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의 연이은 생태계 전략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각자 자신들에게 부족했던 점을 빠르게 보완하는 한편 이를 바탕으로 단순한 플랫폼을 넘어 생태계 전략의 로드맵을 힘있게 추진하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 출처=네이버

글로벌과 기술의 네이버

콘텐츠와 플랫폼을 바탕으로 모든 플레이어의 길목을 관장하는 생태계 전략은 최근 ICT 업계의 트랜드다. 수직계열화 등의 표현으로 활용되는 부분도 있으며, 당연히 그 중심은 자신들이 차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메이드 바이 구글의 전략과 더불어 인텔의 프로젝트 알로이도 마찬가지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모든 객체의 총합과 시너지’며 이를 바탕으로 판을 새롭게 짜는 플레이어가 승리한다.

네이버는 기술 지향 생태계를 지향하며 그 판의 범위를 글로벌로 강하게 당기고 있다. 지난달 24일 열린 개발자 컨퍼런스 ‘DEVIEW 2016’에 답이 있다. 기술적 베이스는 인공지능이다. 네이버의 송창현 CTO는 인공지능 기반의 연구개발을 위한 구체적인 비전, ‘Ambient Intelligence(생활환경지능)’을 소개하며 사용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선언했다. 네이버랩스를 주력으로 삼아 인공지능 기반의 생태계를 기술적 관점에서 풀어나가겠다는 야심이다.

대화형 AI 엔진인 아미카(AMICA)가 단적인 사례다. 딥러닝, 음성인식, 음성합성 연구의 결과물이며 조만간 네이버는 기기와 메신저에서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는 개발자용 API도 제공할 계획이다. 아미카는 네이버가 추구하는 기술 생태계의 중심이 되며, 이를 바탕으로 각자의 범위를 조정할 전망이다. 아미카는 이미 삼성전자의 사물인터넷(IoT) 칩셋인 아틱(ARTIK)에 탑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중장기적 프로젝트인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연구도 강조했다. 현재 자율주행의 경우, ‘인지’ 분야에 주목해 정밀한 물체 인식, 상황 판단 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로봇을 통한 정확한 실내 지도 구축 기술에도 주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인공지능을 담아내는 현실의 하드웨어인 로봇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인터넷 + 제조업’의 핵심이 되어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통역앱 파파고, 자연스러운 음색을 구현한 음성합성 기술과 수년간 축적해온 웹엔진 기술을 적용한 네이버의 브라우저 웨일(Whale)의 티저 등도 소개했다.

네이버의 이러한 전격전은 기술 기반, 즉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생태계를 꾸리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스스로를 생태계의 주인으로 규정한 상태에서 해당 기술을 다른 기술과 연결하거나, 혹은 빨아들이는 방식으로 대단위 전략을 짜겠다는 뜻이다.

이러한 전략은 기본적인 플랫폼 전략을 끌고가는 네이버의 프로젝트 꽃과도 일맥상통한다. 스몰비즈니스를 추구하며 다양한 크리에이터를 모으는 네이버의 프로젝트 꽃은 그 자체로 다수의 플레이어를 하나의 플랫폼에 담아, 그 자체를 네이버의 존재감으로 수렴하는 것에 일차적인 목적이 있다. 소상공인을 위한 골목상권 경쟁력의 강화와 더불어 일종의 ‘대기업 횡포’라는 비판도 피해갈 수 있는 영악한 방법론이다.

이렇게 모여진 기술 기반의 생태계는 곧 네이버가 가진 기존의 서비스 기반 생태계와 맞물린다. 사용자 경험을 중시하는 서비스 기반 생태계는 강렬한 존재감을 자랑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기술 기반 생태계보다 진입장벽이 낮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런 이유로 네이버는 서비스에 이어 플랫폼, 콘텐츠의 시너지를 넘어 생태계를 꾸리는 기술적 경쟁력을 더욱 극적으로 결합하려는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그 결정체, 즉 분출구는 글로벌 시장이다. 내년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는 이해진 의장을 중심으로 기술 기반 생태계의 일차적 테스트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상장을 통해 나름의 성과를 거둔 라인과 더불어 제2의 라인으로 키우려는 스노우의 등장, 나아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벤처스의 결합은 글로벌이라는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한 공동작업으로 이해해야 한다.

지난 9월 네이버가 라인과 함께 플뢰르 펠르랭(Fleur Pellerin) 전 프랑스 디지털경제 장관과 유럽 금융전문가 앙투안 드레쉬(Antoine Dresch)가 설립한 Korelya Capital(코렐리아 캐피탈)의 유럽 투자 펀드 ‘K-펀드 1’에 출자 기업으로 참여한다고 발표한것도 마찬가지다. 네이버는 자신들이 화수분이 되어 제2의 라인을 적극 육성하며, 이들을 통해 기술 기반 생태계의 존재감을 빠르게 확산시키려는 복안이다. 최초 거점은 유럽이 유력하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카카오, 기민한 상황판단 눈길

카카오가 15일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비즈니스 컨퍼런스 (Business Conference) 2016’을 통해 자사의 주요 사업 전략과 더불어 광고 사업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고 출시 준비 중인 다양한 마케팅 솔루션을 공개해 눈길을 끈다. 지난 3분기 실적을 발표한 후 O2O 전략의 일부 변화를 암시한 상태에서, 일부 구체적인 시그널이 엿보인다는 평가다.

