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비인후과학회가 귀속이 청결해 보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귀지를 제거하는 경우 청력을 손상시킬 수 있다는 새로운 귀 건강 지침을 3일 발표했다.

데일리메일 매체에 따르면 귀지는 몸이 만드는 정상적인 물질이며, 귀를 보호하는 중요한 기능을 하기에 면봉으로 귓속을 청소한다는 것은 건강상 좋지 않고 오히려 먼지 등 이물질이 귀로 들어오더라도 귀지에 들러붙기 때문에 귓속 깊은 곳으로는 못 들어가게 한다고 밝혔다.

새롭게 발표된 학회 지침에는 귓구멍이 너무 깨끗한 경우 귀 내부를 보호하는 귀지가 없어 세균 등에 쉽게 감염되고, 귀지를 파내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귓구멍에 상처가 생길 가능성도 다분하다고 전했다.

학회는 귀를 청소하겠다며 귓구멍에 면봉, 이쑤시개, 열쇠, 옷핀 등을 절대로 넣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미국 이비인후과학회장 세스 슈와츠 박사는  “귀속을 인위적으로 청소하다가 고막에 구멍을 나게 해 청력 이상 등 영구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을 뿐 아니라 미세한 귀 뼈를 망가뜨려 감염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특히 면봉으로 혼자 귓구멍을 청소하려고 시도할 경우 보이지 않는 귀지가 도리어 더 깊이 들어가서 귓구멍 벽이나 고막 등에 들러붙게 되고, 귓구멍이나 고막에 상처가 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더구나 또한 귀속의 안쪽을 억지로 누르게 되어 구멍이 막히면 고통과 가려움, 이명, 청력 손상 또는 썩은 냄새까지도 나게 할 수 있다.

미국 이비인후과학회는 소리가 잘 안 들리거나 귓속이 꽉 찬 느낌이 들 때와 귓구멍이 아프거나 피가 흘러나올 때는 반드시 병원을 찾으라고 권고했다.

귀 안에 쌓인 귀지는 음식을 씹을 때 턱이 움직이는 등의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떨어져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자가 청소' 기능이 안 돼 귀지가 귓구멍을 막아 버리는 경우는 어린이의 경우 10명 중 1명, 어른은 20명 중 1명 꼴이며 이런 경우 의사의 진료가 필요하다.

세스 슈와츠 박사는 “ 사람들이 귀지가 불결한 것으로 믿기 때문에 귀 속을 청소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은 귀 건강에 위협하는 잘못된 정보이다” 며 “귀지는 인체에서 귀속을 보호하고 청결을 유지하기 위한 귀 속의 윤활유로 정상적인 분비물이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번 지침에는 한 쪽을 꽂은 후 다른 쪽에 불을 붙여서 귀 속의 이물질이나 독소를 녹여 제거한다고 주장하는 이른바 '대체의학' 요법인 '이어캔들링'(ear candling)의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고 과학적 근거는 전혀 없기에 하지 말라는 내용도 실렸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이어캔들링을 했을 때 나오는 것처럼 보이는 이물질은 실제로는 원래 귀 속에 있던 것이 아니라 양초가 타고 녹으면서 생기는 것이라는 실험 결과가 나와 있다.

이어 캔들링을 하면 양초의 성분인 파라핀이나 밀랍이 연기 형태로 귓구멍에 들어간 후 굳어서 고막이나 귓구멍 벽에 들러붙기도 하며 화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 때 열로 귀지가 녹기는 하지만 귀 밖으로 빠져 나오지 않고 도로 굳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