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글로벌 IT 시장은 어디를 겨냥하고 있을까? IT 자문기관인 가트너는 세 가지 디지털 혁명인 경험과 참여, 비즈니스 혁신, 디지털 역량 강화를 기반으로 전 세계의 디지털 변혁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가트너는 2017년엔 특히 증강현실 앱의 인기가 높아지고 블록체인 기반의 비즈니스 가치가 높아지며, 개인 활동의 20%는 7대 디지털 기업 중 한 곳 이상과 연계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은 더욱더 촘촘히 연결되고, 글로벌화는 점점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017년 한국은 글로벌 IT 시장의 시류에 어떻게 편승할 수 있을까? 한국에서 성장 중인 글로벌 기업들과 효율적으로 공존할 수 있을까? 전 세계 IT 시장에서 주목해서 봐야 할 부분은 어디일까? 정근호 애틀러스 리서치앤컨설팅 팀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 시장서 강세인 글로벌 기업들의 특징

제품 구성과 라인업, 마케팅 등의 측면에서 공통적인 특징은 적은 것 같다. 다만, 이들은 어떠한 형태로든 이용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및 앱 서비스 유통 경로를 장악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초기 진입 당시 압도적인 물량 공세를 통해 기본이 되는 인프라를 장악하고 생태계 경쟁에 들어갔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구글과 애플은 앱스토어라는 굴레에 갇혀 있었기에 그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시장의 매력도

한국의 경우 오래 전부터 테스트베드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제 국내는 서비스 측면의 테스트베드로서는 의미를 잃었다고 본다. 하지만 기술적인 측면에서의 테스트베드로서의 가치는 있다. 스마트폰 보급률과 모바일 앱 이용률, LTE 등 초고속 모바일 브로드밴드 인프라 측면에서는 따라올 국가가 거의 없다.

특히 5G의 경우 상용차 시점에서 본다면 2020년 전후로 해외와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동통신 기술의 빠른 적용이 마케팅 전략이 되고 있는 국내 모바일 산업의 특성을 감안한다면 커버리지 구축 측면에서는 역시 타 국가를 압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5G의 특성을 활용하는 킬러앱 발굴 측면에서는 국내 기업뿐 아니라 해외 기업들도 주목하는 상황을 만들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다시 한 번 서비스 측면에서 국내가 테스트베드로서의 의미를 회복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국내 업체들이 5G의 특성을 잘 반영하는 서비스 개발 시 해외로 빠르게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상당수의 모바일 서비스가 클라우드 기반으로 제공된다는 점에서 이동통신 인프라의 강점을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글 국내 정밀 지도 반출 요청

이번 구글 지도 반출 금지 결론은 개인적으로는 시대에 뒤쳐진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안보 논리라면 이미 해외의 고정밀 위성지도 등을 통해 국내의 주요 시설 파악이 가능하다. 이번 결정을 반대하는 이유는 지도가 독립적인 서비스로서가 아니라 다른 다양한 서비스들을 가능하게 하는 인프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업체들의 지도 서비스에서 보이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자칫 갈라파고스화를 유발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이번 사태를 계기로 네이버나 다음, SKT 등이 지도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개방을 확대하게 되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본다.

하지만 우선 해외 이용자들의 국내 방문 시 글로벌 표준 지도 격인 구글 지도가 아닌 아직 외국어 표시 기능도 부족한 국내 업체의 지도를 이용하기 위해 새롭게 앱을 설치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또한 국내 지도 인프라를 이용하는 서비스들의 해외 진출 시 구글 등의 지도를 활용해야 하는 투자 중복과,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 GO처럼 구글의 지도 데이터를 활용하는 해외 모바일 앱의 국내 진입 어려움도 계속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밖에도 이용자의 편의성을 높이는 구글의 지도 관련 최신 기능 이용이 불가능한 점이 우려된다. 물론 이 같은 생각은 구글이 지도 데이터와 관련해 꾸준한 업그레이드 및 투자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점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국내 IT 기업의 글로벌 진출에 있어 좋은 상품 외에 뭐가 더 필요한가

하드웨어(단말) 사업의 경우 일부 소수의 대기업을 제외하면 글로벌 경쟁이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영역 또는 서비스와 결합된 단말 영역에서는 충분히 글로벌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는데,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상품이다.

또한 현지화 지원도 항상 지적되는 사항이다. 단순히 서비스와 앱에서 현지어를 지원하는 것뿐 아니라 빠르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고객 서비스 등 후속 지원책도 마련돼야 한다. 더불어 앱의 최적화도 이루어져야 한다. 국내 개발사들의 모바일 앱은 상대적으로 무겁게 제작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LTE 이용이 일반화된 국내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아직도 글로벌 시장에서는 3G가 주류인 곳이 많다. LTE 역시 비싼 요금제 등으로 인해 국내와는 다른 이용 행태를 보인다. 따라서 각국의 이동통신 서비스 수준과 소비자들의 이용 행태에 따라 모바일 앱의 주요 기능과 성능을 맞추어갈 필요가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서 공존하는 방법

구글이나 애플 등의 사업 관습과 세금 납부 정책 등은 확실히 불법은 아니지만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미 유럽 연합이 구글이나 애플 등의 세금 납부 방식에 대해 문제 삼고 있으며, 해결책을 모색 중이다. 국내 규제기관 역시 공조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글로벌 기업들은 한 국가에서 활동하는 기업과는 다른 조직과 문화, 서비스 마인드, 정책 등을 가지고 있다. 이런 점은 분명히 인정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불법이거나 국내 업체와의 차별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부분이 용인돼서는 안 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국내 업체와 글로벌 업체 모두 차별을 받고 있다는 감정이 들지 않는 공정성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국내 생태계가 성장할 때 글로벌 업체들의 진입은 오히려 신선한 자극제가 될 수 있다. 항상 공정경쟁이 전제되어야 하며, 이는 결국 정부의 역할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느 한쪽에 치우친 정책은 오히려 독이 될 뿐이다.

