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의료보험에서 지난 3년간 13조원에 가까운 보험금이 지급된 것으로 파악됐다. 보험금이 가장 많이 지급된 항목은 허리디스크였으며, 근골격계 질병에 대한 비율이 높았다.

22일 보험개발원(원장 성대규)이 2013∼2015년 3년간 장기손해보험과 생명보험 전체의 실손보험 지급자료를 분석한 결과 총 1593개 질병에 대해 12조9855억원의 보험금이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 코드별로 확인해 본 결과, 실손보험금이 가장 많이 지급된 항목은 허리디스크(기타 추간판장애)로, 3년간 9439억원의 보험금이 지급돼 전체의 7.3%를 차지했다.

허리디스크의 뒤를 이어 등통증(4359억원·3.3%), 어깨병변(3340억원·2.6%), 척추 외상(3194억원·2.4%), 목디스크(3157억원·2.4%) 등이 보험금 지급이 많은 질병으로 꼽혔다.

지급항목 분석 결과 전체 지급보험금의 25.7%인 3조3419억원이 상위 10대 질병에서 발생하는 등 보험금 지급이 일부 항목에 집중됐다.

실제로 이를 다시 A-Z코드의 25개 질병군별로 분류해 분석한 결과를 보면 근골격계 질환(M코드)에서 지급된 실손보험금이 3조5532억원으로 가장 많은 27.4%를 차지했다.

외상(S코드)에 대해 지급된 보험금이 1조8360억원(14.1%) 두 번째로 많았고, 악성 암(C코드)이 전체의 8.6%인 1조1162억원을 기록했다.

문제는 이렇게 실손보험금이 많이 지급되는 질병군은 의료기관의 과잉진료를 불러일으키는 비급여 항목의 비율도 높다는 점이다.

보험개발원이 한 보험사의 2013∼2014년 2년간 실손보험금 지급자료 중 비급여 청구정보가 입력된 자료의 비급여 기록을 분석한 결과, 근골격계 질환의 전체 청구금액 중 비급여 항목의 비율이 86.9%에 이르렀다.

손상, 외상 질병군(W코드·S코드)에서는 비급여 항목의 비율이 83.6%였고, 악성 암 중에서는 청구된 보험금의 70.2%가 비급여였다.

아울러 보험개발원은 실손보험이 청구된 건에 대해 진료비 세부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급여 항목에 대한 처리 기준도 의료기관별로 달라 혼란을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보건복지부가 고시한 도수치료를 똑같이 시행하더라도 이를 통증도수, 감압도수 등 다른 코드를 사용해 청구하다 보니 서로 비교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는 것이다.

보험개발원은 “의료기관은 복지부가 고시한 표준화된 비급여 명칭이나 코드를 사용할 의무가 없고, 비용에 대해서도 공시 의무만을 부여받는다”면서 “기관별로 청구 서식이 다르고 명칭도 표준화돼 있지 않고, 청구된 비용도 달라 보험사가 비급여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매년 급등하는 실손보험료를 안정화하려면 늘어나는 비급여 진료에 대한 실태 조사와 함께 시장 자율에 맡겨져 있는 비급여 의료비에 대한 관리와 표준화 작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