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이번 학기가 끝났다. 매주 금요일은 선생으로 수업하러, 그리고 토요일은 학생으로 스타트업 아카데미 수업을 받으러 가다 보니 필자의 일주일은 토요일 저녁 7시나 되어서야 끝났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목요일이나 금요일 약속을 잡지 않게 되었고 그렇게 3개월을 건전하게 살다 보니 몸도 마음도 좀 건강해진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일주일에 6일 동안 뭔가를 해야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투잡인 경우에 멀티태스킹이 잘 되어야 하는데 그게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새로 일을 벌인 상태에서 선생과 학생 그리고 업자 역할을 동시에 하려고 하니 아무것도 제대로 한 게 없는 것 같다. 아마 그래서 더 종강이 반가웠던 것일 게다.

그럼 왜 이렇게 사서 고생을 하는가? 예전에 회사 생활과 학교 생활을 같이 할 때는 필자 혼자만 그러는 줄 알았다. 그런데 스타트업 아카데미를 다니다 보니 필자와 같은 사람들이 세상에 참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같이 수업을 듣던 사람 중에는 기창업자도 있었지만 대기업 중간관리자, 변호사 그리고 교수님도 있었는데, 이들의 열정 역시 기창업자 못지않았기 때문이다. 이들과 같이 몇 달을 공부하면서 느낀 것은 이제 앞으로 점점 더 세상 살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거다.

사실 토요일 오후에 학교에 나와 앉아있는 사람들은 그런 힘든 미래를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현상은 사회적으로 많은 의미를 갖는다. 평생 직장까지는 아니더라도 직장 생활자로서 은퇴할 수 있는 것과, 평생 한 번은 창업을 해야만 하는 세상에서 사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반증하듯 얼마 전 신문에서 보니 은퇴자의 나이가 50세까지 내려왔다고 한다. 뭐 우리가 오래 살기 시작하면서 생긴 일이기 때문에 그 어느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늘어난 생명만큼이나 은퇴 후 몇 십 년을 더 살아내야 할 운명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고, 그래서 이제부터 그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의 수명이 길어지면 브랜드의 생애도 길어질까? 아마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오래 살게 되면서 그들이 써오던 브랜드를 계속 구매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생명이 길어진 브랜드 역시 브랜드 이미지 개선 횟수가 한 번쯤은 더 늘어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럼 그때가 왔을 때 브랜드는 어떤 이미지를 선택하게 될까?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생에서 추가로 길어진 부분을 어떤 요소들이 채워줄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아마도 그것은 삶에 대한 좀 더 깊은 관조에서부터 나오지 않을까 한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사람들은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날 것이고, 그러다 보면 자연히 자신에 대해서 더 많은 생각을 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꼭 그렇지만은 않더라도, 욕심이 많은 사람도 오래 살게 되면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일들을 하게 될 수 있을 것이고 그게 어쩌면 이타적인 행동들이 아닐까 생각해본 것이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죽음을 생각할수록 사람들은 살아온 자신의 삶을 반성하게 되고 그래서 앞으로 더 의미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한다. 이런 상황들도 나이든 사람들의 이타적인 행위에 대한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늘어난 수명만큼 세상은 더 살기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너무 단순한 생각일까? 그런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외국의 경우 나이가 많은 봉사자들이 젊은 봉사자들보다 더 많은 만족감을 느낀다는 연구결과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시니어들로만 구성된 봉사 단체를 만들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서로 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의 모임을 만들고 이들이 가진 기술이나 생각 또는 경험을 젊은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도 꽤 괜찮은 코즈(Cause) 마케팅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마치 일본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아이들의 고장 난 장난감을 수리해주고 있는 장난감 할아버지들처럼 말이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을 위해 공구, 차량, 음식이나 숙박을 제공하는 브랜드들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 필자는 봉사단체와 봉사가 필요한 사람들이나 지자체를 매칭해주고 브랜드가 후원하게 유도하는 시니어 봉사 플랫폼 비지니스를 해보는 것도 인생 황혼기에 해볼 만한 스타트업이 될 것 같다. 생각 있는 독자는 연락 주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