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숙이 파고드는 차가운 바람과 함께 본격적인 겨울이 찾아왔다.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은 아니겠지만, 겨울은 보온을 위한 내복의 계절이기도 하다. 보온메리, 에어메리 등 두툼하게 이중 또는 삼중으로 된 내복들이 나오고 내복의 두께가 따뜻함의 정도를 결정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두툼한 내복을 찾아보기가 더 어려울 정도다. 대부분의 내복은 얇지만 따뜻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그 안에 과학적인 원리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기능성 원단의 원리는 바로 ‘흡습발열’이다. 흡습발열이란 몸의 수분을 흡수해서 물 분자의 운동에너지를 열에너지로 전환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 이런 성질의 기능성 섬유는 대부분 레이온과 아크릴, 폴리에스테르로 이뤄져 있는데, 이런 섬유는 물과 친해 수분을 잘 흡수하고 머금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땀과 같은 수분의 물 분자가 공기 중으로 기화해버리면 주변의 열을 함께 빼앗아 춥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흡습성을 가진 섬유는 물 분자를 내보내지 않고 섬유에 머물게 해 반대로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 수분이 섬유에 달라붙을 때 발생하는 것을 ‘흡착열’이라고 부르는데, 다만 땀 등의 수분을 바탕으로 열에너지가 생성되므로 개인마다 느끼는 따뜻함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또한 수분이 발생해야 하기 때문에 내복을 입은 직후보다는 어느 정도의 신체적 활동이 이뤄진 후에 따뜻함을 느끼기가 쉽다. 흡습성이 높을수록 흡착열에 의한 발열량이 높은데, 보통 아크릴계 원단의 흡착열은 겨울철 대표적 보온소재인 양모의 3배 정도가 된다고 한다.

이런 기능성 섬유는 수분을 바탕으로 열을 내지만, 원단이 수분을 머금어 아예 젖어버리면 당연히 발열기능이 제대로 이뤄질 리 없다. 그래서 흡착열을 이용하는 섬유들은 동시에 뛰어난 속건기능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태양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광발열 원사를 사용한 기능성 원단은 신체나 태양에서 방출되는 원적외선을 증폭시켜 열을 발생시키는 원리를 이용한다. 섬유 안에 있는 물질이 태양에서 나오는 원적외선을 받게 되면 분자끼리 충돌을 하며 진동을 일으키고, 진동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열이 발생하게 된다. 태양의 에너지를 활용하기 때문에, 주로 야외에서 활동을 자주 하는 사람이 착용하게 될 경우 더욱 효과를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신체의 복사열을 다시 반사해서 보온성을 유지하거나, 구리 원소가 열을 품는 기능을 활용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발열의 원리가 있다.

앞의 방법처럼 열을 직접 내는 것이 아니더라도, 열을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보온의 중요한 원리 중 하나다. 겨울철 패딩을 주로 찾는 이유도 바로 패딩 속 충전재가 공기를 가둬 열의 이동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공기는 열전도율이 매우 낮은 물질로, 원단에 공기층이 형성되면 외부의 냉기가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효과적으로 막아준다.

이렇게 섬유 내부에 공기를 가둘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는 섬유를 ‘중공섬유’라고 한다. 중공섬유는 파이프처럼 섬유 가운데 구멍이 뚫려 있는 형태를 이루는 합성섬유인데, 섬유 자체에 공기층이 형성되어 있어 보온성이 뛰어나면서도 공기가 들어있는 만큼 무게도 가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