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인구 4만여명의 소도시인 위스콘신의 샤와노에서는 왕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친구를 왕따시킨 학생들을 처벌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그런데 여기에는 왕따의 주범인 학생들뿐만 아니라 그 학생들의 부모도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18세 이하 청소년이 친구들에게서 돈을 갈취하거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에서 친구들을 왕따시키는 등의 행동을 하면 처벌을 할 수 있다. 왕따를 시킨 가해자들은 처음 신고에 한해서 그 부모에게도 경고 조치가 내려진다. 만일 경고조치 이후에도 90일 이내에 해당 가해자의 행동이 변하지 않으면 366달러의 벌금이 부과되며, 왕따 범죄를 반복적으로 저지르면 681달러까지 부모에게 벌금이 부과된다. 이 법안에 대해서 일부는 왕따는 사실상 범죄이므로 범죄자에 대한 처벌로서 타당하다고 지지하는 쪽이 있다. 그런가 하면 일부에서는 왕따와 장난의 차이가 미묘할 수 있으며 자식의 잘못에 대해서 부모가 법적 책임을 지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반대 의견도 있다.

한국에서도 왕따 문제로 인해서 고통받는 아이들이 많고 심지어 자살까지 하는데 미국에서도 왕따는 꽤나 심각한 문제이다. 공포영화의 고전 중 하나인 1976년작 <캐리>에서 미국의 학교 내 왕따 문제가 자세히 다뤄지는데 주인공인 캐리는 독실한 신자인 엄마와 내성적인 성격 탓에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심한 따돌림을 받는 ‘왕따’이다. 캐리에게 염력으로 물체를 움직이는 초능력이 생기게 되는데 어느 날 좋아하던 남학생으로부터 학교 파티에 초청되어 기쁜 마음으로 참석한 캐리에게 평소 왕따를 일삼던 친구들이 머리에 돼지 피를 붓는 장난을 치게 된다. 분노에 휩싸인 캐리는 자신의 초능력을 이용해서 파티가 열리는 학교 강당의 문을 닫고 물건을 움직여서 학생들을 쓰러뜨리고 불을 지른 후 문을 잠가서 학생들이 모두 숨지게 하는 처절한 복수를 벌인다.

2013년 리메이크 작품이 만들어질 정도로 인상 깊었던 이 공포영화의 근본에는 왕따를 당한 학생의 분노와 복수심을 다루고 있다. 영화평에 왕따 하는 애들은 당해도 싸다는 평이 얼마나 많은지 보면 이 작품이 왜 인기가 있었는지 알 수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15세에서 24세 사이 학생 중 6000여명이 매년 왕따와 관련된 문제로 인해 자살을 한다. 학내 범죄와 안전 관련 지수 자료에 따르면 12세에서 18세까지의 미국 학생 중 28%가 왕따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다. 특히 미국 보건복지부(Department of Health & Human Services, HHS)에 따르면 전체 미국인의 3분의 1은 학창시절 중 어떤 유형으로든 왕따를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학생의 왕따 경험이 더 많아서 83%의 여학생들이 왕따를 경험했으며 남학생의 경우 79%가 왕따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10명 중 6명은 교내에서 다른 학생들이 왕따를 당하거나 그 피해를 당하는 모습을 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왕따가 한두 번의 경험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왕따로 인한 피해와 스트레스로 인해 학업을 회피하는 학생들이 있다는 점은 더욱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질병 대책 센터(CDC)의 조사에 따르면 평균 약 7.2%(지역에 따라서 3.6~13.1%)의 학생들이 왕따로 인한 위협이나 스트레스로 인해 학교에 가지 않은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 많은 학생들이 언어적, 물리적 폭력뿐만 아니라 왕따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로 인해 학교를 빼먹거나 식욕 저하, 불안감, 과민함, 우울증 등의 증상도 나타내고 있다. 미국 전체적으로는 날마다 약 16만명의 학생들이 학교에 갔다가 폭력에 노출되거나 언어적으로 농락을 당할까 하는 불안함에 학교를 빼먹는다고 한다. 학교를 그만두는 학생들 10명 중 1명은 왕따가 직접적인 학업 중단의 이유인 것으로 조사됐다.

인터넷이 일상화되면서 실생활이 아닌 온라인에서의 왕따도 새로운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전체 학생 중에서 35%가 온라인상에서 왕따를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고등학생들의 16%는 지난 한 해 동안 온라인에서 왕따를 당한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 중학생들의 온라인 왕따는 그 비율이 더 높아서 24%가 온라인상으로 왕따를 당했으며 특히 이 중 절반 가까이인 45%는 학교에서 온라인으로 접속한 상태에서 왕따를 당했다고 한다.

온라인 왕따는 오프라인 왕따와 별개가 아니라서 온라인으로 다른 학생들에게서 왕따나 협박을 받은 학생들은 90%가 온라인 밖에서도 왕따를 당했다고 한다. 그러나 왕따를 신고하는 학생들은 그다지 많지 않아서 약 64%의 학생들이 왕따를 경험한 이후에도 학교에 신고를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70%의 학생들이 학교가 왕따에 대해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고 믿기 때문으로 드러났다.

어린 학생들이라 순수할 것 같지만 신체적으로 뚱뚱하거나 성적 소수자인 학생들에 대해서 왕따가 더욱 심하게 가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학생들의 경우 84%가 몸무게 때문에 놀림을 받거나 왕따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성애자이거나 트랜스젠더 등의 학생들은 74.1%가 그들의 성적 지향 때문에 왕따를 당했다고 답변했다. 샤와노의 부모도 함께 처벌하는 법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미국 내의 왕따 문제점에 대한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