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 현상을 그대로 디지털 모델로 재현하도록 만든 것이 디지털 트윈(Twin)이다. 실물을 사이버상에서 그대로 복제했다는 의미로 트윈(쌍둥이)이다. 상품을 처음 구상하는 단계부터 시작하여 상품을 개발하는 전 과정을 디지털 모델에서 실시할 수 있다. 공장을 설계하면서 미리 디지털 모델에서 상품을 생산해보면서 설계목표를 맞춰가는 가상공장이다. 물론 디지털 가상공장이 실제 공장과 처음부터 결과가 같을 수는 없다. 둘 사이에 발생하는 편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가상공장에서 시뮬레이션하는 다양한 해석결과들이 실측치와 맞아 떨어지도록 해석모델에 도입한 경계조건들 즉 상수나 계수들을 조정해주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처음엔 경험치를 대입하고 이론모델을 기초로 디지털 모델을 만들지만, 일단 제품이 실제 설비에서 제조되기 시작하면 설비에서 실측한 값들을 디지털 모델에 대입해서 둘 사이의 편차를 줄이는 작업이 가능하다. 이런 식으로 설비기능이 디지털 트윈으로 복제되면 전혀 다른 상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도 시행착오 없이 최적 생산조건을 찾아낼 수 있다. 디지털 트윈은 상품을 가상공간에서 시험 생산해보는 파이로트(Pilot) 공장인 셈이다. 시험생산조건을 디지털 트윈에 대입해보면 예상치 못한 해석 결과가 발생할 수 있고 이를 수정하기 위한 입력조건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신제품 개발과정을 완벽히 시뮬레이션해볼 수 있다.

 

디지털 트윈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디지털 트윈의 잠재적 활용성은 무궁무진하다. 지금까지는 새로운 공법이나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 최종 설비를 제작하기 전에 반드시 소규모 파이로트 설비를 만들어 실험해보거나 유사 생산 설비에서 시험생산을 해봐야만 했지만, 이젠 디지털 트윈을 이용해서 무수히 많은 조건으로 설비를 시험 가동해볼 수 있다. 새로운 공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들을 수정하거나 설계치를 아예 바꾸는 일이 디지털 트윈에서 가능해졌다. 수많은 설계 시나리오를 디지털 트윈에서 신속하게 실행해보고 문제점들을 도출할 수 있으며 또 개선 아이디어도 적용해볼 수 있다. 시장의 요구를 빠르게 수용하기 위해 상품생산을 시뮬레이션하는 방법으로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서비스를 발굴하고 설비를 예방 정비하고 전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는 도구로서 디지털 트윈의 활용도는 매우 높다. 아직은 단위설비 중심으로 제품설계나 생산 계획을 하는 용도로 주로 활용되지만 가까운 미래엔 전체 공장을 모두 한꺼번에 가상시뮬레이션해보는 수준으로 발전해갈 수 있다.

이젠 컴퓨터 시뮬레이션 없이는 공장을 설계하고 관리하는 일이 불가능해졌다. 공장 내의 소재나 제품 흐름 그리고 공장 로봇기계들의 작동 상태를 모두 소프트웨어로 시뮬레이션해볼 수 있다. 공장을 설계하고, 사업성을 분석하고, 생산성을 분석하고, 공장을 시험가동해보는 일이 모두 컴퓨터만으로도 가능해졌다. 하지만 산업플랜트를 개발하고 관찰하는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려면 공장을 기본 설계(Basic Engineering)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기본 설계라 함은 필요한 설비의 기능이나 용량을 결정하는 설계능력이다. 설비의 최종 성능을 보장하는 기술이라 오랜 설계 경험과 운영실적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어야 가능한 능력이다. 물론 기존 설비들을 역설계하면서 이론적으로 접근할 수도 있겠지만 충분한 경험이 없으면 현실과 이론의 간극을 메워줄 안전치나 여유치에 대한 확신이 없으며 과잉설계를 하거나 불안전한 설계를 할 우려가 높다. 설비를 직접 설계해본 경험이 많거나 운영해본 경험이 많아야만 정밀한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제작할 수 있다. 최근에는 가상현실(VR) 장비나 증강현실(AR) 장비를 활용해서 공장을 시뮬레이션해보는 기술들도 등장하고 있다.

 

기존 공장도 스마트 공장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

디지털 트윈이 되려면 현장에서 발생하는 조업실적이나 설비상태를 측정하는 데이터가 디지털 가상공장으로 연속적으로 공급되어야 한다. 즉, 실물 공장이 연결된(Connected)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 연결된 시스템이란 센서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IoT 호환 산업용 제어장치들을 결합해서 기계장치의 조건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연결된 시스템으로 바꾼다고 멀쩡한 공장설비를 통째로 바꿔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연결된 시스템은 신설하는 공장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고 기존 기계장치들도 센서들을 삽입하고 IoT 호환 산업용제어장치를 결합시켜주면 연결된 시스템으로 바뀌게 된다. 산업 4.0 시대를 주장하는 독일의 기업체들도 일부 첨단제조설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공장들이 단독으로 작동하는 기계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기계들은 센서만 없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 시스템으로 연결할 수 있는 IT 인프라조차도 전혀 갖춰지지 않은 상태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상당 기간 동안 기존 공장설비들을 연결된 시스템으로 전환시키는 인프라 투자가 왕성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 기업들도 마찬가지지만 다행히 국내에서는 스마트 공장 3.0 사업을 진행시키고 있으며 중소기업들이 사업단에 신청을 하면 투자를 알선하고 기술지원을 해주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설비를 디지털화하면 기계 성능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고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효과가 있다. 디지털화는 기업이 새로운 비즈니스를 발굴해내거나 기존 비즈니스를 전혀 새로운 수준으로 개조하고 종업원들의 근무수명을 향상시키는 능력을 갖게 한다. 기존 공장을 한꺼번에 디지털화하지 않더라도 선택적으로 어떤 공장이나 설비에 센서들을 삽입하고 개선점을 발굴할 수 있는 데이터를 얻기만 해도 진일보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되는 셈이다. 지금 진행되는 제조기술의 발전이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지 아직은 속단하기 힘들다. 다만 디지털화를 통해 다양한 새로운 가치들이 발굴되고 그런 가치들을 기반으로 또 다른 비즈니스를 일으키고 확대시키면서 기술이 진화해 간다고 본다.

