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태 사장.


기업의 목표는 단 하나다.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 많은 이익을 내야만 한다. 그런 만큼 CEO는 저마다 특유의 장사꾼 기질을 갖고 있어야 한다. 국내를 넘어 전 세계 기업 모두가 다르지않다. 성공한 글로벌 기업, CEO들은 대부분 자국 시장에서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려 엄청난 수익을 거둬들였다. 글로벌 기업의 증가는 국력 상승으로 이어진다. 대우조선해양은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꾸준한 성장을 거두며 국내 대표기업으로 자리매김 했다.

지난 2010년 12월 모스크바 크렘린 대통령 궁에서 열린 원유운반선 및 정유운반선 수주 계약식에서, 대우조선해양 남상태 사장(오른쪽에서 네번째)과 세르게이 나쉬킨 러시아 대통령 실장(오른쪽에서 다섯번째) 등이 계약식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대우조선해양이 들썩였다. 세계 최대 규모의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 재기화 설비(LNG-FSRU)’ 1척을 수주했기 때문이다. 선박 크기는 17만3400t급으로 상암월드컵경기장 3개가 들어가고도 남는 크기다. 가격은 2억8000만달러(한화 3000억원)로 2014년 까지 건조, 선주인 미국 엑셀러레이트사에 인도된다.

LNG-FSRU는 육상터미널 건설 등 대규모 설비투자 없이도 천연가스의 공급이 가능하다. 기존 LNG선에 세계 최대 용량의 재기화 시스템을 탑재해 장기간 안정적으로 가스를 공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하루 처리량은 2250만t에 달한다. 특히 해수와 자체 순환수를 동시에 이용할 수 있어 어떠한 기후와 항구 조건에서도 안정적으로 재기화 시스템을 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남상태 사장은 “엑셀러레이트 사는 이미 벨기에 엑스마 사와 함께 8척의 액화천연가스 재기화선박(LNG-RV)을 발주한 바 있다는 점에서 이번 수주 건은 그동안 대우조선이 쌓아온 신뢰가 이룬 쾌거”라고 말했다.

최고의 기술력 공인… 올해 수주목표 80% 달성
대우조선해양의 행보가 거침이 없다. 수치로 보면 이해가 쉽다. 8월까지 선박 수주 물량은 40척. 금액으로는 89억4000만달러(한화 9조5300억원)에 달한다. 2011년 수주 목표 금액은 110억달러(한화 11조7260억원). 이대로라면 예상 목표 금액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 조선업은 특성상 여름철 선박 수주가 쉽지 않다. 2분기와 3분기는 쉬어가는 기간에 속한다. 이 기간 중 선박 수주에 성공했다는 것은 기술력이 뒷받침 되지 않고선 불가능하다.


조선과 해양 관련 사업의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기술력과 적극적인 해외진출 등의 노력은 매출 상승의 원동력이 됐다. 대우조선해양의 매출 구조를 살펴보면 한 분야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조선, 해양플랜트, 에너지 등 다양한 방면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을 통해 해외 시장을 공략한 것이 이를 가능케 했다.

과거 선주가 발주하는 물량만 받아 건조하던 것과 달리 직접 해외 개발 사업에 참여해 보다 능동적인 수주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신흥국가들이 저마다 자국 조선소에서의 선박 건조를 의무화하는 시점에서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전략은 딱 들어맞았다.

현지 업체와의 적극적인 기술 교류나 투자를 통해 수주 기회를 창출하며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일명 ‘컨트리 마케팅’ 경영전략은 당장의 사업 뿐 아니라 향후 사업 진출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거두고 있다. 해외에서 맹활약을 하며 매출 대부분을 올리는 등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는 얘기다.

“신흥 국가들은 자국 조선소에서 선박 건조를 의무화하는 보호정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성장을 목표로 한 만큼 당연한 일이다. 현지 업체와 기술교류, 투자를 통해 수주 기회를 창출해야만 신흥시장 공략이 가능하다.” 현지화 전략이 대우조선해양만의 노하우란 얘기다.

텍사스 주 팬핸들 지역에 위치한 리틀프링글사의 풍력발전단지.


대우조선해양에 따르면 현재 진출해 있는 국가는 대략 12곳 정도. 루마니아, 중국, 오만, 캐나다 등 지구촌 곳곳에서 조선업과 풍력사업, 수리조선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해외 경영을 수행한다. 도쿄, 상하이, 휴스턴 등 세계 주요 대도시 12곳의 지사에선 신규 사업 발굴에 적극적으로 움직인다.

