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서 기업 간 기술이나 제품 품질의 실제적 차이는 크지 않다. 기술 수준이 높아져 ‘영원히’ 흉내 낼 수 없는 제품(서비스)을 내놓는 것은 불가능한 시대다. 그렇다면 ‘혁신적인’ 기업은 어떤 고민을 해야 할까. 바로 소비자의 마음, 인식을 사로잡는 게 경쟁력이다.

로모 카메라는 전 세계적인 팬덤을 구축했다. 로모 카메라는 디지털카메라에 비해 화질도 떨어지고, 색감도 왜곡됐지만 ‘로모그래피’라는 신드롬을 만들어내며 세계적인 카메라가 됐다. 사실 로모는 1914년 러시아 레닌그라드에 세워진 광학기업으로 출발했다. 1990년대 초 두 청년은 로모 대표를 설득해 전 세계 독점 판매권을 확보한다. 이것이 ‘로모그래픽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이다. 마침 당시는 인터넷이 활발한 물결을 일으켰던 시기였고, 두 청년은 로모로 찍은 사진을 사이트에 올려 공유했다. 로모는 독특한 사진에 대한 사람들의 열광에 착안, ‘생각하지 말고, 그냥 찍어라(Don’t Think, Just Shoot)’를 슬로건을 내걸었다. 마음 놓고 셔터만 눌러도 근사한 사진이 나올 수 있다는 의미였다. 소비자들은 이 대목에서 ‘자유’를 느꼈다. 기존 카메라를 누를 때 느끼는 부담을 덜어준 것이다. 결국 로모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카메라에 대한 차별화된 인식’을 각인시켰고, 거대한 성공을 거뒀다. 로모의 경우처럼 기업의 브랜드 경쟁력은 소비자의 인식에 어떻게 들어가고, 또 인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종합 숙박 O2O 기업 여기어때가 내건 ‘스테이테크’(StayTech) 역시 중소형호텔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개선을 위한 구호다. 스테이테크(StayTech), 즉 ‘머무르다’라는 뜻의 스테이(Stay)와 기술을 의미하는 ‘테크놀로지’(Technology)가 합쳐진 이 단어에는 여기어때의 철학이 담겨 있다. 기술을 통한 숙박 산업의 혁신, 즉 첨단 ICT(정보통신기술)을 숙박 산업에 도입해 시장의 잠재력을 끌어올리고,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여기어때는 스테이테크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두 가지 방식으로 시장에 접근했다. 먼저 온라인(모바일)에서는 ‘중소형호텔 인식개선을 위한 혁신 프로젝트’(이하 ‘혁신 프로젝트’)를 실행했고, 오프라인에서는 HOTEL여기어때를 거점으로 비전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를테면, 혁신 프로젝트 중 하나인 VR 객실 정보는 기존의 왜곡된 정보를 근절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무엇보다 혁신 프로젝트 자체가 ICT를 통한 숙박업의 긍정적 변화를 도모하기 위한 기반이 되고 있다. 단순 변심에도 100% 환불해주는 제도(전액환불제)나 최대 50% 할인된 특가로 객실을 제공하는 제도(타임세일) 등을 통해 업계에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또 HOTEL여기어때 키리스 2.0은 보안과 편의성 강화를 통해 스테이테크 호텔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그리고 청결, 서비스, 가격 같은 호텔 업(業)의 본질에 집중해 제도화한 것은 물론이다. 인식 개선은 멀리 있지 않다. 고객의 불편을 해소하는 것에서부터 혁신은 시작된다.

미국에서 한때 ‘가난한 자들의 벤츠’라 불렸던 아우디는 ‘기술을 통한 진보(Vorsprung durch Technik)’라는 기치를 내걸고 혁신에 혁신을 거듭한 끝에 프리미엄 브랜드 반열에 올랐다. 끈질긴 신념과 단단한 철학의 결과다. 그리고 그런 것이 바탕이 돼 지금의 아우디를 만들었다. 브랜드에는 철학과 혼이 담겨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사례다. 유행에 편승하고, 외형적인 변화만 추구한다면 나중에 초라한 껍데기만 남을 것이다.