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무보수 노동’에 관한 글을 하나 읽었는데 해석이 매우 참신했다. 기계가 발달할수록 사람들은 더 바빠지는데, 그 이유가 타인들의 일을 자신이 직접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기사의 실상은 이렇다. 몇 년 전만 해도 항공사 티켓팅은 여행사 직원의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용자가 직접 사이트에 들어가서 할 수 있게 되었다. 여행사 직원이 해야 할 일을 우리가 대신 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무료로 말이다. 맥도날드 역시 마찬가지다. 오늘 점심 때 필자는 맥도널드 매장에서 크루가 아니라 스마트오더 시스템으로 직접 주문했다. 크루가 해야 할 일을 필자가 대신 그것도 무료로 해준 것이다. 행정업무도 마찬가지다. 직접 주민센터에 방문해서 등본 발급 신청을 하면 수수료를 내지만 온라인으로 발급받으면 무료다. 물론 사용자가 직접 다 입력해야 한다. 자신이 직접 하는 경우 제공받는 서비스는 무료가 되는 것이다. 이처럼 기술의 발달로, 그리고 그것을 사용하는 사용자로 인해 사람들의 일자리가 없어지고 있다. 편리함도 있지만 매장에서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코즈(Cause) 마케팅을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기업의 생산성 향상으로 인해 추가로 발생된 이익을 기술의 발달로 일자리를 뺏긴 사람들과 어떻게 나누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코즈 마케팅 전략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과 삶이 분리되는 상황에서 사람들의 생활은 그 전보다 더 풍족해지지는 못할 것이다. 앞으로 우리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행복하게 사는 방법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람들은 공동체를 구성함으로써 이런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기업 역시 달라진 사람들의 생활 환경에 맞추어 이들을 위한 공동체 구축에 도움이 되거나, 또는 이미 구성된 공동체 그 자체에 도움이 되는 코즈 마케팅을 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갑자기 많아진 시간을 소비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브랜드가 제공하는 여러 가지 활동, 예를 들면 환경, 기후 또는 교육문제를 해결하는 코즈 마케팅 캠페인에 참여하는 것을 통해, 사람들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공동체에서 살아가는 생활자로서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위해서 어떤 일을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혹시 아는가, 이런 활동을 통해서 사람들이 공동체 안에서의 자신의 삶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을지도, 그리고 이것이 그 사람의 인생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다주는 단초가 될 수 있을지 말이다. 더불어 이런 현상은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윈윈이 될 수 있다. 기업은 사람들과 진정성 있는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고, 생활자는 어느 브랜드가 그들과 맞는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 경험은 소비자들의 충성도를 제고시킨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떤 경험을 브랜드에서 제공할 것인가이다. 소비자가 아닌 생활자의 삶에서는 긍정적 경험의 소재가 감정적 수준이 아니라 자아 표현적 수준까지 올라가야 효과적이다. 왜냐하면 노동에서 벗어난 삶은 오롯이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대한 고민으로 깊어질 것이고, 그런 측면에서 브랜드의 가치는 소비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자신을 대변하는 수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기업 역시 브랜드의 지속 가능한 목표에 대한 철학이 없다면, 소비자가 아닌 생활자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아무 경험도 또 감동도 주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필자는 노동과 삶이 이원화되는 시대가 오면, 기업들은 어떤 분야에서 어느 수준으로 고객의 삶에 들어가야 할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나를 과시하게 도와주는 소비 수준이 아니라, 나의 공동체적인 삶을 대변해주는 철학을 소유한 브랜드가 나의 소비 즉 지지를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소비의 대상에서 세상이 벗어나는 순간, 소유라는 측면에서의 사람들의 브랜드에 대한 욕망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바로 이때 기업은 어떤 코즈를 활용해 고객과 자사 브랜드의 정체성 공유를 유도할지 심각하게 고민해보아야 한다. 앞으로 기업이 상대할 고객은 소비자(Consumer)가 아니라 생활자(Living Person / Livinger)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