러시아·중국 현지화 전략도 대성공
주력사업이 조선인 만큼 조선업 분야의 성과가 가장 눈부시다. 생산 능력 확대와 현지에서 수주 기회를 확보하기 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 조선소·수리조선소 사업이 한창이다. 1997년 인수한 루마니아의 대우망갈리아 조선소와 2005년 설립한 중국 옌타이 대우조선해양 산동유한공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대우망갈리아 조선소는 크기는 91만5000㎡. 서울잠실야구장(2만6331㎡)을 37개나 붙여 놓은 것보다 크다.

이곳에선 파나막스급 원유운반선, 케이프사이즈급 벌커선 등 다양한 선종을 매년 생산하고 있다. 산동유한공사는 옥포조선소에서 건조되는 선박에 필요한 블록을 생산하고 있다. 2010년 기준으로 약 25만t을 생산, 핵심적인 생산기지로 자리매김 했다.

러시아에서도 조선업 현지화에 착수했다. 2007년 푸틴 대통령령으로 조선산업 육성 계획을 발표 했다. 러시아 내 천연가스 및 원유자원 개발에 필요한 선박·설비들은 반드시 러시아 조선소와만 계약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기존 조선사들에게 제약이 될 수 있는 조항. 그러나 대우조선의 현지화 경영전략엔 오히려 도움이 됐다.

중국 산동성 옌타이 시에 위치한 대우조선해양 산동유한공사 블록공장 내에서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당시 남상태 사장은 기술력을 앞세워 실무진과 접촉을 벌일 것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 결과 대우조선해양은 2009년 11월 러시아 국영 조선그룹인 USC와 협력, 쯔베즈다 조선소 현대화 사업에 지금껏 참여하고 있다. 같은해 12월에는 남상태 사장과 푸틴 대통령의 단독 면담도 이뤄졌다.

쯔베즈다 조선소는 과거 러시아 군함을 건조했던 곳이다. 블라디보스톡 인근 지역에 위치, 겨울에도 항구가 얼지 않는 곳으로 조선소 부지로선 천혜의 환경을 자랑한다. 무엇보다 사할린, 캄차카 반도 등 러시아 극동지역 유전이나 가스전과 근접한 지역이므로 해당 프로젝트 개발 시 지리적 이점이 뛰어나다. 특히 잠실야구장 58개를 붙여 놓은 것보다 규모가 큰 153만㎡의 부지에는 각종 연구소 설립이 이뤄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쯔베즈다 조선소에 생산설비 확장·전문 인력 양성 연수소 건설을 통해 전세계에서 유례없는 최신 조선소로 탈바꿈 한다는 계획이다. 기술력 확보만 이뤄진다면 현재 러시아에서 진행 중인 슈토크만, 야말, 사할린 등의 가스 매장지 및 유전개발에 필요한 LNGC, FPU, 시추선 등의 제작에 공동으로 참여하기가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또 러시아 특유의 잠수함 건조기술과 극지방 운행용 상선, 원자력추진 선박, 부유식 발전소 개발 등 기술 교류를 통해 기업경쟁력 확보를 예상하고 있다.

캐나다에선 풍력설비사업 바람몰이
해외진출은 조선업에만 그치지 않는다. 대우조선해양은 2010년 3월, 캐나다 노바 스코시아주와 협력해 풍력발전기 생산을 위한 합작 법인을 설립키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양해각서의 내용은 대우조선해양에 상당히 유리하게 만들어진 상태. 법인이 만들어 지면 노바 스코시아 주정부가 필요로 하는 풍력발전 설비를 신설 법인에서 우선 구매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대서양 연안에 해상 풍력 단지 조성, 조수 간만의 차가 큰 이 지역의 특성을 활용해 조력 발전 사업도 협력해야 한다. 신설 법인이 만들어지면 안정적인 생산 제품 수요처가 생기게 되는 셈. 특히 캐나다 지역의 신재생 에너지 관련 사업 참여도 가능하다. 설립 예정인 법인은 대우조선 51%, 노바 스코시아 주정부가 49%의 지분을 보유할 예정이다.

법인이 설립되면 당장 해당 지역에 전력을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노바 스코시아 전력회사에 풍력발전 설비 공급에 나설 수 있다. 노바 스코시아 주도인 할리팩스의 동북쪽 픽토 카운티에 있는 트렌튼워크사의 철도차량 공장을 인수해 풍력발전기 생산 공장으로 리모델링에 착수한다.

리모델링이 끝나면 연간 최대 600여기의 풍력발전기용 날개와 250기의 몸체 생산에 나설 수 있다. 생산에 따른 예상 매출액은 2억3000만 캐나다 달러(한화 약 2540억원)다. 현재 해당 공장은 2007년까지도 철도 차량을 생산했기 때문에 별도의 대규모 설비 투자 없이도 운영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특히 주변에 철도, 항만 등 육해상 교통 인프라도 갖춰줘 있어 풍력발전기 공장으로서는 최적의 입지 조건을 갖췄다. 그만큼 풍력사업에 거는 기대가 크다.

