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학력이나 소득 수준이 학생들의 학업 성적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는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얼마 전에 발표된 학업성취도와 관련된 조사 결과는 꽤 충격적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지난 12월 6일 ‘2015 국제 학업 성취도 평가(PISA)’에서 소속 35개 회원국 학생들의 읽기, 수학, 과학 성적과 함께 학생의 사회, 경제, 문화적 배경이 과학 성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조선일보> 12월). 이 조사는 35개 회원국 부모의 직업과 교육수준, 집안의 책 보유 규모 등에 대한 설문 조사를 벌여 이 결과와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비교한 것이라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학생들의 배경이 학력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구체적인 항목들을 보자. 우리나라 학생들의 배경에 따른 점수 차이는 2006년 31점에서 2015년 44점으로, 이는 OECD 국가들의 평균점수가 2006년과 2015년이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그 차이가 적지 않다. 특히 미국은 이 격차를 9년 만에 13점이나 줄였고, 영국도 8점이나 줄였는데 우리는 오히려 13점이나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경제적 배경이 학력에 미치는 영향력 역시 2006년 7%에서 2015년 10.1%로 분석되어 3% 포인트 이상 증가한 데 반해, OECD 35개 국은 이 수치가 동기간 평균 1.4% 포인트 감소했다. 특히 미국의 경우 17.4%에서 11.4%로 6% 포인트나 줄었다. 우리로서는 참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조사에서 특히 심각한 부분은 바로 ‘개천의 용’ 비율이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높은 과학 점수를 받은 ‘개천에서 난 용’ 학생의 비율이 특히 감소한 것인데, 이 비율은 그 나라의 교육 형평성 수준의 기준이 된다고 한다. 그렇게 보면 우리나라는 ‘교육 형평성’이 매우 낮은 나라가 된다. 개인의 노력으로 성공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낮아지는 사회는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교육 형평성 부재로 인한 사회 불평등 심화는 앞으로 우리가 이루어야 할 사회통합이라는 측면에서도 매우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선진국이라고 자부하는 대한민국의 사회 구성원 간의 평등 지수는 상승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개인의 능력이 개인 이외의 다른 영향력, 예를 들어 부모의 경제적 능력에 의해 아직도 지배받고 있다는 사실은 현재의 우리 수준을 말해주는 것 같아 참 씁쓸하다. 교육제도를 통해 계층 간 이동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어야 하는데, 더 이상 그러지 못함이 안타까울 뿐이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학력에 집착할까? 아마도 고학력이 고소득을 의미한다고 생각해서일 것이다.

사실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비교해 체력도 약하면서 지구를 정복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다른 인간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함께 사냥을 하고 농사를 짓고 무리를 지어 살아가면서 서로를 이용하고 도와주고 보호받았기 때문에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인간이라는 자원을 상호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인류는 지능을 얻게 되었고, 이 지능을 활용해 법, 질서, 국가와 같은 시스템을 만들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심리학자인 서은국 교수는 칼럼에서 인간은 이런 시스템을 통해 먹이사슬의 최정점에 올라서게 되었다고까지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인간이 지구 정복을 가능하게 한 가장 큰 원인 요소가 바로 사회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인간끼리의 협업에 문제가 생길 때 우리는 불안감과 우울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리라. 그리고 이런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우리는 오늘도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하루를 살아가는 힘을 얻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런데 이런 인간끼리의 활용 전략을 깨버린 아이템이 있었다고 하니 그것이 바로 돈이었다. 돈으로 타인의 협력을 구매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돈이 있으면 타인이 없어도 돈을 지불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협력 없이 얻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흥미롭지 않은가? 협력을 바탕으로 세상과 싸우기 위해 사회를 만든 인류가, 돈을 발명하면서 이제 그 돈으로 인해 사회를 만든 이유인 인간들 간의 협력에 문제가 생기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바로 사회에서 말하는 일반적 의미의 성공이 돈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공부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에 내 자식이 남들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만들기 위해 부모는 더 좋은(비싼) 교육을 시킨다. 그 결과 부모의 능력이 자식의 학력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일 수도 있다. 결국 교육의 불공평한 유통으로 ‘개천에서 난 용’이 줄어들면서 부의 대물림이 증가하게 되고, 그 결과 사회 불평등 요소들이 더 많아지게 되었다는 추론도 가능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렇게 주장한다. 교육 내의 불평등 제거를 위해 사회는 물론 기업 역시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이다. 기업 상품의 구매 역시 소비자인 내가 먹고 살만해야 일어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사회와 함께 개천에서 용을 키우는 코즈(Cause) 마케팅을 실현함으로써, 브랜드 자산 가치가 올라가는 경험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