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 가결 이후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비상대응 계획(컨틴전시 플랜) 가동에 들어갔다. 주요 대기업들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최소 수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기업들이 이 기간 동안 투자와 사업재편, 인수합병 등의 중대 의사결정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실행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알려졌다. 기업들은 정부의 인·허가권, 사업 승인권 등 각종 규제 관련 결정이 늦춰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신성장사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 동력이 약화할까 우려하고 있는 추세다.

삼성은 최순실 게이트와 탄핵정국에서 검찰 수사와 이재용 부회장의 청문회 증인 출석 등으로 애초 이달 초 잡혀 있던 사장단 인사가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 부회장이 청문회에서 공언한 그룹 컨트롤타워 미래전략실 해체 등 남은 과제가 많은 상태다. 삼성전자는 12월 후반, 사업부장과 임원, 해외법인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글로벌 전략회의를 개최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도 이달 하순 해외영업본부 법인장들을 국내로 불러 회의를 열고 국내외 상황을 공유하며 내년도 사업계획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내년에도 침체를 이어갈 전망이라, 현대차는 시장별 대응 플랜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은 총수 청문회를 앞둔 지난주에도 예정대로 사장단과 임원 인사를 했다. 4대 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인사를 한 LG는 신성장사업을 지휘하는 구본준 부회장과 새롭게 LG전자 1인 CEO가 된 조성진 부회장 등을 중심으로 신년 사업구상에 몰두할 예정이다.

롯데그룹은 지난 6월 이후 4개월여에 걸친 검찰 수사를 거치며 사실상 비상경영에 들어간 상태다. 이미 롯데는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을 이유로 당초 연말로 예정된 정기 임원인사를 내년 초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내년 초 기업설명회(IR)를 통해 2017년 사업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포스코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계열사·비핵심자산 구조조정, 전사적 비용절감, 고수익 월드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 등을 통해 그룹 경쟁력을 높일 계획을 가지고 있다. 연초 단행하는 인사와 조직개편은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