제조업의 또 하나의 커다란 변화는 새로운 로봇의 등장이다. 국제로봇연맹은 2019년까지 140만대의 신기능 로봇이 제조공장에 투입된다고 예상하고 있다. 이들 신세대 로봇들은 코봇(Cobot)형 로봇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코봇이란 작업자와 같은 공간에서 사람과 부딪히지 않고 안전하게 사람이 시키는 대로 유연하게 작업을 하는 로봇을 말한다. 코봇은 정해진 작업만을 하는 것이 아니고 필요할 때마다 새로운 작업을 맡길 수 있다. 코봇에게 새로운 작업을 가르쳐주는 절차도 현장 작업자가 설정해줄 수 있을 만큼 간소화되고 있다. 코봇은 사람처럼 카메라 눈을 가지고 있어 물체를 인식할 수 있으며 작업의 오류를 스스로 교정해 가면서 자습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으므로 작업 교체가 손쉽다. 주문 상품의 변화가 많은 중소기업의 작업장에도 코봇을 투입하면 자동화 효과가 배가된다. 최근 로봇제작업체들은 코봇의 기능과 자습능력을 높이는 기술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공장 로봇의 새로운 지능화 혁명이 불어닥치고 있다.

 

작업자는 높은 유연성이나 적응력을 요구받는다

현장 작업은 점점 더 까다롭고 어려워지는 추세인데 코봇의 등장은 작업환경을 크게 바꿔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코봇은 주로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들을 처리해준다. 코봇은 사람이 다루기 어려운 기능 작업을 곁에서 고속으로 보조하여 일을 쉽게 해준다. 로봇이 할 일을 사람이 선도하고 최종 마무리하므로 로봇은 현장 작업자의 도구인 셈이다. 독일 공장의 사례에서 보듯이 독일노동조합도 공장에 코봇이 증가하는 현상을 반기는 이유는 코봇은 인체공학적으로 어려운 업무를 담당하여 작업자를 보조하기 때문이다. 특히 고령화된 작업자들이 처리하기 힘든 일들을 도맡아서 처리해 주므로 작업자들의 피로를 덜고 더 오랫동안 근무할 수 있는 작업환경을 만들어준다. 예를 들면 자동차 조립공정에서 근로자가 도어 실(Seal)을 붙이는 작업을 할 때 코봇은 곁에서 일정한 힘을 가해주는 일을 해서 작업자의 작업을 쉽게 해준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코봇이 공장에 늘어남에 따라서 기존 작업자들의 업무 조정이 필요하고 새로운 기능과 작업을 맡을 수 있도록 직무 교육이 앞서야 한다는 것이다. 작업장에 코봇이 도입되면 작업자가 로봇으로 대체되는 것이 아니고 사람이 해오던 힘든 일을 로봇이 대신한다는 점에서, 작업자의 근육 피로가 줄고 나이가 들어도 작업장에서 계속 근무할 수 있도록 작업 환경이 바뀐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사람은 로봇과 달리 새로운 업무에 경험을 쌓으면서 필요한 일들을 헤쳐 나가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다양한 상품을 빠르게 교체해야 하는 유연생산체제에선 꼭 필요한 노동력이다. 물론 작업 내용이 바뀌면 로봇에게도 새로운 작업 내용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학습을 시키지만 완전히 새로운 작업을 소화하는 능력은 사람을 따라올 수 없다. 코봇이 공장이 등장하게 되면서 공장의 유연생산능력이 높아지고 생산성과 글로벌 원가경쟁력도 향상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공장이 추가로 필요해지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선순환이 이루어진다고 본다. 다만 미래 공장의 작업자는 높은 유연성이나 적응력을 요구받을 수밖에 없다. 지속적으로 자신의 전문분야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고 재능을 익히면서 급변하는 기술환경에 대처해야만 한다.

자동화로 인해 필요 없어지는 기능이나 지식이 있다면 반대로 새롭게 필요한 기능과 지식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국가나 기업들은 기존 근로자들이 항상 새로운 전문성을 습득하도록 새로운 교육과정을 도입하여 의무적으로 재교육 과정을 이수시켜야 한다. 모든 기술발전에는 승자와 패자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계속해서 새로운 지식으로 무장해 가는 순발력이 가장 중요하다. 새로운 지식을 구사할 줄 아는 근로자가 많아야 산업 경쟁력이 강화된다는 사실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는다. 자동화가 증가하면서 반드시 새롭고 또 다른 일자리가 등장하게 된다. 역설적이게도 새로운 일자리는 기술이 발달한 곳, 첨단기술국에만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