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K뷰티는 날개를 달았다. 많은 국내 브랜드들이 중국 시장에 진출하고 싶어 하지만 쉽지만은 않다. 비투링크는 국내 화장품 브랜드들을 중국 채널에 연결해주는 유통회사다. 2014년 7월 설립된 스타트업이지만 직원 수는 벌써 100명을 상회한다. 국내 150여개의 브랜드와 아시아 40개 채널을 연결해주고 있는 비투링크의 이소형 대표를 만났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한국은 ‘트렌드 리더’

비투링크 창업 이전에 이 대표는 맥킨지에서 일을 하면서 해외를 많이 돌아다닐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해외에서 한국 ‘소비재’의 경쟁력을 확인했다. “10년 전만 해도 한국 하면 떠오르는 게 없을 정도로 개성이 없던 나라인데, 최근 몇 년간은 K팝의 영향으로 ‘한국’ 하면 ‘세련되고 트렌드에 민감한 나라’라는 이미지가 생겼어요. 특히 유행에 민감한 사람들 사이에서 그런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고, 아시아에선 압도적으로 트렌드 리더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죠. 요즘은 서양권에서도 대중문화를 리드하고 있다는 인식을 주기 시작했어요. 이런 현상을 봤을 때 ‘소비재’ 측면에서 한국은 아주 좋은 자산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죠.”

이 경험을 바탕으로 이 대표는 ‘한국은 글로벌 트렌드를 리드할 수밖에 없다’는 가설을 세웠다. “소비재는 소비자를 보면서 만들어요. 소비자보다 반 발짝 정도 앞서가야 성공하기 때문에 소비자를 관찰하는 게 정말 중요하거든요. 너무 멀리 앞서가도 안 되고 소비자에 너무 딱 맞추면 새롭지가 않으니까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소비자 자체가 다른 나라에 비해 반 발짝 앞서 있어요. 그러니까 우리나라 소비자들한테 맞춘 소비재는 글로벌 시장에서 트렌드를 리드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죠. 소비재의 발전은 튼튼한 소비자 베이스에서 와요. 예전에는 다른 나라의 문화가 우리에게 흘러 들어왔다면 이제는 적어도 문화, 뷰티에 관련된 것들은 오히려 일본, 중국, 미국과 같은 나라로 흘러가고 있다고 봅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브랜드 가치를 위해 일한다

창업 당시 중국 내에서 E커머스가 엄청나게 성장하고 있었고 그중에서도 화장품이 GDP 대비 소비가 적다는 점에 착안한 이 대표는 먼저 중국을 타깃으로 정했다. 자금이 부족해 5일간 중국 내 4개 도시를 돌며 30개가 넘는 기업들을 만나야 했다. 처음에는 30개 기업 모두에게 제품 소개가 아니라 역직구 배송 서비스에 대한 ‘직영’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30개 기업 중 유일하게 이 아이디어를 받아들인 것은 A 사뿐. 그런데 이 제안이 대박이 났다.

그렇게 A 사와 함께 성장하며 창업 6개월 만에 직원이 40명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위기가 왔다. A 사가 독점 계약을 요구한 것. 당시 비투링크 매출의 90%는 A 사에서 나오고 있었지만, 이 대표는 과감하게 계약을 하지 않았다. 15억원에 달하던 매출은 1억원으로 떨어졌다. 이 대표가 이런 선택을 한 것은 ‘브랜드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화장품 유통 과정에서 중요한 건 결국 그 브랜드 가치를 지켜줄 수 있느냐예요. 그래서 직원들한테도 소탐대실하지 말자고 항상 강조해요. 사실 이익을 목적으로 하다 보면 어떤 제품이 뜰 것 같을 때 채널들이 브랜드와의 약속을 많이 어겨요. 정식 유통을 하기로 해놓고 상품을 뒤로 뺀다든지 가격을 상의 없이 낮춘다든지 하는 거죠. 그렇게 덤핑을 해버리면 결국 브랜드 가치는 떨어져요. 눈앞에 이익을 위해 브랜드 가치를 낮추지 말자는 것은 철칙으로 삼고 있어요.”

