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논란과 관련된 6일 청문회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르 및 K 스포츠 재단 출연금의 대가성 여부 및 각종 비선실세 의혹도 제기되어 눈길을 끈다.

하지만 벌써부터 ‘반쪽자리 청문회’ 우려도 나오고 있다. 7일 예정된 청문회에 최순실 등 비선실세 핵심들이 대거 불출석한 가운데 기업인들만 울며 겨자먹기로 나왔다는 말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6일 청문회도 새로운 사실을 밝히거나 제기된 의혹을 해소하기는커녕, 의원들의 호통과 총수들의 불협조로 변죽만 울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 출처=캡처

6일 청문회는 ‘이재용 청문회’로 바꿔도 무방할 정도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재단 출연금의 성격 및 최순실 직거래 의혹,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의 의혹이 핵심이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재용 부회장의 증속세와 상여세 논란을 지적하는 한편 “불법과 편법이 판쳤다”며 “(지배구조개선을 위해) 삼성이 국민연금에도 손을 댔다”고 강조했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로 대표되는 조직의 경직된 문화를 지적하기도 했다.

최교일 새누리당 의원은 “삼성은 현재 비덱스포츠에 약 80억 원의 자금을 지원했다”며 그 배경을 캐묻기도 했으며 다른 의원들은 최순실을 언제 알았는지, 재단 출연금의 성격과 이와 관련된 보고에 대한 질의를 하기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거듭되는 질의에 연신 고개를 숙였다. “송구스럽다”와 “죄송하다”를 연발하며 자신을 낮췄다. 다만 의혹에 대한 해명에는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의원들의 압박에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고 전국경제인연합회 탈퇴 의사도 시사했다. 다만 미래전략실 해체는 보기에 따라 과도한 경영 개입이라는 비판도 살 수 있어 향후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재용 부회장에게 의원들의 질의가 몰리면서, 상대적으로 다른 그룹 총수들에 대한 관심은 적었다. 일단 재단 출연금의 대가성을 부정하며 각 기업별로 제기되는 의혹에는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롯데의 경우 면세점 특혜 논란, 한진해운의 경우 조양호 회장의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사퇴의 배경, CJ는 이미경 부회장 퇴진에 있어 청와대의 압력이 있었는지 여부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러한 의혹들에 대해 그룹 총수들은 대부분 “알지 못했다”고 일관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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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가 진행되며 참여 인사들의 '튀는 발언'도 대중의 관심을 모았다. 청와대의 CJ 이미경 부회장 퇴진 압박 논란에 대해 손경식 CJ 회장은 “군부정권 당시 비슷한 일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는 다소 미묘한 말을 남겼으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재단 출연금 성격을 묻는 질문에 “기꺼이 참여했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재용 부회장이 거듭 사과의 말을 전하며 다소 위축되자 “대(大) 삼성전자 부회장이자 총수인데, 글로벌 무대에서도 이렇게 할 것이냐”고 호통을 치기도 했으며 “답변 태도를 두고는 삼성 면접시험 탈락할 것 같다”는 악평을 남겼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억이 없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말에 “누가 이재용 부회장을 믿고 따를 수 있겠냐 기억력 안 좋고 죄송하다는데 경영권을 넘기는게 어떻냐"고 따지기도 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태원 SK회장에게 “유독 박근혜 대통령의 사랑을 받는 것 같다”며 “사면을 받고, 특혜도 받는 것 같다”고 비꼬기도 했다. 비선실세 정국에서 ‘저격수’로 활동하고 있는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사지선답, 동문서답, 돌려막기 재용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고 싶다”며 “청문회에서 말하는 것을 보면 거의 박근혜 대통령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런 상태로 가면 직원들에게 탄핵을 받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일부 의원들의 묻지마 호통, 준비없는 청문회 참여에 우려하기도 한다. 자극적인 언사는 국민들의 마음을 순간적으로 사로잡을 수 있으나, 실제적인 문제해결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