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한 언론에서 우리 회사와 관련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법적으로는 아무 이상이 없는 것이거든요. 물론 일부 국민들이 볼 때는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긴 한데요. 기본적으로 법적인 문제가 없는데도 여기저기서 기사화하는 건 너무하는 것 아닌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기업이 사회에서 기업 시민으로 태어나 성장하고 그 성장을 유지해 나갈 때는, 일반 시민들과 같이 항상 지켜야 하는 사회적 룰이 있습니다. 일반 시민들이 지켜야 하는 법, 윤리, 도덕, 에티켓, 매너 등과 더불어 기업 시민들은 더욱 높은 수준의 사회적 공익을 함께 추구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은 기업을 경영하는 데 있어서 ‘법’을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의 핵심으로 봅니다. 일단 법은 지키지 않으면 그에 따른 처벌이 따르는 것이라 더욱 더 기업 측에서는 신경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일부 법을 지키지 않고 사업을 편법으로 영위해 나가는 기업들의 경우에는 여기에서 일단 논외로 합니다.

기업 시민의 관점에서 볼 때 기업이 법적 책임을 다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기업 스스로도 법을 지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라는 공감대가 있을 것이고, 또 있어야 합니다. 기업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 해당 기업이 최소한의 ‘법’을 지키지 않아 왔다는 것이 드러나게 되면, 그 기업은 상황을 관리할 수 없게 됩니다. 따라서 기업이 법을 지켰다는 것은 기본이면서 당연한 행동이 됩니다. 이 의미는 사회적 논란이 발생했을 때 ‘우리는 법을 지킨 것’이라고 강조하는 것이 별반 차별화 요소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 다음은 법적 책임을 넘어서 여론적인 책임까지 아우르는 기업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떳떳한 것’입니다. 법적으로나 여론적으로 별반 논란의 여지가 적기 때문입니다. 물론 법을 지켰다고 해도, 그 해석이나 적용에 따라 논란이 일부 발생할 수는 있습니다. 여론적인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해당 기업이 그간 기록과 입장을 기반으로 이슈나 위기관리가 가능합니다. 상황에 따라 이슈 및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얼마나 전략적으로 실행되는가에 따라 성공 가능성은 더욱 높아집니다. 이런 경우 사회적 논란이 발생했을 때 ‘우리는 이런 측면에서 법과 여론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을 견지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부분에서 정상 참작을 받을 기회가 생길 수 있습니다.

기업 시민 관점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기업은 법적‧여론적인 책임은 물론, 그보다 훨씬 높은 사회적 기준을 자체적으로 준수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사회적으로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희박함은 물론, 기업 구성원들이 가지는 자긍심은 극대화됩니다. 우리는 사회적으로 모든 책임을 다하고 있으며, 그를 상회하는 기준을 준수하고 있다고 자랑할 수 있게 됩니다. 말 그대로 이 수준은 ‘당당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사회적 논란이 발생하면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킬 수 있는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모든 기준들보다 훨씬 높은 이런 기준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해 왔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자사의 높은 기준과 여러 사회적 고려 수준들을 강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 관련된 커뮤니케이션이 유효하게 진행되면, 공중은 당연히 해당 기업에게 점수를 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문제는 기업이 법적 기준만을 겨우 지켜놓고, ‘떳떳하다’거나 ‘당당하다’고 이야기하는 경우입니다. 이는 대부분 ‘로펌’이나 ‘법무부서’에서 주장하는 바와 일치합니다. ‘이러한 부분은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주장을 기반으로 ‘우리 회사는 법을 지켰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게 되는 것이죠. 사회적 수용성에는 별반 신경을 쓰지 않는 아주 위험한 발상입니다. 물론 최고경영진들의 입장에서는 아주 단호하고 심플해 보이니 해당 의견에 의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법 위에 국민정서법이 있다’라는 농담도 하긴 합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해외 선진국들에서도 사실 마찬가지입니다. 법을 지키고, 여론적인 책임을 다하고, 그보다 훨씬 높은 자체적인 기준을 잘 관리하고 유지해 나가는 기업이 사회적으로 성공한 기업이라 평가받기 때문입니다. 성공한 기업에서 더욱 존경받는 기업이 되는 방법이 바로 그런 과정과 단계를 거치게 된다는 의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