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은 국가 간 금리수준에 영향을 받으며 이러한 금리수준을 결정하는 각 국가의 펀더멘탈도 상당히 중요하다.

예를 들어, A국가가 기준금리를 인상한데 반해 여타국들의 금리는 제자리라면 단연 A국가로 자금이 유입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A국가가 금리를 인상한 원인이 위기발발로 인한 외환유출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 공포가 상당하다면 이러한 금리인상 조치는 좀처럼 먹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듯 각국의 금리차와 환율수준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달러는 여타 국가 통화와는 달리 안전자산임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원/달러 환율 추이와 한미 10년물 국채 금리스프레드(한국 10년물 국채 금리-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이하 한미 금리스프레드)를 비교해 보자.

▲ 출처:한국거래소

지난 2003년에서 2007년 서브프라임 위기 발발 전까지는 전 세계 증시가 호황을 맞았다. 그만큼 경제성장률에 대한 전망도 상당히 낙관적이었다. 당시 원/달러 환율과 한미 금리스프레드는 전반적으로 하락 추세를 그렸다.

하지만 금리 수준이 환율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현상을 다소 이상한 일이다. 또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를 거쳐 위기감이 잠잠해 지기 전까지 한미 금리스프레드와 원/달러 환율은 동반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두 국면의 상황은 원화와 달러화의 성격 차이를 분명히 말한다. 즉, 금리차에 관계없이 경기호황 국면에서는 위험자산 선호, 불황 국면에서는 안전자산 선호라는 공식이 원/달러 환율을 지배한 셈이다.

하지만 지난 2014년 하반기부터 원/달러 환율과 한미 금리스프레드는 이론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금리의 매력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다. 최근 한미 금리스프레드 역전, 즉 미 국고채 10년물 국채 금리 수준이 한국 10년물 국채금리보다 높아진 만큼 원/달러 환율은 강세(원화 약세, 달러 강세)를 보이고 있다.

2014년 하반기를 주목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국제 유가 폭락이다. 당시 국제 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상대적으로 달러화는 강세를 나타내기 시작했고, 이는 원화약세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원/달러 환율 1200원의 변곡점과 국제 유가

원/달러 환율 1200원 선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2003년부터 세계 증시가 호황기를 맞이할 당시 원/달러 환율은 1200원을 하회했으며 2008년 금융위기 발발 때는 1200원 선을 돌파했기 때문이다. 2016년 초에는 중국, 일본 등 주요국들의 위기설이 대두되면서 1200원 선을 터치하는 등 불안한 조짐을 보이기도 했다. 우연의 일치일 수 있지만 과거의 기록은 원/달러 환율 1200원을 ‘변곡점’이라고 말한다.

▲ 출처:한국거래소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국제 유가의 폭락은 원화를 약세로 몬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국제 유가는 지난 2014년 10월 폭락 이후 20달러 대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50달러 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만약 추가적으로 유가가 상승 추세를 그린다면 달러는 약세로 돌변할 수 있으며 또 원화도 약세를 멈출 수도 있다.

유가는 공급발 충격에 하락한 것이기 때문에 결국 유가의 상승은 공급을 능가하는 수요가 발생하거나 혹은 공급이 축소돼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트럼프의 재정정책 추진은 수요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유가의 상승세를 이끌어 낼 수 있지만 그의 공약 중 하나인 에너지개발은 유가 상승을 제한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따라서 유가 상승으로 달러 강세를 제약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결국 원/달러 환율은 한미 금리스프레드에 더욱 민감해진다. 한 가지 트럼프의 공약으로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 보호무역 조치에 따른 환율 조작국 지정이다. 그러나 이는 중국의 무역 보복 조치 등의 유발할 수 있어 여전히 정책의 불안정성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달러화 가치는 상승 추세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

지난 3개월 간 원/달러 환율이 1100원 대에서 1200원 대로 상승한 이유는 달러 강세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위안화의 약세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들어 위안화와 원화는 동조화 되는 경향이 강하다”며 “중국 당국이 위안화 약세를 일정 부분 용인하는 듯한 자세를 취한 것도 있으나 기저에는 달러가치 상승이 자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달러화와 위안화는 원/달러 환율을 전망하는 주 요인이라 할 수 있다”고 전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얘기하는 것처럼 미국과 중국이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여타 국가는 물론 한국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현재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고 있는 배경에는 한국경제의 내적 문제보다 외적 요인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트럼프에 대한 정책 불확실성이 원/달러 환율을 현재의 위치에 가져다 놓은 가장 큰 원인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향후 환율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도 트럼프다. 그가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하는 2017년 1월까지 원/달러 환율은 1200원대를 지속적으로 맴돌게 된다는 것이다.

▲ 외환 거래량 추이 [출처:대신증권]

한편, 박형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 금리인상 등으로 인해 강달러 환경이 조성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12월 들어 국내 외화수급 여건이 얇아지며 거래량이 감소하고 있는 것이 크게 작용했다고 판단한다”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12월은 연말이라는 계절적 특수요인으로 거래량이 줄어드는데 이 시기에 미국의 금리인상 이슈와 맞물리며 원/달러 강세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이어 박 연구원은 “만약 이러한 분석이 타당하다면 1월에는 일부 되돌림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트럼프 취임 초기에는 보호무역 정책을 중시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달러 강세를 저지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전 세계적인 경기 및 금융환경은 달러화 강세환경이 지속될 수 있음을 말해준다”며 “장기적으로는 달러화가 강세 압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