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원전은 총 25기이며 5기가 건설 중이며 4기가 건설 준비중이다” 지진으로 인한 원전 폭발 사고를 다룬 영화 판도라의 엔딩 크레딧이다.

출처=한국원자력문화재단

영화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바로 옆 나라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졌어도 ‘남의 나라지’하며 원전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는 것 같은데 ‘과연 그런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영화 판도라와 같이 실제 경북 경주시에서는 지난 9월 12일 오후 8시 20분경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다. 그 후로도 최근까지 진도 1.5~3.0 미만의 여진이 500회 이상 발생했다.

이처럼 주변 지역에 지진이 잦아지고 있음에도 최근 국내 원전 가동률은 상승하고 있다.

원전 이용률 바닥 찍고 다시 급반등

12월 6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9월 12일 경주 지진으로 수동 정지된 월성 원전 1~4호기에 대한 정밀점검결과 안전 운전에 영향이 없음을 확인했다며 재가동을 승인했다. 지난 11월 하순 경에는 예방정비 중인 원전 7기와 월성 원전 1~4호기 등 총 11기의 원전이 가동 정지되면서 원전이용률이 57.3%로 하락한 바 있다. 

최근 고리 2호기의 예방정비가 끝났고 12월 6일 월성 1~4호기가 다시 가동 돼 원전이용률은 73.1%로 상승한다. 전력수요가 늘어나는 연말을 앞두고 현재 정비 중인 다른 원전도 속속 예방정비를 마칠 예정이다. 정비 일정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12월말 가동원전은 23기로 늘어나며 원전 이용률은 96.8%로 상승한다. 최근 2년 평균 원전 이용률은 85%였다.

30년 이상된 노후 발전소도 여전히 가동중

건설된지 30년 이상된 노후 원자력 발전소도 계속 운전되고 있다. 고리 1호기 1978년 4월, 월성 1호기 1983년 4월 등 1990년 이전에 상업운전을 시작한 노후 원전은 9기에 이른다.

추가로 건설 중인 원전도 10여기 이상이다.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에 신고리원전 3‧4호기, 경북 울진군 북면 신한울 원전 1‧2호기 등 10여기가 현재 건설 중이거나 향후 건설을 준비 중에 있다.

7차 전력수급계획, 원자력&석탄 발전 의존도 증가

이번 경주 지진으로 한반도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이 확인 됐음에도 원전을 축소하기보다 추가로 건설하는 것에 대해 곳곳에서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도 우리나라의 원자력 발전 의존도는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기저전원(원전 및 유연탄)과 신재생 등 분산전원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피크원전(LNG) 비중은 다소 감소할 전망이다. 

정부의 7차 전력수급계획 최종년도인 2029년 정격용량 기준으로 유연탄 26.4%, 원전 23.4%, LNG 20.6%, 신재생20.1% 순이다.

피크기여도는 유연탄 31.8%, 원전 28.2%, LNG 24.8% 순으로 더 높다. 신재생에너지는 4.6%에 불과하다. 피크 기여도란 전력사용이 가장 많은 시간에 차지하는 발전 비중을 뜻한다.

신재생에너지는 여전히 뒷전이다. 정부는 7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2014년 정격용량 6241MW(6.7%)에서 2029년 3만 2890MW(20.1%)로 증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다만 피크 기여도는 2.1%에서 4.6%로 여전히 미비할 것으로 보인다.

전원구성비는 연말 설비용량 기준. 출처=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5~2029)

세계적으로도 원전 증가 추세

한편 세계 원전시장도 규모가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침체할 것으로 보였던 원전시장이 최근 들어 회복세로 돌아섰다.

현재 세계적으로 운전 중인 원자력발전소는 442기이고, 건설 중인 발전소는 67기다. 2020년까지 약 82GW 규모의 신규 원전이 들어설 전망이다. 특히 중국, 중동, 인도, 아프리카 등 신규로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는 지역에서 원전 건설은 더욱 활발하게 일 것으로 예상된다. 2020~2030년 세계 원전시장은 최소 90GW에서 300GW 수준으로 전망되고 있다.

(단위: 기). 출처=펑파이망

원전시장이 자연재해의 위협에도 계속 성장하면서 원천 설계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프랑스, 캐나다, 러시아 등의 국가들은 수출 공세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는 국영 원전기업이 정부 지원과 대규모 재원 조달을 바탕으로 베트남, 터키, 헝가리 등에서 성과를 올리고 있고 프랑스는 영국, 중국,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등과 다각적으로 원전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증가하는 이유, 효율성과 경제논리

이는 사고가 날 경우 매우 위험한 에너지이지만 안전하게 관리만 된다면 가장 효율적이고 경제적이라는 신뢰가 밑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원자력발전의 전력거래소 정산단가는 유연탄이나, LNG보다 저렴하다. 그럼에도 손실을 보지 않는다는 건 다른 전원에 비해 원가가 싸기 때문에 비중이 늘어난다고 볼 수 있다. 원전 건설비용 역시 다른 국가에 비해 적게 든다. 

▲ (단위: 원/kwh). 출처=전력통계정보시스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세계적인 추세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원자력 발전은 화석발전과 달리 온실가스 배출 문제가 없다. 또한 우리나라는 신재생에너지 성장 규모에 한계가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지형상 풍력과 태양광 발전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올해 6월 건설허가가 난 신고리 5,6호기를 둘러싼 논쟁도 뜨겁다. 신고리 5,6호기가 들어서는 고리원전은 2022년이면 원전 10기가 가동되기 때문에 이로 인한 찬반 논쟁이 치열하다.

지난 11월 24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신고리 5,6호기 건설 필요한가?’ 토론회에서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원전 비용에 사후처리비가 제대로 반영이 안돼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실제로는 비용이 반영된 결과”라며 “고리본부의 경우 연평균 9조9000억원의 생산유발효과가 발생하고, 2만 1000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효율성‧경제논리와 안전성 논란에 휘말린 원자력 발전이 안전 기준을 더욱 강화해 나가는 방향으로 보완할지 다른 발전 에너지원 확대로 해결할지에 대해 한동안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