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끝으로 향하는 가운데,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흐름도 미묘하게 흘러가고 있어 눈길을 끈다. 특히 '외산 스마트폰의 무덤'이라는 별명의 지속성이 화제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단종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시작된 가운데 발생한 힘의 공백이 외산 스마트폰에게는 기회라는 말이 나왔기 때문이다.

▲ 출처=화웨이

외산 스마트폰, '묘비의 숲'
국내에 진출한 외산 스마트폰의 대명사는 애플 아이폰이다. 글로벌 점유율에 비해 국내에서의 성적은 실망스럽지만 다른 경쟁자의 상황을 살피면 나름 독보적이다. 출시가 시작되는 4분기 점유율이 크게 올랐다가 이후 조금씩 낮아지는 패턴을 보여주는 가운데 나름 갤럭시노트7의 공백을 잘 활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그 흐름이 다소 급격해져 눈길을 끈다. 4분기 최대 30%의 점유율을 찍은 후 서서히 하락해 3분기 10% 초반으로 내려가는 패턴은 그대로지만 아이폰7의 경우 하락세의 간격이 더 좁아지는 분위기다. 현재 업계에 따르면 아이폰7의 하루 판매 실적은 1만대를 밑돌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누적 판매량은 50만대를 약간 넘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적 혁신이 보이지 않ㄴ느 상황에서 아이폰 폭발 이슈 등에 따른 소비자 신뢰 하락이 주효하다는 분석이다. 물론 미국에서 아이폰 점유율은 미국 8월부터 10월 기준 40.5%에 달할 정도로 순항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글로벌 점유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가 국내에서도 재연되는 셈이다.

그 외 외산폰은 무엇이 있을까? 레노버 팹2프로가 있다. 구글의 AR 기술 탱고(Tango)를 탑재한 제품이며 지마켓에서 단독으로 판매한다. 물체를 2D가 아닌 3D로 인식하며 3D 이미지 렌더링이 가능한 카메라 3개를 탑재했다. 이 카메라는 주변 물건이나 공간을 초당 25만회 이상 측정해 AR 이미지를 구현한다는 설명이다. .4인치로 초고화질 QHD 해상도 디스플레이를 지원해 눈길을 끈다.

블랙베리 프리브도 있다. 지난 10월 국내에 출시된 제품이며 3GB 램, 32GB 내장 메모리, 퀄컴 스냅드래곤 808을 탑재했다.또 소니의 엑스페리아XZ도 눈길을 끈다. 5.2인치 풀 HD 디스플레이에 전면 1300만 화소, 후면 2300만 화소 카메라를 탑재했다. 3개의 이미지 센서에, 거리를 감지할 수 있는 레이저 오토포커스 센서, 색상을 포착하는 RGBC-IR 센서를 추가했다. 초점을 잡는 빠른 자동 초점과 동작 예측 초점, 정확한 화이트밸런스 탐지가 구현됐다. 최근 조사에서 갤럭시노트7 단종에 따른 반사이익을 톡톡히 받는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기도 했다. LG V20을 글로벌 시장에서 압도하는 분위기도 일부 연출됐다.

문제는 이러한 외산 스마트폰이 국내에서 전혀 힘을 받지 못하는 대목이다. 애플이 그나마 인기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 동력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나머지 플레이어도 사실상 속수무책이다.

특히 화웨이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독일 전설의 프리미엄 카메라 업체 라이카와 손잡고 만든 P9이 예상보다 저조한 국내 실적을 올렸다는 말이 나오기 때문이다. 스펙으로만 보면 P9은 뒤떨어지지 않는다. 자체 칩셋 기린 955 2.5GHz 64비트 ARM 기반 프로세서를 지원하며 P9과 P9 플러스의 투톱이다. 각각 5.2인치, 5.9인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했으며 배터리 용량은 각각 3000mAh와 3400mAh다. P9은 출시 후 6주만에 글로벌 판매량 600만대를 돌파했으며 연내 1000만대 판매가 유력하다. 중국은 물론 유럽을 중심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 출처=레노버

묘비가 늘어나는 이유
아직 정식으로 출시되지 않아 '직구'로 구매해야 하는 구글의 픽셀도 마찬가지지만, 외산폰의 존재감은 국내에서 사실상 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외산폰의 무덤이라는 별명은 영원할까?

