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플리커

반도체 기업 퀄컴이 일본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정확한 투자 금액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비전펀드는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위한 것으로 1000억달러(약 120조원) 규모의 자금 마련을 목표로 한다. 소프트뱅크는 앞으로 5년간 250억달러(약 30조원)를 비전펀드에 투자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WSJ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CEO가 당초 약속했던 1000억달러 펀드 모금 달성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앞으로 몇 주 안에 비전펀드의 공식 출범이 이뤄질 예정이다.

애플도 지난 12월 비전펀드에 최대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외신은 애플이 비전 펀드 투자를 통해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어 한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손 회장이 미국에 투자를 약속했다는 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입맛을 맞추기 위한 애플의 행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손 회장은 지난 12월 미국에 500억달러(약 60조2000억원) 투자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트럼프는 "그가 미국에 500억 달러를 투자하고 5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는 소프트뱅크가 스프린트 인수를 재시도하기 위해 미국에 투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손 회장은 미국의 3번째 이동통신회사인 스프린트를 2013년에 인수했다. 미국 4번째 이동통신회사인 T-모바일을 인수해 스프린트와 합병하려고 시도했으나 버락 오바마 행정부로부터 퇴짜를 맞은 바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도 450억달러(약 54조원) 투자를 약속했다. 전문가들은 석유 수출 의존을 줄이기 위한 방책이라고 설명했다. 경제를 다양화하기 위해 우버에 35억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UAE의 부동산 재벌 무함마드 알라바르는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를 들여 전자상거래업체 ‘눈(noon)’ 설립도 준비하고 있다. 올해 1월 서비스 시작 예정이다.

WSJ은 애플과 퀄컴이 소프트뱅크처럼 스마트폰에서 벗어나 다양한 분야로 확장하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바람을 기술 펀드가 도와줄 수 있다고 부연했다. 소프트뱅크는 일본에서 3번째로 큰 통신 회사지만 손 회장은 통신을 제외한 분야에도 손을 뻗고 있다. 2013년에는 미국 통신기업인스프린트를 인수했으며 2016년에는 영국 암(ARM)홀딩스를 320억달러(약 38조6000억원)에 인수했다.

소프트뱅크가 모든 기기가 연결된 사물인터넷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막대한 인수를 단행했다고 WSJ이 진단했다. 손 회장은 20년 후에는 엄청난 양의 반도체 칩이 기기에 들어갈 거라며 반도체를 중시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