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콘티넨탈 코리아

스마트 키 대신 스마트폰을 들었다. 앱을 작동시키자 노란색 화면이 켜졌다. 자동차가 있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화면이 파란색으로 바뀌는가 싶더니 ‘덜컥’ 차문이 열렸다. 운전석에 앉자 시동이 걸렸다. 앱 배경화면은 초록색이었다.

글로벌 기술 기업 콘티넨탈은 14일 키 없이 자동차를 공유할 수 있는 액세스 시스템 기술을 직접 선보이는 자리를 마련했다. 사실 신기한 광경은 아니었다. 이미 많은 회사들이 기술 시현에 성공하거나 상용화를 마친 부분도 있었다. 콘티넨탈은 여기에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까지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지능형 커넥티드 카의 미래였다.

자동차 키도 진화한다

콘티넨탈은 독일 하노버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기술 회사다. 1871년 설립 이후 샤시안전, 구동, 인테리어, 타이어, 콘티테크 등 5개 사업본부를 운영하고 있다. 변속기, 전기차 부품, 인포테인먼트, 계기판 디자인, 안전제어·센서, 타이어 등 자동차 관련 사업을 펼치고 있다는 뜻이다. 2015년 기준 매출액은 약 392억유로(약 49조원)에 달한다.

국내 법인명은 콘티넨탈코리아. 이 중 바디전장 사업부의 경우 150여명의 인력이 투입될 만큼 큰 규모를 자랑한다. 이 곳 사업본부 중 유일하게 국내서 개발한 기술을 해외에 수출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 사진 = 이코노믹리뷰 DB

현장에는 콘티넨탈이 직접 만든 수십개의 자동차 키가 전시돼 있었다. 현대차, 제네시스, 르노부터 페라리, 벤틀리까지 다양했다.

자동차 키는 그간 진화를 거듭해왔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는 계기가 됐다. 초창기 열쇠를 직접 체결해 차문을 열고 시동을 걸었던 시절이 있었다. 열쇠를 분실할 경우 차를 운행하기는커녕 문조차열 수 없었다.

이후 나타난 제품은 원격 키리스 엔트리 키(RKE)다. 차문을 열고 닫는 것은 버튼식으로 하되 시동은 열쇠를 결합해 걸 수 있는 구조다. 현재까지도 많은 운전자들이 이를 사용하고 있으며 차 문을 여닫기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 자동차 키 진화 과정 / 출처 = 콘티넨탈 코리아

패시브 스타트 엔트리 키(PASE)가 등장하면서 은색의 열쇠는 서서히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차량 내부에는 ‘스타트 버튼’이 생겼다. 이후 전파를 다양한 경로로 보낼 수 있는 ‘양방향 키’, 더 멀리 보낼 수 있는 ‘장거리 양방향 키’가 시장에 나왔다.

스마트폰 시대가 열린 이후에는 ‘트렌드 키’가 모습을 드러냈다. 기존 스마트 키와 같은 모양을 하고 있지만 스마트폰과 연동을 통해 차량 상태 등을 공유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OTA키, 미래를 품다

콘티넨탈은 이날 자사가 차량 액세스 및 엔진 스타트를 위한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광범위한 차량 액세스 시스템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혁신적인 차량 액세스 및 엔진 스타트 시스템을 개선 및 개발하는데 집중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새로운 솔루션과 기능을 선보이고 있다는 게 핵심 내용이었다.

▲ 바디전장 사업부 총괄 대표인 엄정우 콘티넨탈코리아 부사장이 차량 액세스 시스템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출처 = 콘티넨탈 코리아

바디전장 사업부 총괄 대표인 엄정우 콘티넨탈코리아 부사장은 “콘티넨탈이 제공하는 다양한 솔루션 포트폴리오를 통해 고객은 원하는 기술을 결정할 수 있는 동시에 가장 안전하고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키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회사는 블루투스 기술 기반의 ‘스마트 액세스’를 소개했다. 블루투스 저에너지(BLE) 기술을 기반으로 핸즈프리 액세스와 엔진 스타트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다. 백엔드 서버가 운전자의 스마트폰에 무선으로 액세스 인증을 전송하고, BLE는 이 인증 정보를 스마트폰에서 자동차로 전송해 유효한 키인지 인식, 접근을 허용한다.

향후에는 운전자가 차량에 접근하는 것만으로도 차량 잠금 장치가 해제돼 운전자의 편의성을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운전자가 탑승하면 차량은 스마트폰의 인증 정보를 확인해 엔진 시동을 가능하게 한다. 또 스마트폰을 이용해 현재 차량 위치와 관련된 GPS 데이터, 차량 잠금 또는 해제 여부, 타이어 공기압, 연료 잔여량 등 차량에 대한 세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 스마트 액세스 기술 개요 / 출처 = 콘티넨탈 코리아

이 회사는 아키텍처에서 스마트폰은 콘티넨탈 BLE 단말기와 통신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가까운 미래에 콘티넨탈은 시스템에 NFC(근거리 무선통신) 기술을 통합할 계획이다.

콘티넨탈은 현재 벨기에 기업 디테랑(D´Ieteren)과 합작 투자한 OTA keys를 통해 카셰어링 서비스, 차량 운영 및 차량 렌탈 업체를 위한 가상 키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OTA keys 시스템의 핵심은 ‘가상 스마트폰 키’다. 스마트폰은 NFC나 에너지 절감 표준인 BLE를 이용해 차량과 정보를 교환한다. 운전자가 스마트폰 앱을 사용해 원하는 시간에 필요한 차량을 예약하면, OTA keys 시스템은 암호화된 위조 방지 데이터로 구성된 가상 키를 운전자의 스마트폰에 전송하는 구조다.

가상 키는 운전자의 스마트폰 SIM 카드에 저장되고, 스마트폰은 NFC나 BLE 표준을 이용해 인증, 차량, 진단 데이터, 사용자 프로필 등의 데이터를 차량 내 리더기로 전송한다.

▲ 콘티넨탈 오토모티브 시스템의 바디전장 사업부 최원준 과장이 콘티넨탈 스마트 액세스 기술을 시연하고 있다 / 출처 = 콘티넨탈 코리아

콘티넨탈 관계자는 “우리는 이동성에 대한 큰 도전에 직면해 있는데 도시 인구가 증가하고 대기 오염은 악화되고 있다는 게 핵심”이라며 “하지만 이는 동시에 중요한 기회이기도 한데, 사물인터넷을 통한 커넥티드 기기 시장이 크게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어쩌면 우리는 가까운 미래에 키 없이 자동차를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경비실 등에 키를 맡길 일, 키를 찾다가 지각하는 일 등은 추억 속으로 사라질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