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혜(KIM SUNG HYE)작가. “작품을 완성 해 놓고 벽에 걸어놓을 때 기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충만감을 준다. 지금 최상의 행복감으로 작업하고 있다”라고 했다.

 

우수수 떨어지는 잎을 가을바람에 기꺼이 맡기는 나무들이 더욱 크게 보이는 날이었다. 화실엔 첼리스트 요요마(Yo-Yo Ma)와 트럼펫연주가 크리스 보티(Chris Botti)가 같이 연주한 ‘Cinema Paradiso’가 흘러나왔다.

서울 방배동 서래마을서 10년을 작업하다 의정부로 옮긴 작가는 “나이 들면서 고향으로 들어온 셈이 되었는데 사패산과 망월사, 회룡사 등 사찰이 있어서 찾아가는 행복과 여기서 안주하게 된 기쁨이 참 크다”고 운을 뗐다.

 

▲ (좌)해-달-꽃, 33×22㎝ Mixed Media, 2016 (우)33×22㎝

 

“1년여 동안 새 작업실을 꾸미면서 마치 내가 신혼살림을 차리는 듯 한 생각을 하다가 혼자 많이 웃은 적도 있다. 내가 하고 싶은 그림을 그리고는 있지만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것 같다.

나는 직감적으로 그리는데 음악은 작업의 절대적 동반자다. 일상에서 음반을 선택을 하는 즐거움도 큰 만큼 지금보다 좀 더 업그레이드 된 오디오를 세팅하는 계획에 요즈음 마음 설레고 있다”고 전했다.

화가에게 작업실은 또 다른 세상이다. 하나의 작품이 이뤄지면서 다음의 스토리가 스물 스물 마음에서 움직이고 자신만의 화법으로 풀어내는 곳이기도 하다.

“언제 어느 때든 화실로 돌아가면 캔버스와 붓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믿음과 확신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화실은 모든 작가들에게 자기만의 세계에 들어갈 수 있는 천상의 자리가 아닐까 싶다. 종일 있어도 지루한 줄 모르는 시간을 뛰어넘는 현재의 세계 밖 또 다른 나만의 세계”라고 했다.

 

▲ 33×22㎝

 

김성혜 작가는 올해 마티에르 작업과 관련하여 여러 재료를 시도했다. “섬유와 회화라는 다소 위험한 화합이라 우려가 되었지만 제법 흐름이 막히지 않아 흥미롭게 작업 중이다. 신작은 한지로 부조(浮彫)하여 채색 후 오방색실을 손으로 땋아 조형적인 흐름으로 접합시켰다”고 밝혔다.

화실인근엔 의정부제일시장이 있는데 유년시절 성장한 곳이라 새록새록 기억들이 떠올라 흥겹다고 했다.

“어머니를 따라 시장가는 것을 무척 좋아했었다. 요즘도 이곳엔 배추며 고추, 가지 등 인근 동두천, 포천지역 할머니들이 텃밭에서 키운 농작물을 만날 수 있는데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매일 봐도 지치지 않은 시장의 북적이는 생동감에서 재충전되는 힘을 받는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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