역량 및 보유 IP에 기반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제작의 수익 계열화로 IP 연계가 가능하다. 이미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등 게임 IP 기반의 영화 흥행은 이러한 상황을 여실히 말해준다.

 

CJ E&M·제이콘텐트리, 콘텐츠 경쟁력을 보여주다

하이투자증권은 국내 미디어 기업 중에서는 방송, 애니메이션, 음악·공연, 게임 사업을 모두 거느린 CJ E&M이 자체 제작 IP를 통한 시너지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반적으로 4분기는 광고 시장의 최대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국정 논란 등에 의해 부진할 전망이다. 하지만 CJ E&M의 <도깨비> 등 콘텐츠 경쟁력 기반의 양호한 4분기 광고 수익 성장은 더욱 돋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 콘텐츠 제작사인 스튜디오 드래곤에서 제작한 <도깨비>와 <푸른 바다의 전설>이 모두 흥행에 성공하면서 자회사 실적 또한 향상될 전망이다. 다만, 한한령에 의해 <푸른 바다의 전설> 판권의 중국 판매가 불발됐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이에 <푸른 바다의 전설> 종영 이후 중국 내 판권 판매가 가능한지에 대해 지속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스튜디오 드래곤은 향후에도 경쟁력 높은 제작사를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 오는 2020년까지 130억원을 투자해 신인 드라마와 영화 작가 육성 계획을 밝힌 만큼 제작 역량 강화에 힘쓸 것으로 풀이된다. 스튜디오 드래곤의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50억원, 45억원을 기록했으며 2016년 순이익은 200억원 수준일 것으로 추정돼 스튜디오 드래곤 상장 시 CJ E&M의 지분가치 상승이 기대된다.

▲ 출처:에프앤가이드

제이콘텐트리는 메가박스의 안정적인 캐시 카우 창출에 힘입어 매출 성장이 기대된다. 시장점유율 19% 수준을 차지하고 있는 메가박스는 위탁점의 직영점 전환 및 기존 극장 인수 방식으로 점유율을 확대해 시장 성장률보다 높은 성장을 기록할 전망이다.

제이콘텐트리의 자회사 제이티비씨콘텐트허브는 JTBC의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유통하고 있다. 최근 프로그램 경쟁력으로 인지도가 높아진 JTBC 채널은 광고수익 증가로 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있어 드라마 라인업 확대 등 제작비를 확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JTBC의 제작비 확대로 제이티비씨콘텐트허브는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콘텐츠 경쟁력 상승으로 인한 해외 판권, VOD 등의 판매가 증가해 유통수익을 증가시킬 수 있다. 또 적자 사업인 매거진 사업 부문을 지난해 매각해 수익성 개선과 함께 방송 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