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小雪)이 지나고 나니 금세 찬바람이 불고 전국 곳곳의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다는 뉴스가 흘러나온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마감하는 겨울의 문턱에 서 있다는 것이 피부로 느껴진다.

2016년은 4년간의 긴 수련 기간을 마치고 재활의학과 전문의로 첫 발을 내디딘 해로 필자에게 있어서는 큰 의미를 지니는 해이며, 이번 겨울은 그 의미 깊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뇌졸중 환자가 많이 발생하는 겨울철이야말로 필자가 일하는 신경과 전문병원의 특성상 가장 바쁜 시기로, 새로 시작하는 시기라 할 수 있겠다.

뇌졸중은 12~1월에 특히 사망자가 많은 것으로 보고되는 것으로 보아 겨울철에 가장 조심해야 할 질병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혈관 수축이 발생하게 되고 이로 인해 혈압 상승을 유발해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면서 뇌졸중 발생이 증가하는 것이다.

최근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5년 한국인의 사망 원인’에 의하면 뇌혈관 질환은 사망 원인 3위에 올라 있을 정도로 무서운 질환이다. 그러나 최근 초기 치료 성적이 좋아지면서 사망률은 낮아지는 추세이나 뇌졸중이 남기고 간 장애로 고통 받는 환자들을 쉽게 볼 수 있으며, 이런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필자와 같은 재활의학과 전문의들의 존재가 필요하게 된다.

재활의학과 의사가 뇌졸중 환자의 재활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불청객이 ‘경직’이다. ‘경직’은 중추신경의 손상 후 후유증으로 마비된 측의 근육 긴장도가 증가해 뻣뻣해지는 것을 말한다. 이는 뇌졸중의 근력 회복 단계에서 나타나는 긍정적 신호일 수도 있고, 편마비 환자의 기능 회복 정도에 따라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심한 경우 운동 기능의 저하뿐 아니라 삶의 질과 관련된 기능적인 영역인 옷 입기, 세면 등 일상생활 동작 수행에 심각한 장애를 유발할 수도 있다.

뇌졸중 후 ‘경직’의 발생 빈도는 연구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뇌졸중 3개월 후 19~35%, 1년 후 40% 정도에서 발생한다고 보고된다. 이런 ‘경직’ 환자의 치료에서 첫 번째 단계는 경직을 증가시킬 수 있는 요인을 찾아서 이를 조절해 주는 것과 규칙적인 스트레칭을 포함한 관절 운동이다. ‘경직’을 증가시킬 수 있는 유해 요인은 너무나 많다. 특히 의식이 떨어져서 표현을 할 수 없는 입원 환자의 경우는 무작정 ‘경직’을 감소시키는 약을 쓰는 것보다 유해요인을 차근차근 찾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내성발톱, 욕창, 변비, 요로감염이나 요관 카테터 막힘 등 조금만 신경 쓰면 조절할 수 있는 사소한 것들이 ‘경직’을 악화시킬 수 있는 것들이니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심지어 환자에게 맞지 않는 보조기나 의자, 또는 휠체어도 이러한 ‘경직’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늘 명심해야 한다.

이러한 원인 인자를 교정하고 관절운동을 지속했는데도 증상이 지속 또는 악화되는 경우 시작할 수 있는 것으로 약물치료, 주사치료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전신 경직의 경우 Baclofen, Tizanidine, Diazepam 등의 약물치료가 우선적으로 선택되나 이러한 약물치료로 조절되지 않을 경우 최근 경막 내 바클로펜 펌프 삽입술을 이용한다는 보고가 있다. 그러나 이들은 부작용을 고려해 조심해서 사용해야 한다.

국소적인 ‘경직’의 경우 ‘페놀’이나 ‘보툴리눔 독소’를 이용한 화학적 차단술을 이용할 수 있다. 특히 ‘보툴리눔 독소’를 이용한 차단술이 널리 이용되고 있는데 최근에는 초음파로 유도해 주사함으로써 목표 근육에 보다 정확한 주사가 가능하게 되었다. ‘보툴리눔 독소’ 주사의 효과는 통상 주사 1~3일 후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해 3~6개월까지 지속된다고 보고된다. 또한 경직을 유발하는 특정 근육에만 선택적으로 주사할 수 있으므로 전신적으로 작용하는 약물에 비해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보툴리눔 독소’ 주사에 있어서 주의해야 할 점은 보험 급여 기준에 대한 숙지이다. 현재 시판되는 ‘보툴리눔 독소’의 가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급여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환자에게 주사하는 것은 쉽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 보험 급여 기준에서는 성인 뇌졸중의 경우 MAS 2, 3등급의 상지 근육 경직에만 투여할 수 있도록 명시되어 있으며 3년 이내 최대 6회까지만 인정되고 있는 현실이다. 필자의 경우도 특히 타 병원에서 전원 온 환자들에게는 ‘보툴리눔 독소’ 주사 과거력을 반드시 체크하고 이 기준에 맞추어 주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뇌졸중 발병 후 기간이 급여 기준을 넘었다는 이유로 화학적 차단술의 적응증에 해당하지만 주사를 할 수 없는 안타까운 경우를 수없이 보게 된다.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우리나라 급여 기준 특성상, 이에 해당하는 환자들을 면밀히 살펴 적극적으로 ‘경직’을 치료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경직’은 환자와 마주하는 의사, 보호자, 작업치료사, 물리치료사, 간호사 등 모든 직종이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얼마든지 조기에 발견하고 조절할 수 있는 질환이다. 오늘도 혹시 필자의 나태함으로 인해 환자의 사소한 부분들을 놓친 것이 없는지 스스로 반성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