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흔히 ‘생명체’와 같다고 한다. 태어나 눈부시게 발전하지만 그 쇠락도 눈 깜짝할 사이 일어난다. 출산율 감소와 노령화, 공공시설의 지방 이전, 주택 유휴화, 도심 슬럼 형성 등으로 도시는 황폐해진다. 우리나라 전국 3470개 읍면동 중 2239개소(65%)에서 도시 쇠퇴가 진행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역도시화로 ‘노인’이 된 도시를 살려낼 수 있을까.

▲ 출처=LH

선진국에서도 이 같은 ‘역도시화’가 진행됐다. 역도시화를 거친 일부 서구도시는 도심 지역으로 인구가 다시 모이는 재도시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쇠퇴를 넘어 ‘재생’으로의 진화다. 다시 말해 도시재생사업은 다시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도시 전체를 활성화시키는 움직임이다.

지난 2013년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시작으로 기존의 도시 외곽 확산을 통한 양적 팽창 중심의 도시정책에서 쇠퇴한 기성시가지 재생으로 도시정책을 전환하는 국가 차원의 도시재생정책이 활발히 논의 중이다. 2014년 정부의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지정된 지역들 중 창원, 순천, 영주 등에서 유동인구 증가와 빈 점포 감소 등 가시적인 성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재정이 지원되는 지자체나 주민자체사업을 제외하고 민간 자본이 투자되는 사업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자체는 민간 투자를 유치하려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민간사업자는 기대 수익성 약화로 도시재생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공공 디벨로퍼’로서의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LH는 그동안 쌓아온 도시개발과 주택건설 핵심역량을 결집한 총체적 도시재생 ‘스마트솔루션’ 시스템을 구축하고, 지자체의 도시재생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최초의 LH 도시재생 스마트솔루션 시범사업인 ‘천안 동남구청사부지 도시재생사업’도 본격화되고 있다. LH는 지난 10월 민간사업자로 현대건설을 최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LH 전담팀을 꾸리는 등 공공 디벨로퍼로의 변신 ‘신호탄’을 올렸다.

도시재생리츠 제1호이기도 한 ‘천안 동남구청사부지 도시재생사업’은 천안시 구도심 시유지를 활용하여 도시재생 거점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천안시는 2005년에 천안시청이 불당동으로 이전한 후 도심 쇠퇴를 막고자 자체적으로 복합테마파크 조성사업을 추진했지만 민간에 전적으로 의존한 사업계획으로 4차례 공모가 실패했다.

천안시청 도시재생센터 이경열 팀장은 “LH가 사전검토단계에서부터 천안시와 파트너십을 통해 사업기획 및 계획수립에 참여, 사업시행협약을 거쳐 민간사업자 선정 및 사업시행단계에 이르렀다”면서 “주민서비스를 위한 공공시설이나 일자리 시설 등 공공성을 확보하면서도 큰 재정 부담 없이 사업을 실현시키는 것이 LH와 함께 도시재생사업을 하면서 느낀 가장 큰 장점”이라고 꼽았다.

시범사업인 만큼 전례가 없어 여러 난관에 부딪히기도 했다. 도시재생활성화 계획에 반영되어 있음에도 지방재정법에 따른 별도의 투자심사 절차 문제가 발생했고, 주택도시기금 지원을 위해 사업구조를 수차례 바꾸기도 했으며 민간사업자 공모에서 유찰되기도 했다.

그는 “기성 시가지의 개발이 필요하지만 높은 지가, 복잡한 이해관계 등으로 도시 내부를 재생하는 것이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에 천안시는 그동안 도시 외곽 개발 위주의 쉬운 길을 택해 왔다”고 말했다. 사실 도시 내 재생사업은 재개발·재건축 등 민간에 의존하고 있어 이러한 수익성 기반의 물리적 정비사업은 대내외적 상황으로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사업은 천안시가 기존 사업방식을 버리고 공공개발 경험을 보유한 LH와 업무협약을 맺고 사업구상단계부터 실행까지 협업하면서 정상궤도를 찾고 있다. 사업지에 어린이회관, 지식산업센터, 공영주차장 등 공공에서 필요한 기능을 도입할 수 있었으며, 주거 중심의 복합기능 도입을 통해 인구유입과 재정 절감을 가능하게 했다. 또한 사업의 시행자인 천안미드힐타운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의 자산관리회사를 LH가 담당하면서 미분양분에 대한 LH의 매입 확약으로 리스크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국토교통부의 주택도시기금이 지원하는 도시재생 1호 사업으로 선정돼 정책금융의 출자와 저리융자 및 HUG 보증으로 민간투자 유치와 이자비용을 줄이기도 했다.

그 외에도 상가 부분을 민간사업자가 일괄 운영을 전제로 전체 매입하도록 하는 등 상권 활성화를 위한 사업기획 부분이나, 민간사업자 유치를 위한 사업조건 설정과 의견 조율, 그리고 설계·시공 관련 건설, 토목, 기계, 전기 등 각 분야의 전문가를 활용할 수 있었다.

LH 도시재생사업 민간 자문위원인 박희윤 모리빌딩도시기획 한국지사장은 “LH가 공공 디벨로퍼를 표방하고 노력 중이나 사업의 유형과 성격에 따라 공공 개발의 한계가 있다”면서 “민간 참여가 가능하다면 최대한 민간의 노하우와 경험을 활용하는 것이 맞지만 또 민간 개발주체의 역량과 신뢰도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박스 인터뷰]

박희윤 모리빌딩도시기획 한국지사장

“민간과 함께 하는 한국형 도시재생”

한국의 도시화 쇠퇴 메커니즘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과 유사했지만 상대적으로 도시화가 늦어 도시구조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다른 점이 있다. 서울의 강북·강남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지방도시도 원도심과 70년대 이후 개발된 신도심의 쌍둥이 구조를 취하고 있고, 현재 원도심 중심의 도시재생에 대해서는 다른 도심권 거주민들의 반박이 있을 수 있다. 또 개발사업의 역사가 짧은 관계로 재생사업을 주도해갈 사업 주체가 부재하다.

LH는 민간이 들어올 수 있는 지역의 사업은 코디네이터 역할 정도를 하고 인구 50만 이하의 민간이 들어오기 힘든 사업장의 경우는 주도적 역할을 맡는 것이 맞다. 또한 공공 주도 사업도 전부 내부에서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민간의 노하우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일본의 공공주도 도시재생 앵커(핵심) 사업이 대부분 실패했다는 점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천안시청 도시재생센터 이경열 팀장

"4차례 유찰 도심 개발사업 LH와 협업 성공"

도시재생은 산업구조 변화와 도시의 외연적 확장으로 인한 기성 시가지의 쇠퇴를 회복하고 경제적 활력을 향상시킴으로써 인구·산업의 회귀 촉진과 재활성화를 모색하기 위한 사업이다. 기성 시가지의 개발이 필요하지만 높은 지가, 복잡한 이해관계 등으로 도시 내부를 재생하는 것이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에 천안시는 그동안 도시 외곽 개발 위주로 사업 진행했다.

이번 사업의 성공적 추진으로 원도심에 새로운 기능 도입 및 정주인구 확보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가 일어나고, 주변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민간투자 활성화의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향후 천안역사 신축을 포함한 복합개발과 함께 동서 간 균형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