2017년 국내 IT 시장, 어떤 이슈에 주목하나

단말, 서비스, 네트워크(이동통신 서비스) 측면에서 본다면 LG전자의 스마트폰 부활 여부, OTT와 O2O,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종료 등이 주목할 만한 이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 7의 단종 이슈가 있음에도 여전히 높은 수준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LG전자는 단통법 이후 영향력이 급감했고, G5와 V20의 연이은 실패로 인해 위기감이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물론 해외에서처럼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이 오르지는 않는 상황이지만 LG전자가 G6에서 어떤 점을 셀링 포인트로 강조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또한 소비자들에게 어떠한 반응을 얻을지는 LG전자 자체 전체로의 위기를 촉발할 수 있는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다.

OTT의 경우 2017년은 해외 사업자인 넷플릭스가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이 되는 해다. 아마존과 유튜브 레드도 상용화된 상태다. 점유율은 아직은 낮은 상황이지만, 이들이 진입은 국내 업체들에게도 충분한 자극제가 되어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을 유발하는 등 변화의 촉매제가 됐다.

모바일 OTT 서비스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으려는 이동통신사들의 투자와 푹(Pooq), 티빙(Tving) 간의 경쟁은 한층 가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MCN 시장도 더욱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MCN들의 경우 커머스뿐 아니라 다양한 사업과 비즈모델을 통해 수익창출 가능성을 입증하지 못하는 업체들은 경쟁에서 낙오되는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프라인에서 이미 존재하는 서비스들을 IT 기술을 통해 보다 효율화시킨다는 점에서 O2O는 2017년에도 여전히 주목받는 영역이 될 것이다. 또한 단순한 중개형 서비스에서 벗어나 더욱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규제 및 기존 사업자의 반발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목해서 봐야 할 부분은 이미 해외에서 엄청난 이용자 기반을 확보하고, 자동차 업체들도 본격적으로 진입하기 시작한 차량·승차 공유 서비스가 여전히 불법적인 서비스로 유지될 것인가 여부다. 모빌리티 서비스(Mobility Service)의 핵심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단통법은 2017년 10월 일몰 예정이다. 단통법은 불법 보조금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시도된 것이지만, 모든 국민이 비싼 가격에 스마트폰을 구입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부정적인 면도 존재한다.

그러나 20% 요금할인 등 보완적으로 추진된 정책은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도 하다. 오는 10월 종료를 앞두고 정부의 새로운 정책이 추진될 것인가, 이통사들의 보조금 경쟁이 재연될 것인가 등 다양한 이슈가 등장할 것임은 분명하다. 이는 비단 이통사뿐 아니라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외 단말 제조사에게도 상당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중요한 이슈다.

▲ 출처=유튜브

2017년 전 세계 IT 시장, 어떤 분야가 떠오를까

OTT 서비스는 2017년에도 전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이슈가 될 것이다. 특히 VOD에서 벗어나 생중계 영역까지 포괄하는 가상 MVPD(Virtual MVPD) 업체가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텐센트 등이 주도하는 인공지능 기반의 (음성 및 텍스트 기반) 챗봇은 대화형 UI로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받으며 관련 업체들의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메신저나 홈 단말을 통한 컨시어지 커머스(Concierge Commerce)가 새롭게 부상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상현실의 경우 쇠락까지는 아니지만, 2017년에 접어들어도 대중화 단계에 이르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많은 주목을 받으며 VR 단말과 콘텐츠가 다수 등장하고는 있으나, 아직 소비자들의 지불 의향을 이끌어낼 콘텐츠는 상당히 부족하다. 게임의 경우 HTC의 바이브나 소니의 PS VR로 주목받고 있으나, 가격 등의 측면에서 헤비 게임 유저를 제외하면 시장이 한정될 것이다.

모바일 VR은 무엇보다 반복 이용을 이끌어낼 서비스·콘텐츠가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다. 광고 등 마케팅 측면에서 개발되는 콘텐츠들은 일회성 감상에 그칠 뿐이며, 이를 통한 수익창출은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는 2017년이 되어도 좀처럼 개선되지 못할 것이다. 틈새시장에 머무르는 기술·단말이 될 가능성이 크다.

2017년 가장 기대되는 글로벌 IT 기업

아마존의 행보에 가장 큰 기대를 하고 있다. 커머스 업체이면서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이고, 동시에 단말업체이면서 OTT 서비스 업체다. 인프라와 서비스, 단말에 이르는 모든 영역에 걸쳐 지속적인 혁신을 이루고 있다. 오프라인 세상에서 소비자들이 상품을 수령하는 방식마저 변화시키고 있다. 아마존은 이보다 규모가 더 큰 기업에 비해도 온·오프라인에 걸쳐 자체 생태계를 구축하고, 새로운 혁신을 추진하는 속도도 빠른 것 같다. 이제 아마존이 자체 배송을 위해 자율주행차를 개발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