일단 원인부터 짚어보면, 당연히 국내 제조사의 존재감에 시선이 집중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점유율 합이 90%에 달하는 상태에서 외산 스마트폰에 대한 '니즈'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일종의 브랜드 충성도다. 외산 스마트폰의 경우 라디오, 흑백TV에 뿌리를 둔 국내 제조사의 벽을 넘어서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최정상급의 제조사들이 포진한 상태에서 외산 브랜드 대부분이 중저가에 방점을 찍었던 것도 양날의 칼이라는 평가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프리미엄 경쟁을 넘어 중저가, 즉 가성비 경쟁으로 분위기가 바뀌자 외산 스마트폰의 대응도 빠르게 벌어졌으나 이 역시 국내에서는 양날의 칼이 되었다는 뜻이다. 국내에서도 가성비에 대한 니즈가 생겼으나 프리미엄의 수요는 여전하다는 것이 갤럭시S와 아이폰 매출로 잘 증명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중저가로 방향을 잡았던 외산 스마트폰 업체들이 다시 프리미엄으로 방향을 틀어 국내에 진출한다고 해도, 각인된 브랜드 가치에 대한 선입견은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후자의 경우 화웨이가 단적인 사례다. 나아가 화웨이는 P9의 국내 출시가 해외에 비해 9개월 정도 늦었다는 점에서 최신 프리미엄의 가치를 추구하는 국내 소비자의 니즈와는 다소 동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가격적인 문제도 있다. 삼성전자 및 LG전자의 스마트폰은 통신사와의 협력으로 막대한 보조금을 책정하고 있으나 외산폰은 그러지 못하고 있다. 물론 가격 자체가 합리적인 수준이지만 아예 프리미엄의 가치를 추구하며 가격을 올렸다가 보조금으로 내리는 경우와, 처음부터 중저가를 표방하는 경우의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중국도 우리와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스마트폰 시장 출하량은 외산 기업 기준 3분기 15.2%, 4분기 12.2%에 달한다고 전망했다. 강력한 내수시장을 원하고 중국에 뛰어든 외산 스마트폰 업체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아이폰도 마찬가지다.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밀려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올해 8월부터 10월까지 중국에서 iOS 점유율은 17.1%에 불과했다. 배터리 문제가 불거지자 애플의 고위임원이 직접 중국으로 날아가 문제를 수습하는 등 정성을 들이고 있으나 애플의 위력은 점점 반감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 출처=픽사베이

중국도 외산폰의 무덤이 되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와 비슷한 구석이 보인다. 자국 제조사의 약진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3분기 점유율을 보면 오포가 19.9%, 비보 15.9%, 화웨이 12.1%, 샤오미 6.3%, 지오니 5.5%, 러에코 3.8%, 메이주 3.7%, ZTE 2.1%,쿨패드 1.9% 등이다. 애플은 9.3%, 삼성은 5.1%에 불과했다. 자국 기업의 성장에 내수시장의 호응이 일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러한 흐름이 계속될까?라는 질문에는 호불호가 달린다. 중국의 자국 시장 중심의 질서는 중요 제조사의 부상에 따른 효과로 여겨지지만, 그 내면에는 통신시장의 질서개편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의 경우 2G 및 3G 중심의 사용자들에게 4G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막대한 저가 스마트폰을 집중시켰고, 그 결과 자국 중심의 질서가 자리를 잡았다.

여기에 '프리미엄 경쟁이 끝났다'는 편견도 깨야 한다. 하드웨어적 측면에서 이러한 말이 나오지만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하드웨어 경쟁은 고도화의 문제가 아니라 범위의 문제다. 더 얇아지고 가벼운 스마트폰 경쟁이 어렵다고 디스플레이 및 기타 내장 부품의 고도화 경쟁도 사라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소프트웨어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하드웨어적 경쟁도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즉 중저가 경쟁이 어떤 방식으로든 시작되고, 하드웨어 경쟁이 프리미엄을 중심으로 중저가 스마트폰까지 나름 적절하게 확대된다면 외산 스마트폰에게도 한 방이 있어 보인다. 현재야 프리미엄의 가치가 여전하고 경쟁도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기존 저가품 브랜드 선입견을 깨기 어렵지만 기술은 점점 발전하고 그 영향력은 중저가에도 번지는 상황이다. 여기에서 출시 간격을 조정하고 중저가에 더욱 힘이 실린다면, 외산폰의 반격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