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를 받았습니다. 자신이 운전하는 전기차에 결함이 많다는 게 골자였죠. 주행 중 차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는데 서비스센터에서 원인을 모른다고 했다네요. 배터리 성능이 떨어지는 문제도 있고요. 2년여 전기차를 탔는데 한계점이 너무 분명하다는 하소연을 들었습니다.

가장 큰 불편함은 주행거리였다고 합니다. 충전을 완료하고도 100km 남짓밖에 달릴 수 없었다고요.

전기차 기술력의 한계 때문이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배터리 탓이죠. 리튬이온배터리의 효율성은 일정하고, 자동차 안에 장착할 수 있는 그것의 무게는 한정돼 있으니까요.

대부분 완성차 회사와 전기차 제조사들의 고민이 같았던 이유입니다. 어떻게 하면 더 큰 배터리를 차량에 탑재하느냐. 그것이 숙제였죠. 물론 모터·무게와의 관계 등 다양한 변수들을 모두 포함한 하나의 큰 틀에서 현상을 봤을 때 해당하는 말입니다.

상황이 이렇자 주행가능거리는 현재 전기차의 성능을 좌우하는 유일무이한 척도가 됐습니다. 배터리를 많이 넣은 차가 최고라고 여겨지고 있는 거죠.

테슬라 모델 S 90D에 붙은 ‘최고의 전기차’라는 수식어가 반쪽짜리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원인입니다. 이 차는 1회 충전으로 500km를 넘게 달리는데요. 차 안에 배터리를 무지막지하게 넣었거든요. 완속 충전에 12시간이 넘게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정에서 220V 단자를 이용하면 훨씬 더 많이 걸릴 테고요.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가 정말 좋은 기업이고 좋은 차를 만들긴 하지만, 단순히 배터리를 많이 넣었다는(주행거리가 길다는) 이유로 무작정 찬양하는 사람들을 보면 이해가 안간다”며 돌직구를 날리기도 했습니다.

내연기관차와는 가치 판단 기준이 크게 다른 셈입니다. 일반적인 자동차 구매자들은 안전성, 디자인, 배기량, 브랜드 이미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가격까지 꼼꼼하게 저울질하기 마련입니다. 이런 와중에 전기차 시장에서는 연료탱크만 붙잡고 늘어지고 있다니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 쉐보레 볼트 / 출처 = 한국지엠

다행인 것은 최근 이 같은 ‘연료탱크 경쟁’에 끝이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쉐보레 볼트(Bolt) 등이 글로벌 시장에 발을 들이면서 판도가 바뀌는 것입니다. 이 차는 국내에서도 1회 충전 시 383.17km를 달릴 수 있다는 인증을 받았습니다. 기존 국내 최장 주행거리(191km)를 자랑했던 아이오닉 일렉트릭와 두 배 가량 차이나는 셈입니다.

볼트는 셀이 288개로 이뤄진 LG화학의 60kWh급 리튬이온배터리를 품었습니다. 차체 경량화, 연비향상 등과 배터리 용량 사이에서 펼쳐지는 수많은 방정식을 풀어내 최적의 효율성을 구현한 셈이죠. 참고로 아이오닉 일렉트릭에는 28kWh급 배터리가 들어갑니다. 역시 두 배죠.

일각에서는 볼트와 테슬라 모델3 등을 묶어 ‘2세대 전기차’라는 수식어까지 붙이고 있습니다.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보급형 전기차에 완충 시 400km 가량을 달릴 수 있는 성능을 갖춘 것이 특징입니다.

다만 볼트가 각국 인증까지 마치고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는 것에 반해 모델3는 아직 형태가 없는 상상 속의 차라는 점은 다릅니다. GM(쉐보레)의 기술력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는 포인트죠.

현대차를 비롯한 다른 완성차 제조사들도 2018년께에는 300~400km 이상을 달리는 전기차를 양산할 예정입니다. 2세대 전기차 시대가 열리면서 ‘연료탱크 경쟁’이 막을 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까닭입니다.

전기차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죠. 본격적으로 내연기관차와 정면승부를 벌이는 상황이 많이 연출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전기차 성능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보다 다양해지길 바랄 뿐입니다. 기업·고객 모두 전기차 시장 발전을 위해 멀리보고 넓게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