비투링크는 3개월 만에 다시 정상궤도에 오를 수 있었다. 처음에 만났던 30개 사에 다시 연락해 서비스 콘셉트를 제시했다. A 사와 성공했던 것이 다른 회사들과의 계약을 이어갈 수 있는 토대가 됐다. “전통적인 전자상거래 역직구 플랫폼은 셀러들이 입점해서 운영하는 방식인데, 역직구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배송이거든요. 그런데 입점 방식은 관리가 안 돼요. 또 당시에는 로컬몰과 직구 플랫폼 상품 구색이 겹치더라고요. 중국에서 해외 직구를 하는 사람들은 아직 내 친구들이 안 쓰는 무언가를 먼저 쓰고 싶은 욕구가 큰 거거든요. 그래서 직영으로 채널 권위를 높이면서 A급 브랜드의 안 알려진 상품이나, 한국에선 유명하지만 중국에서는 모르는 그런 제품들을 추천하도록 했고 구매 전환율을 높일 수 있었어요. 또 이 위기를 계기로 회사 매출 채널을 분산하는 포트폴리오를 견고하게 세웠죠.”

이 대표는 국내 브랜드들이 너무 중국에 묶여있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중국 이외의 시장으로도 진출하려고 준비 중이다. “중국 매출 비중이 50% 밑으로만 내려가도 국내 브랜드들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어요. 그래야 더 오래 가요. 미국이나 인도 같은 경우는 국내와 시차가 있기 때문에 그런 나라로 갈수록 시스템을 통한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모든 직원이 밤마다 일을 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걸 대비해서 회사에 IT팀을 따로 만들었고, 유통회사로서는 최고 수준의 IT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자신해요. 선진화된 유통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결국 비투링크의 성장은 유통회사라고 해서 제품 브랜드 연결만 해주는 것이 아닌 산업 내에서의 서비스 컨설팅까지 함께 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최근에는 국내 화장품 브랜드들의 브랜드 컨설팅도 시작했다. 단순히 중국 시장으로 진출한다고 해서 모든 브랜드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앞서 만든 IT 시스템으로 브랜드 데이터를 분석하고 방향성을 제시한다. “뷰티 산업이 발전하려면 새로운 브랜드 발굴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브랜드 가치를 태우면서 돈을 벌고 싶지는 않고요. 브랜드 가치를 높여주면서 함께 성장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싶어요.”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스타트업은 ‘베팅’이다

비투링크에는 ‘꿈 방’이 있다. 모든 직원들이 자신의 단기적인 목표와 장기적인 목표를 쓴 카드를 걸어뒀다. 한 달에 한 번 각자의 꿈 카드를 직원들끼리 교환하고 꿈을 교환한다. 이 대표의 꿈은 ‘엔젤투자자’가 돼 또 다른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키워주는 것이다.

이 대표는 자신 때문에 성공한 회사가 아니라 직원 모두가 함께 해서 성공한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종교적일 정도로 직원들이 열광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스타트업에 온 사람들은 다들 자신의 인생에서 무엇인가를 ‘베팅’한 사람들이에요. 대기업의 연봉을 포기하고 온 사람들도 많거든요. 그들 개개인의 베팅을 이기도록 해 주는 게 저의 소명이라고 생각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이 회사에 온 모든 사람들이 베팅을 해야 한다는 점이죠. 모두가 절박한 사람이 모여야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 명이라도 그렇지 않으면 나머지 모든 사람들의 베팅은 성공할 수 없을 거예요. 그래서 야망이 큰 사람들을 얻고 싶습니다. 성공한 뒤에는 직원들과 그 성과를 나누고 싶어요.”

‘함께 일하고 싶은 역량을 가진 동료가 된다.’ 비투링크 사무실 내에 걸려 있던 문구가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