대우조선해양은 풍력사업의 성공에 강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 지난 3월 대우조선해양의 자회사인 드윈드사는 미국 텍사스 주에 설치될 2MW급 풍력발전기 10기를 수주했고, 드윈드사로부터 수주잔량은 총 55기에 달한다. 2009년 9월 드윈드사 인수 후 텍사스주 리틀 프링글사에 공급한 10기까지 포함하면 65기의 공급 실적을 거뒀다.

1억3000만달러(한화 1500억원)가 넘는 규모로 단일 사업 성과로는 엄청난 액수. 한국계 터빈제조업체로는 가장 많은 공급 실적도 갖고 있다. 이대로라면 신재생에너지사업인 풍력발전을 중심으로 우뚝 설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캐나다 노바 스코시아 신설법인과 미국 드윈드사를 양 축으로 북미 지역에서 안정적인 기반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더 나아가 유럽과 중국 등지로 시장을 확대, 2020년까지 세계 시장 15%를 차지하는 3위권의 풍력 설비업체로 올라서기 위한 채비에 나서고 있다.

중동지역선 SOC·건설사업 참여 활발
조선업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이지만 사막에서 활약도 눈여겨봐야 한다. 2008년 4월, 오만정부가 출자한 부동산 개발 회사인 옴란과 함께 두큼 지역 개발 사업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이란 쾌거를 이뤘다. 각각 50:50 공동출자를 통해 프로젝트 컴퍼니를 설립해 개발 사업에 착수한다.

두큼 지역 개발 사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 진행된다. 근로자 주거단지 개발 사업과 관광단지 개발 사업이다. 근로자 주거단지 개발 사업은 현재 근로자 주거단지 개발을 위해 대우조선의 오만 현지법인과 오만 파트너가 공동 출자하는 프로젝트 회사 설립에 관련한 협약을 체결했다.

별도로 대우조선해양은 ODC를 2006년 설립, 오만 정부와 함께 수리조선소 사업을 진행 중이다. 수리조선소에 대한 건설 및 설비·장비 구매·조업 시스템 준비가 마무리되는 2012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인 영업 활동에 들어 갈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주력 사업인 조선업 외에 풍력사업, 해외 자원개발까지 다양한 분야의 진출을 꾀하고 있다. 일정 부분은 괄목할 만한 성과도 거뒀다. 이를 바탕으로 대우조선해양은 세계 최고의 해양플랜트 기술과 에너지 광구 개발 능력 등 자사의 역량을 십분 활용, 자원 개발 분야에서 토털 솔루션 공급업체로 탈바꿈하고 있다. 에너지 개발을 위해 필요한 기술, 금융, 자문 등 모든 요소를 통합적으로 공급해 신속한 자원 개발 업체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다양한 시도와 현지화 전략 등을 통해 2020년까지 조선·해양 플랜트 및 신재생에너지까지 아우르는 매출 40조원의 세계 최고 종합 중공업 그룹으로 거듭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산화탄소 잡은 청정 플랜트기술
대우조선해양은 녹색조선분야인 이산화탄소 포집사업을 벌이고 있다. 유수의 기업과 견줘도 기술력 만큼은 빠지지 않는다.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이란 온실 가스 방출을 막기 위해 화석 연료를 태울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모아서 처리하는 기술을 말한다. 해당 기술을 이용할 경우 온실 가스의 주범으로 지적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새로 만든 신사업팀을 통해 플랜트 및 청정 화력발전소 영업을 시작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2009년 10월, 대우조선해양은 노르웨이 사르가스와 탄소 배출 절감을 위한 이산화탄소 포집 화력발전소 건설 기술에 관한 생산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대상선 지분 추가인수 윈윈전략
대우조선해양이 현대상선 지분 추가 인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은 현대그룹 경영권의 핵심 계열사다. 현대그룹이 범현대가로부터 경영권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대우조선해양은 천군만마와 같다. 경영권 방어의 백기사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배경엔 현대상선의 선박 수주가 크게 작용했다. 기업 경영을 위한 파트너로서 윈윈전략을 펼친 것이다.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현대상선으로부터 7350억원을 수주한 만큼 파트너 협력 차원에서 현대상선 지분 2%를 보유하기고 했다고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범현대가로 부터 경영권 위협을 받는 현대그룹은 대우조선해양과 선박 수주를 바탕으로 한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김세형 기자 fax1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