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불황기가 찾아오며 고용시장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여기에 비선실세 논란이 타오르는 들불에 기름을 부었고, 상황은 점점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요.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 2%가 '낙관적인 시각'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가운데 실업률은 사회문제가 된지 오래입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4분기부터 내년 1분기까지 기업의 채용계획 인원은 30만4000명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다소 늘어난 수치지만 2011년 이후 정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여기에 조선 및 해운, 건설업 불경기까지 거치며 내년 2월 청년실업률이 통계 집계이후 가장 높았던 올해 12.5%를 상회할 가능성까지 나옵니다.

이 대목에서 방황하는 청년들이 대거 창업전선에 나서고 있습니다. 정부도 적극적이에요. '취업이 어렵다면 창업을 해라'입니다. 비선실세의 그림자가 어른거리지만 창조경제에 바탕을 둔 스타트업 육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런 이유 때문일까요. 최근 대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창업전선에 뛰어드는 청년들이 많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스타트업이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창업도 있고, 말 그대로 치킨집, 술집 등의 일반적인 창업도 포함됩니다.

여기에서 정부가 27일 발표한 세법시행령 개정안에 시선이 집중됩니다. 16세 이상 29세 이하 청년이 창업을 할 경우 최초 3년간 소득세 및 법인세 75%, 이후 2년간은 세금의 절반을 깎아주는 것이 골자입니다. 내년 1월부터 창업하는 사람부터 적용되며 군대복무 기간을 빼고 나이 기준을 고려하는 꼼꼼함도 보입니다.

청년창업 지원 그 자체는 매우 고무적입니다. 물론 '실업률에 질려 창업전선으로 도망치는 현상'에 대한 연구는 꾸준히 계속되어야 하지만 일단 청년창업 그 자체는 의미가 있다는 평가입니다.

하지만 냉정한 상황판단이 필요해 보입니다. 청년창업 지원도 좋지만, 그 반대급부에 있는 장년창업에 대한 가치판단의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 출처=픽사베이

정부는 27일 ‘고용상 연령 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심의 및 의결했습니다. 고용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정지작업으로 풀이되는데 유독 눈길이 가는 지점이 있습니다. 바로 고령자의 기준. 현재 준고령자는 50세 이상 55세 미만인 사람을 말하며 고령자는 55세 이상인 사람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55세 이상인 사람을 장년으로 표기한다고 합니다. 기대수명이 길어지며 장년의 개념도 변하는 겁니다. 이촌향도 현상의 여파로 농촌에서 50세를 넘긴 사람이 청년회장을 맡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보면 됩니다.

직장인 전용 SNS 블라인드(BLIND)를 서비스 중인 팀블라인드의 조사도 흥미롭습니다. 블라인드에 따르면 전체 57.9%에 달하는 응답자가 60세 이후에도 경제활동을 지속하길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16%는 70세 이상까지 경제활동을 원한다고 응답했어요.

그러니까 기대수명이 길어지며 '일할 수 있는 나이'가 더 길어지는 거에요. 이 부분을 창업전선으로 끌어와도 동일한 공식이 가능합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영업 현황분석을 보면 2015년 말 기준 국내 자영업자 수는 479만 221곳이며, 60대 이상 자영업만 전년 대비 2.0% 증가했습니다. 고령자에서 중장년이 된 사람들도 창업전선에 꾸준히 유입되고 있습니다. 50대와 60대 자영업자가 전체의 57.1%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자, 청년창업 지원 중요합니다. 그리고 현재 정부는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통해 이를 키우고 있어요. 하지만 장년창업 지원은 어떤가요? 부족합니다. 게다가 단순하게 생각하면 청년창업 지원이 이뤄질수록 동일한 필드에서 뛰는 장년취업은 위축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닐까요?

다행히 최근 장년창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최근 경상북도는 장년창업가를 대거 모집해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실시했고 부산 및 울산 중기청도 40세 이상 예비창업자와 창업 1년 미만의 창업 초기기업을 발굴 및 육성해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청년창업과 비교하면 그 속도와 질이 크게 떨어집니다. 모두가 윈윈할 수 없는 시대라고 말하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균형을 통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식'를 제안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