일단 카카오를 통한 총체적 생태계 전략은 그대로 추진된다. 임지훈 대표는 키노트 세션을 통해 카카오의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 O2O 플랫폼에 대한 마케팅 영향력을 설명했다. 각각의 플랫폼이 이용자들의 생활 속에서 어떻게 연결되는지, 이 연결에서 파생되는 빅데이터가 비즈니스와 만나면 어떤 마케팅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지를 강조했다.

나아가 “모바일 메신저에서 시작한 카카오톡이 커머스, 콘텐츠, O2O 등 다양한 정보와 콘텐츠를 유통하고 있고, 앞으로는 이용자가 원하는 모든 것을 카카오톡 안에서 해결할 수 있게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기술 기반 생태계 야심도 있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다음과의 시너지도 강조됐다. 다음 포털은 올해 놀라운 성장을 거듭해 작년 11월 대비 다음 모바일앱 주간 이용자 200만, 모바일 첫화면 300만, 모바일 뉴스 800만명이 늘어나며 나름의 외연을 확장한 분위기다. 루빅스(RUBICS) 알고리즘 도입을 통한 포털 첫화면의 콘텐츠 유통 변화, 뉴스 및 광고 웹페이지 개편, 뉴스 연관키워드 및 자동요약 기능 제공 등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내년에는 다음 포털 PC 개편과 함께 다음만의 특화된 빅데이터 분석기술로 개인별 맞춤 콘텐츠의 정성적 추천이 가능해짐과 함께, '24시간 라이브' 등 동영상 서비스의 강화, 카카오톡과의 콘텐츠 공유 및 연계를 통한 시너지 창출이 한층 더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와의 접점이 보이면서도 콘텐츠 기반의 전략을 강화할 방침이다.

다음앱과 카카오의 전략적 합일은 카카오 입장에서 매우 고무적인 변화로 여겨진다. O2O에 천착해 모바일 메신저 플랫폼이라는 하나의 틀에 갇혀있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를 적절히 배합해 그 이상의 생태계를 키우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카카오페이지도 눈길을 끈다. ‘기다리면 무료’ 모델과 결합되는 광고 상품 ‘캐시프렌즈’를 내년 출시될 전망이다. 이진수 콘텐츠사업부문 부사장(포도트리 대표 겸임)은 “콘텐츠를 게임처럼 즐기는 일명 Freemium 모델을 통해 매일 100만 명 이상의 이용자가 ‘기다리면 무료’ 작품을 열람하며, 이 중 80만명이 매주 1회 이상 구매를 한다”면서, “카카오페이지 구매에 사용되는 페이지캐시 스폰서십을 기반으로 한 프리미엄 광고상품 ‘캐시프렌즈’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전략적 분위기는 달라진 O2O 전략에서 정점을 찍는다. 정주환 O2O사업부문 부사장은 1부 마지막 세션에서 카카오의 ‘스마트 모빌리티 (Smart Mobility)’ 영역에 해당하는 O2O 사업 실적을 공개했다. 현재 카카오는 O2O에 있어 기존 스마트 모빌리티는 직접 챙기고, 생활 O2O는 생태계 전략을 구사한다고 밝힌 바 있다. 개방형 플랫폼을 구축해 수많은 파트너들과 함께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나가겠다는 전략 방향을 제시한 셈이다.

정리하자면 스마트 모빌리티와 같은 빅데이터, 위치기반 중심의 핵심 O2O는 카카오가 직접적으로 관장하고 나머지 생활 O2O는 스타트업과의 연계를 확보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다는 뜻이다. 이 역시 대기업의 ‘수탈’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버림과 동시에 그 이상의 생태계 정책을 의미한다는 평가다.

▲ 출처=카카오

어지러운 플랫폼은 생태계가 된다

플랫폼에서 콘텐츠가 뛰어노는 방향성이 생태계로 진화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총괄하는 강력한 플레이어가 중심을 잡고 다양한 플레이어를 연결하는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된다.

나아가 이러한 전략은 기술 기반, 혹은 고도화된 생태계 중심의 권력이동으로 재편되어 국경없는 경쟁력 충돌을 야기할 전망이다. 그 중심에서 네이버와 카카오는 자신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고쳐야 할 곳이 어디인지 정확하게 간파하는 분위기다. 물론 그 과정에서 상대적 우위를 정해질 수 있지만, 아직 승자를 가리기에는 시기상조라는 평가다.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