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과 가계부채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음에도 대한민국 국민들의 관심은 오로지 최순실에 쏠려 있다. 관심을 가지고 싶어서가 아니라,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매일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권력을 사유화하고 국가기관과 국민에게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국민들에게 실망감과 허탈감을 안겨준 사람이 바로 최순실이다. 현재 최순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고,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심리 중에 있으니 그 결과를 지켜보기로 하자.

 

우연한 기회에 최순실이 2001년 6월 4일에 2건의 특허출원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출원번호 10-2001-0031224(이하 A 출원)는 인터넷을 이용한 영재 교육 방법에 관한 것이고, 출원번호 10-2001-0031226(이하 B 출원)은 인터넷을 이용한 몬테소리 교육 방법에 관한 것이다. A 출원과 B 출원 모두 사용자가 컴퓨터를 이용해 학습을 하는 중에 컴퓨터에서 디스플레이되는 영상을 인쇄한 활동지를 프린트해 학습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A 출원은 이와 같은 방법을 영재 교육에 사용한다는 것이고, B 출원은 몬테소리 교육에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A 출원과 B 출원 모두 거절이 확정되었다. 거절 이유는 최순실의 출원이 있기 전에 출원되고, 최순실의 출원이 있은 후 공개된 출원의 발명의 상세한 설명에 기재된 내용과 동일하다(특허법 제29조 3항)는 것이다.

여기서 잠시 특허법 규정에 대해서 살펴보자. 특허법은 출원일 전에 공지된 기술과 동일한 기술에 대해서는 특허등록을 허여(許與)하지 않는다. 또한 동일하지는 않더라도 당해 기술이 속하는 분야에 보통의 지식을 가진 자가 충분히 생각해낼 수 있는 기술에 대해서도 특허 등록을 허여하지 않는다. 공지된 기술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공정한 경쟁과 산업발전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특허법은 공지된 발명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당해 출원일 전에 출원되고, 당해 출원일 이후에 공개된 발명과 동일한 발명에 대해서도 등록을 허여하지 않는다. 이는 동일한 아이디어에 2개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과 공공의 아이디어의 사유화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최순실의 특허 2건 모두, 출원번호 10-2000-0037762에 기재된 온라인 유치원 학습과 동일하다는 이유로 거절되었다. 실무적으로 공개되지 않은 특허문헌에 기재된 발명과 동일하다는 이유로 거절 이유가 통지되는 경우는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같은 아이디어라고 하더라도 그 아이디어를 서술하는 사람의 경험이나 전문지식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거절 이유가 통지되는 특허의 약 80%는 복수의 선행문헌에 산재된 구성요소를 결합하면 당해 발명 아이디어를 도출할 수 있다는 진보성 위반을 이유로 거절 이유가 통지된다. 동일성을 이유로 거절 이유가 통지되는 경우는 본인이 발명 아이디어를 공지하고 그 아이디어를 출원하는 경우나, 타인이 특허출원 후 공개 전에 강연 등에서 발명 아이디어를 공지했는데, 출원 사실을 모르던 자가 그 아이디어를 정리해 출원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거절 이유 통지서에는 명확하게 언급되지는 않았으나 또 한 가지 거절 이유를 지적한다면, 발명의 성립성 위반이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다고 해서 모두 특허법의 보호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사람을 설득하는 방법, 매출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마케팅 방법, 건강을 유지하며 오래 사는 방법 등은 특허법상 발명이 될 수 없다. 다만 대한민국 심사기준은 영업 방법, 교육 방법 등을 포함하는 사업 아이디어가 컴퓨터, 인터넷 등의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해 구현한 새로운 비즈니스 시스템 또는 방법에 대해서는 보호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BM(Business Model) 특허를 인정한다고 해도 순수한 영업방법 자체, 추상적인 아이디어, 인위적인 결정, 인간의 정신 활동, 오프라인상의 인간의 행위를 포함하는 경우, 소프트웨어에 의한 정보처리가 하드웨어를 이용해 구체적으로 실현되고 있지 않은 경우, 온라인상의 행위와 오프라인상의 행위가 결합된 경우는 특허법상 발명에 해당하지 않는다.

최순실의 특허출원에서는 사용자가 활동지 파일을 프린터를 이용해 출력하고, 해당 활동지를 유아에게 제공해 동영상 및 정지화상이 사용자 PC의 화면상에서 디스플레이되는 중에 유아가 활동지를 동시에 활용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을 권리로 청구하고 있다. 사용자가 활동지 파일을 프린터를 이용해 출력하는 과정이나, 유아가 활동지를 동시에 활용해 교육을 받는 과정은 오프라인상의 인간의 행위를 포함하는 것으로 특허법상 발명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결국 최순실의 특허 2건은 모두 거절되었다.

최순실의 특허출원 2건을 예를 들어 특허법상 거절 이유 2가지를 살펴보았다. 하나는 공개되지 않은 문헌에 기재된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타인이 먼저 출원했다면 특허등록을 받을 수 없다는 것과, 또 다른 하나는 BM 특허를 등록받기 위해서 청구항을 기재할 때 사람의 행위가 포함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특허업계에 종사하면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사람이 아닌 기술을 다룬다는 것이다. 민사소송, 형사소송, 청문회를 보면 어느 한쪽은 계속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을 다루는 사람은 거짓말을 할 수 없다. 기술이 진실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최순실 사태를 대하면서 필자가 걱정하는 것은 국민들의 현재 허탈감과 분노감뿐만 아니라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지 못해 미래의 행복마저 빼앗기게 된다는 것이다. 하루 빨리 대한민국이 정치적 경제적 안정을 되찾기를 바라며,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