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저물고 또다시 새해가 찾아왔다. 연초에는 다른 어느 때보다도 앞으로 보내게 될 한해의 무사안녕을 바라게 된다. 그러다 보니 복을 불러온다고 믿는 특정 행위나 특정 아이템도 많은데, 그중에서 속옷과 관련한 재밌는 내용도 많다. 그리고 그 내용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얘기는 아니다.

서구권에도 새해에 속옷과 관련한 미신이 있다고 한다. 바로 새해 전야에 특별한 색의 속옷을 입어 내년에 불러올 복을 기원하는 것. 게다가 속옷의 색상마다 기원하는 복의 의미가 달라진다고 한다.

빨간색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행운의 색으로 여겨지는데,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에서는 새해 전날에 붉은색 속옷을 입는다고 한다. 그러면 새해가 밝은 뒤 자신과 잘 맞는 소울메이트를 만날 수 있으며 전반적으로 행운이 찾아온다고 믿는다. 또한 콜롬비아에서는 복을 불러오는 색상이 노란색이다. 노란색 속옷을 입으면 새해의 행복과 평화, 번성을 염원하는 의미라고 한다.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주는 녹색이 행운의 색이 되기도 하는데 바로 멕시코, 브라질에서 그렇다. 이들 국가에서는 녹색 속옷이 새해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는 의미를 갖는다고 한다.

그 외에도 복을 불러오는 색상은 흰색과 분홍색이 있다. 푸에르토리코에서는 새해의 건강과 다산을 염원하면서 흰색 속옷을 입는다고 한다. 또한 아르헨티나에서는 분홍색 속옷을 입고 새해를 맞이하며 진실된 사랑과 우정을 기원하는 풍습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복을 불러오는 속옷과 관련한 믿음이 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은 아마 배냇저고리와 관련한 믿음일 것이다. 배냇저고리는 아이가 태어난 뒤 처음으로 입히는 옷이자 일종의 내복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배냇저고리를 귀하게 여기면서 오래 보관하는 풍습이 있었다. 형제에게 물려 입히면 우애가 좋아진다고 믿거나, 대학수능시험 때 배냇저고리를 몸에 지니고 가면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믿어 실제로 시험장에 지니고 가는 학생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비비안

빨간 속옷과 관련한 믿음은 우리나라에도 있다. 부산에서는 신축한 대형 점포가 개점하는 첫날 빨간색 속옷을 사서 옷장에 넣어두면 행운이 찾아온다고 굳게 믿는다. 이처럼 빨간 속옷이 복을 불러온다는 믿음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빨간색은 중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국가에서 행운의 색으로 상징된다는 점에서 대략적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또한 바다와 인접한 부산의 지역적 특성에서 찾을 수 있다는 설명도 있다. 부산 지역을 중심으로 조업에 나갔던 고깃배가 돌아올 때 만선이면 어김없이 빨간색 깃발을 꽂고 돌아왔다고 한다. 그래서 빨간색은 예전부터 부산에서는 ‘재물’을 상징하는 색이었다. 이런 관습에서 빨간색 속옷을 입으면 재운이 들어온다는 믿음이 생긴 것으로 추측된다는 것이다. 빨간색 속옷에 대한 믿음은 이제는 부산을 넘어 대구 등의 영남권으로 넓게 퍼졌고, 각 지역에서 새 점포 오픈을 앞두고 빨간 속옷 행사를 많이 기획하는 추세다. 최근엔 신세계백화점 대구점 오픈을 맞이해 각 매장마다 빨간색 속옷으로 물든 보기 드문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이처럼 속옷과 관련한 여러 가지 믿음이 있지만, 아마도 가장 큰 행운을 가져다주는 것은 자신의 몸에 잘 맞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속옷이 아닐까. 그런 속옷을 입었을 때 자신의 몸을 얽매지 않고 부드럽게 감싸는 느낌을 받는다면 스트레스 없이 하루를 보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러다 보면 하고 있는 일들도 잘 풀리며 덩달아 자신감도 충만해지고, 자연스럽게 행운도 찾아올 것이다. 새해에는 자신의 몸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자신에게 잘 맞는 속옷으로 한 해의 복을 불러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